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지은 331㎡(옛 100평)짜리 콘도가 서울 강남의 83㎡(옛 25평) 아파트보다 싸다고?”최근 여배우 고현정이 필리핀의 고급 콘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331㎡의 콘도가 ‘고작’ 7억 원이라는 사실과 예상 임대 수익이 월 200만~300만 원선으로 ‘꽤’ 높다는 점에 눈을 반짝였다.고현정이 샀다는 콘도는 ‘필리핀의 강남’으로 불리는 마카티시티 인근 보니파시오 지역의 P타워로 알려진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선 그의 투자를 ‘좋은 선택’으로 보는 분위기다. 보니파시오는 필리핀의 상위 1% 부자들과 정·재계 인사, 외국인 주재원 등이 거주하는 부촌으로, 부동산 가격도 매년 10% 정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양을 위한 세컨드 하우스로, 임대 수익을 겨냥한 투자용으로 두루 적격이라는 평가다.이 소식은 한편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부동산 매입은 ‘이민’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요즘은 ‘세컨드 하우스’ 또는 ‘투자 상품’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2005년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특히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부동산의 인기가 높다. 휴양과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면서 일부 영어권 국가에선 자녀 교육의 기회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최근 5년간 11~44%의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거래에 규제가 많은 국내 대신 여러 가지 목적을 해결할 수 있는 해외 투자에 관심을 두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동남아시아는 2억 원 안팎의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 많아 수요층이 두텁다”고 말했다.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해외 부동산 취득 실적이 뚜렷한 증가세다. 기획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용 해외 부동산 취득 건수는 1월 95건에서 4월 154건으로 증가했다. 취득 지역은 동남아시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대규모 박람회 등을 통해 해외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기도 수월해졌다. 특히 내로라하는 세계적 디벨로퍼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들 디벨로퍼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 붐이 일기 시작한 한국은 ‘VIP’나 다름없다.지난 6월 25일부터 3일 동안 열린 ‘국제 아시아 부동산 투자 박람회’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형 디벨로퍼인 두바이프로퍼티, 타미르 등이 참여해 한국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났다. 아부다비의 타미르타워 등 4개 프로젝트를 소개한 타미르의 샤디 엘 무싸 씨는 “수백 명의 개인 투자자가 부스를 찾았다”면서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 투자 수익률 등을 검토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고 말했다.국내에 선보이는 부동산 상품들 종류 또한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필리핀의 콘도, 미국의 단독주택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두바이 업무 중심지의 첨단 오피스 빌딩, 태국 휴양지의 레지던스,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풀빌라 등이 실시간으로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되고 있다.요즘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 중 가장 ‘핫(hot)’한 아이템은 인도네시아 발리, 그리고 풀빌라다.‘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발리는 호주와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로, 연간 17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최근 들어선 세계 유수의 개발 회사들이 발리에 상륙, 앞 다퉈 대형 리조트를 지으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는 중이다. 세계 슈퍼 리치들의 세컨드 하우스를 발리에 유치하려고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반얀트리에 공사 중인 불가리 리조트의 경우 가장 규모가 작은 1 베드룸 타입의 가격이 1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성공리에 분양이 마무리됐다. 세미냐크 해변가의 C151빌라도 36가구 모두가 팔려나갔다. 이뿐만 아니라 짐바란베이, 웅아산, 파당바이 등 전망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호텔, 리조트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부동산 개발이 이어지는 발리에서도 풀빌라는 ‘블루칩’ 종목이다. 전용 풀(pool)을 갖춘 주택(villa)을 의미하는 풀빌라는 완벽한 프라이버시 보호 효과 덕분에 신혼 여행객과 유럽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눈길을 끄는 것은 ‘제2의 누사도아(서양인들이 즐겨 찾는 리조트 밀집지)’로 불리는 웅아산 지역에 지어지는 럭셔리 풀빌라 ‘샤또 드 발리’다. 개발사인 드림랜드리조트그룹은 지난 6월 23일 모델하우스 개관식을 갖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웅아산 샤또 드 발리는 왼쪽으로 반얀트리와 까르마 지역이, 앞 쪽으로 인도양이 펼쳐진 천혜의 리조트 입지에 위치해 있다. 