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 관계는 아직도 대립적이고 경직적이라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IMD(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원)의 2008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 관계 경쟁력은 55위로 2003년 이후 6년 연속 조사 대상국(55개) 중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다.반면 구체적인 노사 관계 지표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2007년 노사 분규 발생 건수가 115건으로 1998년 129건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 결과 근로 손실 일수도 많이 줄었다. 또한 기업 현장에서는 노사 협력 사례가 부쩍 늘어 144개 사업장에서 노사 협력 선언을 하는 등 점차 노사 관계가 개선되는 추세다.이를 보면 과거의 ‘제 살 깎기’식 대립적인 노사 관계에서 벗어나 노사가 파트너로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산업 현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어 노사 관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런 점에서 ‘상생’의 협력적 노사 관계 단계로 도약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그러나 사람들은 협력적 노사 관계가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쉽게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노사 관계가 좋아지고 기업 성과로 이어져 상생의 길로 가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노사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는 불편한 사례들을 보면 대립적 노사 관계가 기업 성과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 그 반대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우선 노사 관계가 협력적일수록 혁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주목해 보자. 혁신이 그 속성상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 관계가 협력적이면 상대적으로 혁신하기 쉽다. 최근 영국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데이비드 멧칼프 교수는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 혁신적 인적 자원 관리 제도가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패널 조사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그 연결고리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협력적 노사 관계→ 혁신적 HRM(인적 자원 개발) 제도 도입→ 기업 성과 제고’라는 관계가 보이는 것이다. 노사 관계가 협력적일수록 혁신적 HRM 제도를 많이 채택하고 또 그러한 혁신적 HRM 제도를 많이 활용할수록 기업 성과가 높아지는 관계가 통계적으로도 유의하게 나타난다.노사 관계 분위기가 좋은 기업일수록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업무 개선 제안 제도 등을 적극 도입했고, 고성과 기업들은 경력 개발 제도, 우리사주제, 전사적 품질 관리 프로그램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결국 협력적 노사 관계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본 토양이며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결국 노사 간 신뢰가 제일 중요한 변수가 된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한다. 노사 간 신뢰는 만들기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노사가 합의한 기본과 원칙에 대한 준수 의지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진다.여기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노사 관계와 기업 성과의 관계가 선순환 고리로 이어지려면 노사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실감해야 한다. 그래서 노사 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또한 노사 간 이견이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이면서 일상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평소 자주 만나서 의사소통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사 간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함으로써 노사 협력의 성공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 그것이 중요하다.약력: 1968년 서울 출생. 89년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경제학 석사.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 입사. 2006년 연세대 경제학 박사.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