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송용 유류 소비 8.1% 절감. 원유로 환산하면 2200만 배럴.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11%를 인수한 콩고 엠분디 광구(연산 160만 배럴 생산 광구) 14개 분량. 국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연비를 평균 10% 높였을 때 어느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생기는지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산한 결과다.지난주 정부는 배기량에 관계없이 연비 1등급 차량에 경차와 똑같은 세제 혜택(개별 소비세 취득·등록세 공채 매입 면제)을 주는 방안을 놓고 부처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형차 부문에서도 고(高)연비 차량 보급을 늘리는 방안을 기존 ‘경차 활성화’ 정책과 병행하기로 한 것은 평균 연비 10%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자가용 승용차 10부제를 강제 시행했을 때 수송용 유류 소비는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하철·버스 이용률 20% 증가(2.4%), 철도 여객 수송 분담률 10% 증가(1.7%), 하이브리드 승용차 30% 보급(3.7%) 등 다른 교통 에너지 절감 대책 그 어느 것을 따져 봐도 ‘평균 연비 10% 개선(8.1%)’만한 효과를 가진 게 없다.정부는 지금까지 배기량이 낮은 경차에 세제 혜택을 집중했다. 경차 비중을 높이는데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패턴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6년 기준으로 800cc 미만인 ‘경차’ 보급률이 9.6%에 그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경차 범위를 1000cc 미만으로 확대했지만 과연 기존 중·소형차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녹색교통운동에 맡긴 ‘경차 이용 실태 분석 및 효과적인 활성화 대책’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차 보유자의 47.1%가 가구당 승용차를 2대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 평균이 31%니까 경차 오너 상당수는 세제 혜택을 받고 ‘세컨드 카’를 구입했다는 의미다. 기존 중·소형차를 배기량이 낮은 경차로 대체해 에너지 소비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에서는 한참 빗나간 결과다.이와 함께 자동차 구입 또는 교체 시 희망하는 자동차 종류를 물었더니 중형차가 35.6%로 가장 높았고, 소형차는 19.4%, 경차는 9.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용역 보고서는 “한국의 수송용 에너지 소비 구조의 취약점은 소형차를 타던 사람이 중형차로 올라가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차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지만 중·소형차 부문에서도 고연비 차량 보급을 늘리는 정책을 같이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고연비차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렸을 때 국내 자동차 업계가 그 과실을 챙길 기술 수준도 충분히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과거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에 세제 혜택을 줬을 때는 국내 기술 여건이 성숙하지 못해 설비 수입만 늘렸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자동차 분야는 다르다는 얘기다.한편 정부는 지난 4월 28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에너지 바우처 도입’ ‘유가 보조금 기간 연장’ 등 유가 급등에 따른 보완책을 내놨지만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할 대책이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비 1등급 차량에 세제 혜택 도입을 서둘러 수송용 에너지의 소비 효율이라도 우선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부처 협의로 시간만 보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이원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경차 위주의 판매 구조를 만드는 정책과 동시에 경차를 탈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세제 혜택으로 고(高)연비 차량에 소비자 수요가 집중되면 굳이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연비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차기현 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