총 8만8000㎡ 부지에 143㎡(1베드룸)~419㎡(4베드룸) 6개 타입의 풀빌라가 지어지고 있다. 특히 최고급 시설을 갖춘 메디컬 스파와 골프장을 함께 설계해 발리는 물론 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조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장을 총괄하고 있는 송장욱 사장은 “수영장 3개가 딸린 로열 펜트하우스는 이미 한 화교가 매입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발리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면서 “휴양과 투자의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고 소개했다.샤또 드 발리는 한국 내 분양을 시작하면서 ‘최초 5년간 연 8%의 운영 수익률 보장’과 ‘연간 21일 무료 이용’ 혜택을 제시했다. 단, 연간 1만2000달러(3베드룸 기준)의 관리비를 내야 한다. 소유권 형태는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토지 사용권인 HP(Hak Pakai)로, 20년 또는 25년마다 갱신 가능하다. 양도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등 세 부담이 없으며 매매 시 거래세로 5%만 내면 된다. 송 사장은 “HP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어 상속 및 증여도 가능하다”면서 “외국인 소유가 가능한 법률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프리홀드로 100% 소유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샤또 드 발리의 분양가는 38만5000(1베드룸)~72만8000달러(3베드룸) 수준이다. 현지 시세보다 30% 낮은 수준으로, 한국인에게 할인 분양 중이다. 또 총분양가의 40%를 현지 금융권에서 연 5~6%대의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어 실투자금을 2억 원대로 낮출 수 있다.UAE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발 붐의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수도 아부다비가 전 세계 유동자금을 빨아들이는 이슈 지역으로 급부상했다.최근 열린 국제 아시아 부동산 투자 박람회에선 이례적으로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대거 소개됐다. 두바이프로퍼티, 타미르, 하이드라프로퍼티 등 대형 개발사들이 한국 내 사업 파트너와 개인 투자자 모집을 위해 부스를 열었기 때문이다.박람회를 찾은 투자자들은 두바이의 투자성을 가장 궁금해 했다. 타미르 프로젝트의 한국 대행사인 비엔씨의 김현국 실장은 “이미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묻는 투자자가 많았다”면서 “두바이의 경우 전체 개발 계획의 10% 정도만 진척된 상황이어서 여전히 미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두바이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세이크 모하메드가 “400만 명인 UAE 인구를 2015년까지 10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투자 타이밍이 늦지 않았다는 설명이다.UAE의 투자 상품 중에선 오피스 빌딩이 눈길을 끈다. 두바이의 신흥 업무 중심 지구인 비즈니스베이에 위치한 플래티늄타워와 실버타워가 주인공이다. 두 빌딩은 첨단 시설과 외관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높은 임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두바이의 업무용 빌딩 시장은 높은 임대료 수준 때문에 상한선을 마련할 정도로 호황이다. 타미르의 샤디 씨는 “양도세, 임대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 거의 모든 세금이 면제된다”면서 “외국인 프리홀드를 인정하는 만큼 투자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이 밖에 괌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꾸준한 관심을 끄는 투자처로 분류된다. 괌은 미군 이전과 관련한 건설 사업이 맞물려 호텔과 콘도 등의 신축이 이어지고 있다. 괌 투몬베이에 있는 총 700실 규모의 루체마레 호텔&레지던스의 경우 단지 내에 국제학교가 있어 교육 목적의 투자 수요에 매력적이다.태국에선 파타야 인근의 휴양지 방사라이에서 리조트&레지던스 글렌아시아가 분양 중이다. 분양을 맡은 수띠차이 컬리어스인터내셔널 디렉터는 “개발사가 첫 2년 동안 임대 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한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아주 높다”고 밝혔다.앞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1억~2억 원으로 투자할 부동산 상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가 적지 않다. 게다가 지난 6월 2일부터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가 폐지돼 누구나 금액의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조건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밀어주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그 어떤 상품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늘 관리할 수 없는 먼 곳에 위치해 있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이승익 루티즈코리아 대표는 “해외 부동산은 ‘외환+부동산’이므로 투자 시 부동산의 가치 등락 외에 환율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달러당 환율이 1100원일 때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30만 달러에 구입했다면 향후 부동산 가치가 10%가 오른다 하더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소용없다는 얘기다.