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의 본질

최근 서점에 가면 재테크 코너에 빠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 중 하나가 펀드 투자에 관한 것이다. 펀드의 기본 용어에서부터 저자가 돈 되는 펀드를 꼭 집어 주겠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펀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하지만 이런 책들을 서점에 서서 뒤적거리다 보면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정작 펀드 비즈니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 회사(혹은 투자신탁 회사나 펀드운용 회사)가 은행업이나 보험업 등 다른 금융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흔히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할수록 그것의 진실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진실은 매우 간단한 것이다. 마치 금연이 건강에 좋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다가 문득 ‘아,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라는 탄식을 해 본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그 본질을 따져보면 펀드 선택의 기준이 의외로 간단한 것임을 알 수 있다.펀드 비즈니스의 요체를 잘라 말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에 종속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싸다, 비싸다의 기준이 문제다. 도대체 싸다는 기준은 무엇이고, 비싸다는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한 예를 들어 보자. 필자가 기자였던 시절 만났던 펀드매니저 두 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이다. 둘 다 국내 유명 펀드매니저들이고 지금도 이들의 실적은 빼어나다. 한 명의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만일 국내 증권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이었으면 이미 100만 원을 넘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지금도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다.반면 다른 한 명의 펀드매니저는 30만 원이 넘은 후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펀드에 편입하고 있지 않고 있다. 30만 원 이하에서 거래되면 확실히 저평가됐다는 확신을 갖겠는데 그 이상의 가격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두 명 중 누구의 얘기가 맞을까. 알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일이다.최근 비자금 문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삼성전자만큼 기업 경영 내용이 속속들이 공개돼 있는 회사는 국내에서 드물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항상 이 주식을 보유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삼성전자는 포트폴리오 편입 1순위 종목이다. 경영 성적표는 분기당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공표된다. 작전 세력이 손을 댈 수도 없는 종목이다. 시가총액이 크고 주당 몇 십만 원 하는 주식을 갖고 작전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도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삼성전자에 대한 동일한 정보와 자료를 보더라도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이유는 이 회사에 대한 가치 산정 방식이나 투자 매력도의 분석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다름’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펀드 비즈니스를 두고 철저히 사람 비즈니스라고 얘기한다. 반면 은행업이나 보험업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 어떤 비즈니스에서 사람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마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다.은행업은 어떤 경영자가 오더라도 은행의 주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을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조건 예금과 대출이자 사이에는 차이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은행들은 문을 닫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업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사망이나 질병에 걸릴 확률을 토대로 이뤄지는 비즈니스다. 자신이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이 보험금으로 나가면 보험 회사는 망하게 된다.이 규칙은 어떤 경영자가 맡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 비즈니스의 절대 불변의 규칙은 단 하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싸다는 기준도 비싸다는 기준은 각 펀드 운용 회사가 알아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보험업이나 은행업처럼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결국 어떤 사람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투자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를 흔히 ‘투자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은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의미하고, 모든 행동의 근원을 이룬다. 투자 철학은 펀드 운용 회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운용 회사의 DNA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투자 철학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 그 철학을 유지하는지 검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펀드 비즈니스의 발전 과정을 보면, 우리는 몇 가지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펀드 비즈니스의 시작은 한 명의 투자가로 시작된다. 이 사람이 자신의 철학을 따르는 직원과 함께 고객들의 자금을 유치한다. 그리고 운용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그 결과를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한다. 이런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면서 규모를 키우고 성장한다.초기 펀드 운용 회사의 철학은 한마디로 창업자이자 투자가의 철학과 동일하다. 세계적인 유수 운용사로 성장한 회사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회사나 금융그룹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거나 독자적인 성장을 모색한다.이 문제를 현대적 용어로 달리 표현하면 지배 구조의 문제다. 확고한 오너가 있고 그가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운용 해 나가는 회사가 길게 보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회사들이 많지 않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운용사를 설립하거나 금융 계열사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는 그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chief investment officer)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보면 기업을 알 수 있듯이 CIO를 보면 그 운용사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우리가 일일이 CIO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간접적인 해법이 존재한다. CIO가 자주 바뀌는 회사를 피하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CIO가 2~3년에 한 번씩 바뀌면서 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CIO가 장기간에 걸쳐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회사일수록 펀드 선택의 위험은 줄어든다.역사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좋은 성과를 돌려 준 펀드들은 대주주가 펀드매니저인 회사이거나 CIO가 자신의 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운용한 회사들이다. 다른 한 유형은 자신의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예를 들자면 배당주 펀드라면 수익률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배당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회사를 말한다. 물론 이 세 가지 유형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확률론적으로 볼 때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보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분명한 사실은 높은 확률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는 사실이다.이상건 이사는…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각종 칼럼 집필, 강의, 라디오·TV 출연 등을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이채원의 가치투자(공저)’ 등을 펴냈으며 최근 십수 년 동안 연구한 부자들의 생각과 삶을 담은 ‘부자들의 생각을 읽는다’를 출간했다.이상건·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