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64)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전격 퇴진하고 후임으로 이윤우(62)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12년간의 ‘윤종용 체제’에서 ‘이윤우 체제’로 바뀌었다.그룹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퇴진하고 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한 만큼 조직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사장단 물갈이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의 후임자를 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 왔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12년째 삼성전자를 대표해 온 윤종용 부회장과 그룹 내 대표적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이 자진 사퇴한 것. 삼성그룹 관계자는 “윤 부회장과 이 사장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며 “특히 윤 부회장은 회사 차원에서 간곡히 만류했지만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윤우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했다.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반도체와 첫 인연을 맺었다. 기흥 공장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대 중반에는 일본 업체의 덤핑 공세를 이겨내며 반도체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황창규 사장이나 진대제 전 사장 등이 반도체 분야의 ‘스타 CEO’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부회장이 닦아 놓은 터전이 없었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5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대외협력담당, 기술총괄(CTO) 등의 업무를 맡았다.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거래처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과 활발하게 교유하며 외연을 넓혔다.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장단 보직도 연쇄적으로 조정됐다. 이기태(60) 기술총괄 부회장은 이윤우 부회장이 맡아온 대외협력담당, 황창규(55) 반도체총괄 사장은 기술총괄 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긴다. 권오현(56)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이동했고 임형규 종합기술원장 겸 신사업팀장은 신사업팀장만 맡고 종합기술원장 겸직에서는 해제됐다.삼성 특검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를 교체하기로 한 삼성화재 사장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경영지원팀장인 지대섭(55) 부사장, 삼성증권 사장에는 삼성생명 기획관리실장인 박준현(55)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삼성테크윈은 이중구 사장이 물러나면서 오창석(58) 부사장이 내부 승진했다.윤종용 부회장은 퇴임 후에도 고문으로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한 자문을 맡으며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소속 사회공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사장단 인사와는 별도로 삼성물산은 현명관(67) 전 삼성물산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현 전 회장은 측근을 통해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삼성 측으로부터 삼성물산 상임고문직 제안을 받아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그룹 관계자는 “이학수 윤종용 부회장의 동반 퇴진으로 삼성그룹의 경영 시스템은 각사 전문 경영인 체제로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은 윤 부회장의 퇴진으로 이윤우 부회장 중심 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금융 계열사들의 경우 최고참인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을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인사는 ‘이재용 시대’에 대비한 과도기적 체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윤우 부회장 체제는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던 이전 세대가 퇴진하면서 새로 등장한 만큼 이 전무가 해외 사업장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충실한 관리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굳이 평가하자면 이번 인사는 중폭 수준”이라며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장들을 연임시키면서 조직 안정과 쇄신을 동시에 추구한 인사”라고 말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