고위험 고수익 채권형 펀드 투자 전략
채권시장은 신용의 시장이다. 우량하고 지속 가능하며 성실히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는 기업은 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해도 누군가 사갈 사람이 있지만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기업은 고금리로 발행해야 그나마 사갈 사람이 있을까 말까 할 것이다. 따라서 채권 금리를 낮은 순부터 나열한다면 국가가 발행한 국고채, 우량 회사채, 비우량 회사채로 순서를 매길 수 있다. 이때 이들 채권 간의 금리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그들의 신용도, 즉 채권 발행 기업의 부도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률을 의미한다.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수많은 기업의 신용도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신용도를 투자자가 전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하는 이들이 신용평가사다. 이들은 국내 기업들에 수수료를 받고 그들이 발행하는 채권이나 발행 기업 자체의 신용등급을 부여한다. 투자자들은 이 신용 등급을 바탕으로 기업의 원리금 지급 능력을 가늠한다.투자자 입장에서 만약 채권 발행 기업이 채권 만기 전까지 부도 가능성 없이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고채를 사는 것보다 회사채를 사는 것이, 그리고 더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사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다.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회사채 투자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한 가지 제약이 있다. 바로 유동성이다. 코스피 종목들과 달리 코스닥 종목들은 거래량이 적어 주가 하락 시 매수-매도 호가 간의 차이가 커 하락 폭이 확대되는 데다 손절매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국고채를 코스피에 비유한다면 회사채는 코스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관들이 회사채에 접근할 때는 매수 후 만기 보유를 통한 이자 수취가 기본 전략이다.기관투자가와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가 직접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호가 갭을 감수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개인 대상 판매용 회사채를 한 후 이를 쪼개 판다. 도매로 물건을 가져와서 소매 판매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개인은 시장 가격보다 약간 더 비싸게 회사채를 구입해야 한다. 2007년 소매 채권시장이 열리면서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채권시장이 열렸지만 거래량 부족으로 이쪽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회사채는 부도 확률이 존재한다. 유동성 문제도 있다. 게다가 현재 채권시장 자체가 불안해 금리가 춤을 추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시장에 매수 주체가 부족한데 공급은 항상 존재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공급 우위의 상황에서는 당연히 가격을 떨어뜨려 수요자들을 끌어들인다. 현재 시장은 수요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유동성 문제는 금리로 보상한다. 회사채 수익률에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반영돼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현재(6월 10일 기준)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5.78%, 회사채 AA-등급 3년물 수익률이 6.76%, BBB- 등급 3년물 수익률이 9.45%다. 국고채 수익률마저 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다. 회사채들은 말할 것도 없다. 3년 동안 채권 발행 기업에 부도와 같은 채무 불이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 회사채 BBB- 등급에 투자하는 경우 3년간 9%가 넘는 이자를 얻을 수 있다.‘고수익 고위험 펀드’는 펀드 자산 중 10% 이상을 투기등급 채권(BB+등급 이하)에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투기등급 채권에 10% 이상, 전체 자산 중 채권 비율을 60% 이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과 같은 단기 예금이나 어음에 나머지 40% 정도를 투자하는 펀드다. 대부분이 국고채와 같은 초우량 자산으로 구성돼 있는 여타의 채권형 펀드와 달리 고수익 고위험 펀드는 투기등급 채권까지 일정 부분 투자를 한다. 위험해 보이는 이 펀드에는 세 가지 매력이 있다.첫 번째는 세금 혜택이다. 정부는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수익 고위험 펀드에 세금 혜택을 부여했다. 1년 이상 투자 시 1억 원 한도 안에서 15.4%의 일반 과세가 아닌 6.4%의 저율 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투자 한도 1억 원은 펀드별로 적용되므로 1억 원씩 여러 펀드에 나누어 투자하면 모두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가입 기간은 2009년 12월 말까지로 한정돼 있으며 2009년 가입자는 2012년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억 원을 투자하고 수익률을 5.5%로 가정했을 때 15.4%의 이자 소득세를 적용받는 과세자보다는 50만 원, 38.5%의 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보다는 177만 원의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절세 효과만 바라봐도 매력적이다.두 번째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금리 수준, 특히 회사채 금리 수준이 높다. 지금까지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불안한 상황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수익 고위험 펀드들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다. 수익률 편차가 크지만 6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손해가 난 펀드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6개월 수익률 2~3%, 1년 수익률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가격이 떨어졌지만 높은 이자 수익으로 가격 하락분을 커버하고 있다. 더군다나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한 상태여서 현시점에서 펀드에 가입한다면 높은 이자 수익이 예상된다.마지막은 이 펀드의 리스크 정도다. 펀드의 이름에 붙어 있는 ‘고위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예금자 보호 상품도 아니다. 펀드가 투자한 투기등급 회사채가 부도가 날 경우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현재까지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보이는 펀드들도 상당수 존재한다.그렇다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위험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표준편차로 본다면 주식형 펀드들의 표준편차가 20%를 상회한다. 채권형 펀드들은 표준편차가 대부분 1% 근처에서 움직인다. 고수익 고위험 펀드의 표준편차는 1~2% 정도다.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전체 신용등급 보유 기업 102개 중 부도 처리된 회사는 모두 6군데뿐이다. 부도율은 갈수록 감소해 2005년 253개 대상 기업 중 부도 기업이 4곳, 2006년에는 255개 중 한 곳, 2007년에는 256개의 기업 중 부도 처리된 기업이 한 개도 없었다.고수익 고위험 펀드는 분명 위험 자산에 일정 부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펀드일수록 중요한 것은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능력이다. 1년 이상의 운용 경력을 가진 펀드들 가운데 수익률과 투자 종목, 운용 스타일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투자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