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김영숙 원장 부부
“죄송해요. 목이 많이 쉬어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김영숙 가정문화원 원장의 목소리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쉬어 있었다. 5월이 가정의 달인 까닭도 있지만 요즘 들어 가정의 소중함과 그 행복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에 방송 출연을 비롯해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 부쩍 늘어 요즘 좀 무리를 했다고 한다. “당신은 좀 쉬어요.” 김 원장이 말을 할 때마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은 아내가 안쓰러운 듯 서둘러 말을 가로막고 나선다. 그런 두 이사장을 보며 웃음 짓는 김 원장. 과연 이들이 40년 넘게 부부로 산 이들이 맞는지 싶게 아직도 신혼인양 정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이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강연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한다.“대부분의 강연 주제는 가정의 소중함, 가정의 행복이죠. 이 때문에 우리는 함께 연단에 서서 아내는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은 남편의 입장에서 서로 이야기하듯 강연해요.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남편과 아내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죠.” 사실 이들 부부의 강연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연극,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현장감이 살아 있어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1년에 180회 이상 강연한다. 강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생활과 부부생활에 조언이 될 수 있는 칼럼 집필에다 남편 두상달 이사장은 (주)칠성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동시에 기아대책기구를 비롯한 여러 비정부기구(NGO) 단체에서의 왕성한 활동으로, 아내 김영숙 원장은 25년째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으로서의 활동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려대 경제학과를 다니던 청년과 이화여대 약대를 다니던 아가씨는 대학연합서클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얼굴만 알고 있기를 몇 년, 대학을 졸업하고 2~3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다시 만났고 그때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성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귀기 시작한 지 80여일 만에 두 사람은 부부의 인연으로 묶였다.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어왔고 아내는 집안 살림을 꾸려가며 그렇게 여느 평범한 부부들처럼 살았다. 돈 벌어오는 일에 바빠 서로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도 그게 문제인지도 몰랐다.“그런데 전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냥 모두가 그러고 사니까. ‘돈만 잘 벌어오면 됐지, 나 같은 남편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어요.”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지인이 실시하는 ‘패밀리 라이프 프로그램(Family Life Program)’ 세미나에 참여하게 됐다. 미국에서 갓 들어온 ‘패밀리 라이프 프로그램’은 건강한 가정, 건전한 가정 문화 확산을 위한 일종의 가정 상담 프로그램이었다.“세미나가 한창 진행되는데 갑자기 아내가 울더라고요. 그것도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완전히 대성통곡을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어요. 내가 문제 있는 남편이었다는 것을.” 아내는 통곡과 함께 자신이 상처받은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남편은 기억도 하지 못할 사소한 한 마디, 흔연한 표정 하나에도 아내가 상처받을 수 있음을, 또한 상처받아 왔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사는 데 문제가 없을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죠.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깨달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봐요.” 두 이사장은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아니 그들 부부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털어놓는다. 부부 모두 미국의 패밀리 라이프 프로그램의 창시자인 레이니 박사로부터 교육 훈련을 받고 부부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웠다.“부부 사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달라질 수 있어요. ‘당신 오늘은 유난히 예쁜데?’ ‘어, 오늘 저녁밥은 정말 맛있는데?’ 이런 사소한 칭찬 한마디에도 아내들은 행복할 수 있음을 남편들은 너무 몰라요. 아내들도 그래요. 남편들은 자신을 위해주는, 존중해 주는 아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데 그런 점을 아내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죠.” (두상달 이사장)“서로가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거든요. 그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정생활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어요.”남편이 변하자 아내가 행복해졌다. 부부가 행복해지니 자녀들도 행복해졌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변화를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깨달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강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가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거쳐 1993년에는 정식으로 ‘가정문화원’을 설립했다.“우리가 꿈꾸는 건 바로 행복한 가정, 건강한 직장, 건강한 사회예요. 실제로 지금 가정 해체에 따른 사회 문제들이 너무나 많잖아요. 그저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가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죠. 우리가 가정문화원을 설립한 것도 바로 그런 노력과 공부를 돕기 위해서죠.”가정문화원이 하는 일은 많다. 정부기관 및 기업, 유관 단체 등과 협력해 건강한 가정 문화 확산 캠페인을 전개하는가 하면 부부행복학교, 결혼예비·신혼부부학교, 시니어부부학교, 가정행복특강 및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건강한 가정 문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전화, 면접 등을 통해 가정 및 부부 문제 상담도 한다.얼마 전에는 그동안의 강연 내용들을 엮은 ‘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이들 부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가정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하려고 한다.“책 제목은 남편이 직접 지었어요. 기업도 올바른 경영이 필요하듯 가정도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에서요. 우리는 종종 함께 주례를 서는 데 주례를 설 때마다 주례사로 ‘싸우지 말라’가 아니라 ‘잘 싸우면서 살라’고 해요. 잘 싸우기 위해서는 물론 현명하고 올바른 싸움의 방법을 알아야 하고요. 그 현명한 싸움을 위한 비법부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조언들을 실었죠.”당연히 이들 부부도 부부 싸움을 한다고 한다. 행복한 가 정문화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부부이지만 남자와 여자인 까닭에, 남편과 아내인 까닭에 종종 싸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우리는 종교가 같기 때문에 매일 밤 함께 기도해요. 이건 우리만의 방법이고요. 각자의 가정 상황에 맞춰 현명한 방법을 찾는다면 부부 싸움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들 부부는 오늘도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싸우면서 살자. 사랑하면서 살자. 행복하게 살자”고. 왜냐하면 행복한 가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두상달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이론경제학 석사. (주)칠성산업 대표이사(현). 기아대책기구(IDI) 이사장(현). 가정문화원 이사장 겸 가정생활 특강 부부 강사(현). 저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십니까’ ‘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김영숙 이화여대 약학과 졸업,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 박사. 안양교도소 교정위원(현).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현). 가정문화원 원장 겸 가정생활 특강 부부 강사(현). 저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십니까’ ‘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김성주·자유기고가 helieta@empa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