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 3.6 4모션

폭스바겐의 파사트(Passat)는 국내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모델이다. 2005년 10월 2.0 FSI 모델로 국내 첫선을 보였지만 2007년부터 환경부가 ‘OBD(On-Board Diagnostics: 배출가스 자가 진단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면서 가솔린 차는 미국의 OBD 기준을, 디젤 차는 유럽의 OBD 기준을 마련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유럽 메이커의 가솔린 차량은 국내에서도 판매가 불가능해진 것이다.이 때문에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가 자랑하는 TDI엔진(디젤)을 파사트에 도입하며 마케팅을 집중했다. 올해 수입자동차협회장에 오른 폭스바겐 박동훈 사장은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장치도 아닌 안내 장치 OBD 때문에 유럽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저배기량 고출력 모델들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 저배기량 고출력 모델만큼 친환경 차가 어디 있는가. 이런 규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2006년 5월 출시된 파사트 2.0 TDI는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카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모은 모델이다. 국내에 생소했던 디젤 승용차를 정착시킨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쟁 차종들이 날로 고성능 모델을 쏟아내다 보니 파사트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면도 있었다. 투아렉, 골프 등 고성능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모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트리 차종인 중형 세단에서 성능을 어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2007년 11월 국내 출시된 3.6 4모션은 파사트의 이미지 업을 위해 도입된 모델이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은 터보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2.0 TFSI 모델도 출시해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파사트는 2.0 TDI 프리미엄/스포츠, 2.0 TFSI 프리미엄/스포츠, 3.6 4모션으로 총 5종이 됐다.일단 제원상으로 파사트 3.6 4모션은 최고 출력 280마력, 0~100km/h 가속 시간이 6.2초다. 페이톤, 투아렉 등 최고급형에만 적용됐던 4모션(폭스바겐의 사륜구동 브랜드)의 안정감까지 더해졌다. 그동안 3.6 4모션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데는 시승차가 3월에 나오는 바람에 각종 매체의 관심을 덜 받은 탓도 있다. 마침 시승을 한 날은 이슬비와 폭우가 번갈아가며 쏟아져 사륜구동의 안정감을 느끼기 좋은 조건이었다.스타일은 기존 파사트와 동일했다. 다만 18인치의 대형 휠과 이탈리아 명차에 쓰이는 피렐리(Pirelli) 타이어, ‘3.6 4MOTION’ 엠블렘이 차별화를 외치는 듯했다. 고성능 모델다운 스타일링의 변화를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실내는 간결한 폭스바겐식 인테리어가 느껴진다. 시트는 엉덩이 부분과 허리 부분을 살짝 감싸주는 세미 스포츠 버킷 시트가 적용돼 일반 세단과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운전 느낌은 육중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움직임에, 핸들의 무게감도 적당한 수준이다. 가속페달도 부드럽다. 일반 시내 주행에서는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가뿐하게 가지만 빈 도로에서 힘껏 밟자 중간에 미세한 유격이 ‘딸깍’ 느껴지면서 급가속이 이뤄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80km까지는 4.8초, 시속 100km까지는 6.2초 만에 도달한다. 브레이크 역시 부드럽게 밟히지만 가속 성능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가속 때 들리는 엔진 소리는 거친 쇳소리를 필터로 한 단계 거친 듯 부드럽다. 서스펜션의 느낌도 노면을 필터로 한 단계 거친 듯 가볍게 느껴진다. 유사한 엔진 성능에 사륜구동 모델인 인피니티 EX35와 느낌이 비슷했다.사륜구동의 느낌은 가속페달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전륜구동과 뒤에서 떠미는 듯한 후륜구동의 느낌을 적절히 섞은 듯하다. 사람은 기우뚱할지라도 급코너링에서도 차는 쏠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했다. 사륜구동을 인식하고 있어서인지 빗속 주행에서도 왠지 든든함이 느껴졌다.주차 브레이크는 핸들 방식도 아니고 페달 방식도 아닌 버튼 방식이다. 정차 중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위잉’ 소리가 나며 잠금 장치가 작동된다. 변속기 D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별도의 조작 없이 브레이크가 풀린다. 급경사에서 출발할 때 차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데 유용하다.오토홀드(Autohold) 기능은 차가 멈춘 것을 감지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능이다. 신호 대기 시 졸음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앞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오르막길에서 정차 후 출발 때 뒤로 밀리지 않도록 해준다. 벨트 프리텐셔너, 액티브 헤드레스트, 전방·측면·커튼 에어백 등 파사트 전 모델에 적용된 안전장치 외에 추가적으로 뒷좌석에도 사이드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고성능과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카오디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커 제조회사인 덴마크의 다인오디오(Dynaudio)가 적용돼 콘서트홀의 느낌을 재현해 주었다. 다인오디오는 현재 볼보 S80 최고급 모델에도 장착돼 있다. 올드팝, 피아노 연주곡, 뮤지컬, 최신 가요 등을 번갈아 틀어봤는데, 특히 뮤지컬 음반의 여주인공이 부르는 고음의 아리아는 마치 귓속에서 속삭이는 듯 감겨왔다. 음질이 일반 브라운관 TV를 보다가 HD TV를 본 것 같은 느낌이라는 평도 있었다.그렇지만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조절 키로 CD 트랙 넘기기가 되지 않는 것은 ‘옥에 티’였다. 내비게이션 모드에서 트랙을 넘기려면 볼륨 버튼을 한 번 눌러야 나타나는 오디오 선택 화면에서 직접 트랙 넘기기를 해야 해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우려가 있었다.내비게이션은 지니(Gini)맵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길 찾기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직진 경로에서 좌회전 차선에 멈춘 것만으로도 좌회전으로 경로를 재탐색해 줄 정도로 정밀한 GPS 감지 기능이 놀라웠다. 헷갈리기 쉬운 샛길은 ‘No’ 마크와 경고음으로 엉뚱한 골목길로 들어가지 않도록 알려주기도 했다.다만 원래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터치스크린이 잘 먹지 않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비단 이 차뿐만 아니라 이제는 수입차들도 최첨단으로 가는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와 손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