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버스’

변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유의 영화는 대개 금방 답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돈(혹은 마약 등 표적이 된 물건)을 손에 넣은 주인공. 범죄 집단(또는 형사들)에 쫓기던 그는 매력적인 조력자를 만나 본격적인 도주 행각에 나선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던 사이 그(혹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해결한 그들, 마침내 쟁취한 돈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로맨스 느와르’라는 홍보 카피를 내세운 이탈리아 영화 ‘나이트 버스’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전에 단편과 CF, 다큐멘터리 등을 연출했을 따름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느와르와 로맨스의 리듬을 정확하고 능숙하고 부드럽게 넘나든다.세 살 때부터 은행을 털었다는 레이라(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 분)는 미인계와 마취약을 적절히 이용해 한 남자에게서 지갑과 여권을 갈취하는 데까지는 멋지게 성공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 기업의 비리를 담은 마이크로칩을 가지고 큰돈이 오가는 거래를 하기 직전이다. 멋모르고 마이크로칩과 돈다발이 가득한 가방까지 강탈한 레이라는 그 칩을 노린 노련한 마피아와 매번 손발이 맞지 않는 형사 콤비에게 쫓기는 지경에 이른다. 간신히 도망쳐 맨발로 올라탄 ‘나이트 버스’에서 마주친 이가 프란츠(바레리오 마스탄드레아 분). 도박 빚만 잔뜩 진 별 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도움이 절실했던 레이라는 그를 마음껏 이용해 먹기로 결심한다. 레이라의 절실한 눈동자에 넘어가 그녀를 자신의 집에 들이고만 프란츠. 도박 빚 때문에 가끔 친구에게 협박당하는 것만 제외하면 비교적 평탄했던 그의 인생이 완전히 꼬이는 순간이다.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든 다비데 마렌고 감독의 ‘나이트 버스’는 팔걸이에 손을 올려놓고 가끔 키득거리며 창밖 풍경을 구경하듯 그냥 즐기면 되는 영화다. 스릴에 유머에 로맨스까지 배합했지만 일부 욕심 많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지나치다 싶은 구석 없이 담백하다. 등장인물의 수가 적지 않은데다 그들의 관계가 처음엔 꽤 복잡해 보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플롯을 수긍할 만한 방향으로 끌어간다는 것도 영화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지암피에로 리고시가 각색 작업에도 참여한 영향이 아닐까 싶다.▶가족과 함께 플로리다로 이사 온 제이크(숀 패리스 분). 전학 온 학교에 자신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찍은 UCC 동영상이 퍼지면서 눈길을 끈 그는 바하(엠버 허드 분)의 초대로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녀의 남자친구 라이언(캠 지건뎃 분)과 맞붙는다. 그리고 처참하게 패배해 모욕을 당하지만 종합격투기(MMA)를 접하면서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액션을 버무린 하이틴 성장 영화.▶성경험 없는 남학생이 여자에 대해 알아간다는,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일본판 ‘아메리칸 파이’라고 할까. 아이바는 여느 반에 하나씩 있을 법한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고2학생이다. 학교에선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연구하는 동아리 활동에, 집에선 유일한 기쁨인 자위에 전념하던 그는 섹시한 사하나가 전학 오고 가슴 크기로 유명한 교코가 그녀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 복잡 미묘한 삼각관계에 말려든다. 원작은 일본판 ‘영 챔프’에 연재된 동명 코믹 만화다.▶‘가문의 영광’ ‘못말리는 결혼’ 등을 잇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결혼을 다룬 코미디. 졸부 아버지 아래 부족함 없이 자란 미모의 여대생 천연수(박정아 분). 웬만한 남자는 눈짓 몇 번으로 사로잡는 그녀에게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남자가 있다. 바로 뼈대 있는 가문의 3대 독자라는 이정도(박정우 분)다. 배경만 따지자면 결혼 기피 대상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와 덜컥 결혼한 그녀,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