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기대치로 보자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지난 3편으로부터 무려 19년 만에 나온 새 시리즈다. 제작 과정은 비밀에 부쳐졌고 스토리 라인 또한 좀체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굳은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건 해리슨 포드가 흔쾌히 돌아왔고, 현대 미국 영화의 전설이나 다름없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오랜만에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의 주제곡이 흐를 때마다 마치 조건반사처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수많은 팬들은 그저 개봉이 되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일이었다.그 기대에 값하기 위함일까. 드디어 공개된 4편은 인디아나 존스가 나이 들었다고 해서 좀체 움츠리지 않는다.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는 달리고 또 달리고, 채찍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부리며, 적들이 가득 찬 트럭 속으로 몸을 내던지길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4편을 위해 오래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일까. 해리슨 포드가 상반신을 보여주는 장면은 보너스다.‘트랜스포머(2007)’로 스타덤에 오른 샤이어 라보프의 출연도 반갑지만, 옛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의 어머니로 출연한 카렌 알렌(마리온 래번우드 역)에게 눈길이 갈 것이다. 시리즈의 1편 ‘레이더스(1981)’에서 인디아나 존스와 연인 사이였던 그들이 다시 만나 사랑싸움을 반복하는 건 유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관건은 끊임없는 추격 신으로 이뤄진 본 시리즈의 특성을 얼마나 살렸나 하는 것이다. 오토바이로 도서관을 질주하는 초반부의 추격 신에서부터 아마존의 오지를 지프로 쉼 없이 누비는 추격 신은 역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임을 웅변한다.비록 과거보다 CG 분량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지프 위에서 치고받는 배우들의 액션은 역시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보물의 성격이 이전 작품들과 맥락을 달리한다는 점이 올드팬들로서는 가장 큰 차이로 느끼겠지만, 현재의 젊은 관객들이 이전작의 향수가 그다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시리즈 특유의 롤러코스터 액션은 모든 세대로부터 합격점이다.▶월스트리트에서 숨 가쁜 나날을 보내는 조이(카메론 디아즈 분)는 “넌 너무 숨 막힌다”는 말을 들으며 공들여 온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아버지의 가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며 느슨하게 살아온 잭(애시튼 커처 분)은 “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기해 버리는 성격”이라면서 회사에서 잘린다. 인생의 중요한 끈을 잘린 남녀는 친구 한 명씩 대동한 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고, 기막힌 우연으로 만나게 된 조이와 잭은 술을 너무 마셔 급기야 결혼식까지 치른다. 다음날 깨끗하게 이별하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난데없이 터진 300만 달러짜리 잭팟 때문에 헝클어진다.▶박구(신구 분)는 이기적이고 퉁명스러우며 씩씩한 노인이다. 감옥과 가출을 밥먹듯 시도하는 아버지(김영호 분)가 간만에 선물한 방울토마토 화분을 품고 잠이 드는 박구의 손녀 다성(김향기 분)의 되바라진 말투 역시 평범한 천진무구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성의 아버지는 철거 보상금이 담긴 통장과 함께 사라지고 이웃들의 결사 투쟁에도 불구하고 철거는 당연히 진행되며 개발 업자는 물론 이들의 항의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박구와 다성은 이 개발 업자의 집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먹을 것이 가득한 저택을 안식처로 삼는다.▶저명한 범죄 심리학자 잭 그램(알 파치노 분)은 미연방수사국(FBI)을 도와 연쇄 살인범 존 폴스터(닐 맥도프 분)에게 사형 집행이 내려지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그러다 잭은 마치 폴스터에게 사주를 받은 듯한 익명의 범인으로부터 88분 뒤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전화를 받는다. 이제 잭은 평소 자신을 흠모해 왔던 학생 킴(알리시아 위트 분), 살해된 학생과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로렌(리리 소비에스키 분) 등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리고 동료 경찰과 주변의 모든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고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