자신이 투자하려는 국가의 부동산 투자 관례와 법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의외로 많은 국가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건물의 소유권만 인정하고 토지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 리스홀드 제도를 병행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UAE에선 별도의 프리홀드(FreeHold) 지역을 지정해 외국인에게도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세금 제도도 간과할 수 없다. 투자 국가 현지에서는 과세하지 않아도 이익금을 국내로 들여 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양도세가 없는 두바이에서 부동산을 매도하고 국내로 양도 차익을 들여올 경우 국내의 양도세율 부과 기준에 따라 세금을 징수한다. 올 초부터는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양도 차익에 따라 9~36%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한정국(56) 드림랜드리조트그룹 회장은 전 세계 개발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 번째로 많은 땅을 소유한 사람이다. 외국인 중에선 단연 첫손에 꼽힌다. 현지 언론에서 그를 견제하는 기사를 낼 정도로 그 파워가 막강하다.18년 전 발리에 건너가 목재업 등으로 돈을 모은 그는 지난 2005년 럭셔리 풀빌라 드림랜드를 오픈하면서 리조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인 신혼여행객이 많이 찾는 오션블루Ⅰ·Ⅱ를 건설했고 지금은 웅아산, 파당바이 지역에 세계 최고급 수준의 리조트 ‘샤또 드 발리’를 짓고 있다. 프랑스어로 ‘발리의 성’이란 뜻의 샤또 드 발리는 인도양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입지에 자리 잡고 있다.“인도네시아 부동산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44% 이상 상승했어요. 한국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지만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수준이죠. 특히 발리는 세계 유수 개발 회사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전 세계 부자들의 투자처가 됐습니다.”한 회장은 “발리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숨이 가쁠 정도”라면서 “발리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금지 규제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관광특구 지정 등 굵직한 이슈가 대기하고 있어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한 회장은 앞으로 자신이 소유한 땅을 적극 활용해 대규모 리조트를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의 골프장, 호텔, 리조트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드림랜드리조트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한 회장은 “샤또 드 발리는 고국에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정성들여 짓고 있다”면서 “발리 이주 18년 만에 직접 만든 부동산 상품을 소개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2012년까지 4.3배 성장한다.”모하메드 빈브렉 두바이프로퍼티 최고경영자(CEO)는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피크가 지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항상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왔고 경기 침체기에도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지난 6월 25일부터 열린 ‘국제 아시아 부동산 투자 박람회’ 참석차 내한한 그에게 두바이 부동산의 이모저모를 물어 보았다. 두바이프로퍼티는 UAE의 대표적 디벨로퍼 가운데 하나로, 세계 최대 규모의 주거 단지인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를 비롯해 비즈니스 베이, 컬처 빌리지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안정적이며 장기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투자 환경은 여전히 좋다. 2012년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4.3배, 건설 시장에서 6.5배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두바이 정부도 투자자의 확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10년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인구가 매년 8~9% 늘어나고 있다. 특히 24~35세의 젊은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엄청난 수요로 성장할 것이다.”“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 더 빌라, 그리고 무돈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는 1.7km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주거 단지다. 1차, 2차 분양 때 매진됐고 현재 3차 분양을 앞두고 있다.”“15%에 육박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주목해야 한다. 두바이 정부는 2015년까지 경제 규모를 지금의 두 배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도 이를 목표로 꾸준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간에 위치한 입지적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경쟁력 있는 환율, 특히 외국인 대한 개방 경제 체제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발리(인도네시아)=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