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10 - 7위 LG전자

“우리가 그거(라디오) 맨들면 안 되는 기요?” “안될 거야 없지요, 사장님. 우리 기술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면 문제 없구만. 기술이 없으면 외국 가서 기술 배워오고, 그래도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거 아니오. 그거 한 번 검토해 봅시다.”1957년 초 당시 락희화학(현 LG화학) 구인회 사장이 직원과 나눈 대화다. 고 구 회장은 라디오의 국산화를 결심하고 1958년 마침내 국내 최초로 전자회사인 금성사를 설립했다. 1년여의 각고 끝에 1959년 11월 한국 전자 산업의 태동이라 불리는 국산 라디오 ‘A-501’을 출시했다.올해 LG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창업 이듬해인 1959년 매출 5000만 원은 지난해 41조 원(해외법인 포함)으로 늘어났다. 자본금도 1000만 원에서 7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창업 당시 300명이던 임직원 수는 현재 120여 개국에 위치한 해외법인과 해외 지사를 포함해 8만2000명에 이른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LG전자는 올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지난 4월 16일 LG전자는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2008년 1분기 실적이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매출액 11조2180억 원, 영업이익 6053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7년 영업이익 1조2337억 원의 절반을 분기에 벌어들인 셈이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환차익 규모는 전체 영업이익의 10%인 600억 원에 불과하다.‘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휴대전화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2370만 대)보다 70만 대가량 늘어난 2440만 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매출 3조1950억 원에 4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4분의 3을 휴대전화로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도 1분기에 비해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LG전자뿐만 아니라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도 1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LG그룹 전체적으로 실적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LG전자의 호실적을 이끈 것은 2006년 도입한 ‘슈퍼 디자이너’ 제도를 비롯한 ‘디자인 경영’이 꽃을 피운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5월 3명을 추가로 선정해 총 5명의 슈퍼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실적의 1등 공신인 휴대전화의 경우 디자인 경영을 표방한 이후 출시된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뷰티폰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LG전자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LG전자는 올해 초 ‘2010년 세계 전자·정보통신 톱3’을 목표로 선언하고 전 임직원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LG전자의 사업 부문은 네 개로 분류된다. 깜짝 실적의 최고 공신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MC) 부문은 이동통신 단말기(CDMA, WCDMA, WLL), 유무선 전송장비, 교환(TDX, ATM), PBX, 키폰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이동통신 분야에서 LG전자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시장에 처음 내놓으면서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를 출시한 데 이어 1999년 무선 인터넷 휴대전화를 2004년에는 세계 최초 모바일 TV폰을 선보였다. 2007년에는 4세대(4G) 이동통신의 기술 표준 후보로 꼽히는 ‘3G LTE(Long Term Evolution)’ 상용 기술을 최초로 시연하기도 했다.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부문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냉기 컴프레서, 에어컨 컴프레서, MGT, 가전용 모터를 만들고 있다. 실외기 한 대에 실내기 세 대를 연결해 공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인 ‘스리 인 원(3 in 1)’ 에어컨,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하는 액자형 에어컨 ‘아트 쿨’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LG전자 에어컨 ‘휘센’은 2000년부터 8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친환경 냉매를 이용한 시스템 에어컨 시리즈를 선보이며 상업용 에어컨 분야에서도 1위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세탁기 분야에서도 스팀 트롬 알러지케어 등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세탁기 분야에서 6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트롬(TROMM)’은 미국 메이저 유통 업체인 베스트 바이(Best Buy), 홈 디포(Home Depot)에 진출했으며 JD파워에서 1위를 차지해 자타가 공인하는 최우수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또 2007년 미국 드럼 세탁기 시장 1위(매출액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디지털 디스플레이(DD) 부문은 TV, 모니터, PDP 모듈, 프리즘 시트, 그린 시트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의 PDP TV는 명암비를 대폭 개선하고 수신율을 높인 6세대 수신 칩을 개발했으며 최근에 출시한 엑스캔버스 보보스는 전면에 글래스 필터를 적용해 프레임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 한 장의 유리와 같이 매끈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음질을 향상시키면서도 스피커를 보이지 않게 처리한 ‘인비저블 스피터(invisible speaker)’를 채택했다. 엑스캔버스 보보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인 2008년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풀 HD TV 라인업을 갖췄으며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인 44.7mm를 실현한 ‘스칼렛 슈퍼슬림’을 선보였다.디지털 미디어(DM) 부문은 PC, 노트북, 광스토리지, DVD 플레이어, HDD, 오디오, 텔레매틱스, PDA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노트북 X노트 시리즈는 슬림 디자인과 강력한 기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초 듀얼 코어 노트북,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내장 초경량 서브 노트북 등을 개발해 노트북 PC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오디오 업계의 세계적 거장 마크 레빈슨이 직접 튜닝한 LG전자 홈씨어터 시스템은 풀 HD급 영상 출력을 지원하는 생생한 화면과 풍부한 입체 음향으로 세계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LG전자는 1987년, 1989년 두 차례의 노사 분규를 겪었다. 1987년에는 10일 동안의 노사 분규로 888억 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지만 1989년에는 36일이라는 기록적인 조업 중단으로 창사 이후 가장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LG전자는 1993년 기존의 수직적 개념의 ‘노사 관계’ 대신 수평적 개념의 ‘노경 관계’라는 LG전자만의 고유 개념을 도입했다. LG전자 노경은 1990년 이후 19년 연속 무분규 임금 교섭 타결의 전통을 이어오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경 공동 사회 공헌 기금 조성 및 사회봉사단 활동 등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