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3월 중 기존 주택 판매와 신규 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각각 2.0%, 8.5% 감소하는 등 주택 경기는 장기간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최근에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이러한 대외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2008년 3월과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6%, 27.0% 증가해 2007년 12월 14.8%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수출 급증세에는 다소 거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수출 가격을 끌어올려 이러한 가격 효과가 수출 증가율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 1분기 가격 효과를 제외한 수출 물량이 12% 증가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수출 호조를 가격 상승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수출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하는 원인을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주요 자원 부국에 대한 수출 확대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불안 요인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보유 생산하는 자원 보유국들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실제로 중동과 남미지역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의 사회 인프라 구축, 산업 다각화 추진으로 이들 지역의 자본재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급속히 증가해 금년 1~2월에는 자원 수출국들에 대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두 번째 요인은 아시아 지역의 미국 경제에 대한 탈동조화(decoupling)다. 미국 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타 지역,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유지됨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수출 지역 다변화에 성공해 대미국 수출 비중이 14%까지 하락한 반면 대개도국 수출 비중은 2007년 현재 전체 수출의 60.6%를 차지했다.셋째,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다. 2008년 들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4월 24일 현재 연초에 비해 7.6% 상승했고 달러화 대비 엔화는 동 기간 5.0% 상승한 반면 원화 가치는 6.0% 하락했다. 원화 약세로 인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선진 시장에 대한 수출도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2008년 1분기 중 대EU 및 대일 수출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8%, 13.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하반기 중 수출 증가세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화 약세 기조가 다소 진정되면서 상반기와 같은 수출에 미치는 환율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디커플링 현상은 하반기 중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 중 대미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들이 우선적으로 미국 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고 이들 국가의 경기 둔화가 아시아 국가들 중 일본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영향을 미치는 등 역내 수출 경로를 통해 순차적으로 지역 내 다른 국가로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미국 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하반기 중 가시화될 전망이다.2007년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던 내수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금년 들어 약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물가 불안, 일자리 창출력 약화 등으로 내수는 향후 둔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되며 경제성장률은 상반기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황인성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약력: 1963년 생. 85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87년 워싱턴대 경제학 석사. 94년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제학 박사. 94~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 해외경제실 수석연구원. 2007년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