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잉그라운드에서

골프장에서 오너를 뽑고 첫 번째 플레이어가 티샷을 준비할 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행 모두가 티잉그라운드(티마크 선상에서부터 뒤쪽으로 두 클럽 이내의 공간)에 올라가 상대의 볼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상대가 볼을 치면 ‘굿샷’이나, 혹은 안타까움으로 라운드를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매너가 제로인 골퍼들이다.티잉그라운드는 플레이어만 순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안전과 코스 보호 때문이다. 잔디는 밟지 않을수록 성장이 좋아진다. 티잉그라운드를 4명 모두가 일시에 사용한다면 그곳의 잔디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다른 장소에 비해 4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또 한 가지,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는 골프장에 따라 들고 나는 출입구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면 반드시 그 길을 사용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고 티마크만 별도로 있다면 티마크 후방으로 들어서고 나와야 한다.길어야 한 뼘 정도 되는 티마크 선상에서 배꼽(?)이 나오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뒤쪽에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티업(Tee Up)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골퍼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 티잉그라운드를 벗어나면 2벌타를 받고 티잉그라운드 내에서 3번째 샷을 해야 한다.티샷 후에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티샷이 일단 페어웨이 중앙으로 간다면 1번 홀은 50% 이상은 안전하다. 여기서 공격적으로 세컨드 샷을 해서 버디나 파를 잡을 수도 있고, 적어도 보기는 할 수 있다. 만약 첫 티샷에 너무 긴장해 OB가 났다든가, 타핑볼(Thinshot)이나 뒤땅(Fatshot) 등의 미스 샷을 했을 경우에 우리는 오만가지 상념에 휩싸인다.첫 티샷이 만족스러운 경우에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날의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처음의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 더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첫인상이 좋으면 인간관계는 반 이상 성공이다.골프의 실력보다 동반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첫인상을 주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매너다. 만약 상대방이 첫인상에서 비호감을 받았다면 그 첫인상을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의 비용은 처음의 5배 정도라고 한다.심리학 이론에 ‘초두효과’란 것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처음에 보고 느낀 것에 강하게 자극 받는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보이는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골프 매너를 갖추기 위해서는 골프 실력과 마찬가지로 많은 훈련과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인간관계에 있어서 첫인상의 호감도는 상대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고, 비즈니스 관계라면 그 호감도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정확한 골프 룰과 골프 매너로 동반 플레이어와 즐겁고 유쾌한 라운드를 시작하자.약력: 명지대 졸업. 크리스탈 밸리CC 총지배인. CEO 역임. 지금은 골프 컨설팅사 대표이며 이미지 메이킹 강사로 활동 중.최성이·골프 매너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