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포유

여름철 두통거리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놔두면 부패돼 냄새가 나고 세균이 번식한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더욱 심하다. 그렇다고 끼니때마다 내다버리는 것도 번거롭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경기도 안양에 있는 에코포유(Eco4U, 공동대표 최호식 이래환)는 이런 점에 착안해 음식물 처리기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에코포유는 지난 6년 동안 음식물 처리기를 연구해 왔다. 이런 노하우를 결집,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루로 처리되는 분쇄 건조 방식의 고성능 독립형 음식물 처리기 ‘이브(EVE)’를 출시했다. 지난 6월 말 신제품 발표에 이어 7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이브’는 음식물 처리 과정 및 안전 위해 요소 등을 음성과 디스플레이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말하는 음식물 처리기인 셈이다. 이 제품에 음식물을 넣으면 분쇄와 건조가 동시에 이뤄지며 완전 건조되면 처리된 결과물이 가루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부피를 10분의 1 정도로 줄인다. 또한 싱크대 내장형 빌트인 제품이 아닌, 독립형 제품이면서도 국물까지 처리할 수 있다. 국물을 따로 버리고 짜내야 하는 불편을 해결함으로써 찌개류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회사의 최호식(39) 대표는 “이브는 건조통과 배출함이 별도로 구분돼 있고 팬을 통해 공기를 처리기 내부로 유입하는데다 음식물 전용 필터를 사용함으로써 처리 중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밝힌다. 게다가 작동 중 언제라도 음식물을 추가 투입할 수 있게 했다. “배출함에 모인 가루 형태의 결과물은 한 달에 서너 번만 버리면 돼 건조통을 매일 청소해야 하는 불편도 줄였다”고 최 대표는 덧붙인다.최 대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양평 원주 등에서 소대장 중대장을 거친 뒤 대위로 예편했다. 대우정보시스템 전략기획 담당으로 일한 뒤 비행기가 조종하고 싶어 대한항공 조종 훈련생으로 1년가량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엠에이컴의 마케팅 본부장을 거쳐 2002년부터 에코포유를 이끌고 있다.최 대표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출근길에 아내로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자신은 가물에 콩 나듯이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리지만 이날은 왠지 아내의 불편함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매일같이 냄새나고 비위생적인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고통을 생각하고 아내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특히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국물을 흘리거나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 민망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는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2006년 싱크대 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한 배수구 부착형 처리기인 ‘네오매직싱크’를 만들었다. 이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싱크대 배수구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압축 탈수 그라인딩 건조 배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 과정에서는 500g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50g 정도의 라면스프 형태로 배출된다. 주부 입장에선 밖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가지 않고도 간단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최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 음식물 처리기는 아주 간단한 제품이지만 내부를 보면 많은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다 냄새를 최소화하고 적당한 기능을 지닌 필터가 있어야 돼 쉽지 않은 제품”이라고 밝힌다. 그는 “특히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는 야채 육류 생선뿐만 아니라 마늘 파 등 각종 양념류 젓갈류 등 다양한 소재가 뒤범벅이 돼 있고 이들 간의 수분 함유율이 모두 다르다”며 “또한 건조 시간과 냄새도 달라 이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은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인다.최 대표는 “살모넬라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은 섭씨 100도 정도에서 30분 정도 가열하면 대부분 멸균된다”며 “에코포유 음식물 처리기는 섭씨 120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멸균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그는 진작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 제품 역시 가정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노디자인과 제휴, 디자인을 개발했다. 단순한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패션 감각을 갖춘 주방기기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번에 신제품으로 개발한 이브 역시 차별화된 제품이다. 최 대표는 “이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인공지능 음식물 처리기라는 점”이라고 덧붙인다. 음식물 처리 과정과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음식물 쓰레기 양에 따라 처리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음식물 쓰레기 양에 따라 처리 시간을 자동 조절해 최저 1시간에서 최고 5시간 안에 처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처리 시간을 없애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처리 중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며 도어 열림, 정전 등 동작을 멈추는 상황 발생 이후에는 이전 상황을 기억해 작동한다.그동안 분쇄 건조식 제품은 60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군으로 인식되면서 단순 건조식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브’는 분쇄 건조식이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인식을 깨고 30만 원대로 가격을 책정했다.최 대표는 “저가 정책으로 급속하게 확산되었던 단순 건조식 제품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처리 시간, 결과물 상태, 냄새, 사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분쇄 건조식 제품들이 앞으로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에코포유의 ‘이브’ 출시는 제품의 성능, 기능, 가격적인 측면에서 시장 흐름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에코포유는 그동안 최 대표가 혼자 회사를 이끌다가 지난 6월 (주)에이트리의 계열 회사로 편입됐다. 에이트리는 전자사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로 삼성전자를 거쳐 레인콤의 부사장을 역임한 이래환 사장이 경영하는 업체이며 이 사장은 에코포유에 대한 출자를 계기로 에코포유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최 대표는 음식물 처리기 판매를 내수 시장과 해외에 동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의 음식물 처리기 보급률도 아직 10%를 훨씬 밑돌만큼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 편리하고 위생적인 제품으로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다.이와 함께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김치냉장고의 경우 내수형 제품이지만 음식물 처리기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이 더욱 유망한 제품”이라며 “우선 일본과 유럽 시장개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또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 음식점 단체급식소 등 업소를 대상으로 한 대용량 음식물 처리기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제품은 한꺼번에 50~100kg을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신제품 신기술 개발을 위해 경기도 안양시 본사 내에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를 줄이는 기술을 비롯해 전용 필터의 핵심칩과 파쇄 절단 및 건조 기술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대표는 “건조된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하우스 난방용 연료 등으로 쓸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인터넷 카페를 통한 음식물 처리기 체험담 활동도 장려해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