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기업 사회 공헌
행복도시락 성남점에서 도시락을 배달하는 박인권(가명) 씨. 교도소에 들어가면 술을 마시지 않을 것 같아 행인을 때리고 교도소까지 들어갔지만 출소하자마자 술집으로 달려갔던 그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알코올 중독자였다.그런 그에게 예순이 넘어 꿈이 생겼다. 술을 멀리하자 그 자리에 행복이 찾아든 것이다. 평생 고정 수입 없이 생활해 왔지만 요즘엔 꼬박꼬박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가져다주니 신혼이 따로 없다고 한다.그 행복의 중심엔 ‘행복도시락’이 큰몫을 하고 있다. 행복도시락이 그에게 배달 일자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행복도시락은 매일 결식 이웃에게 영양가 있고 위생적인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으로, SK텔레콤이 SK그룹의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다.지난 2006년 시작된 행복도시락 사업을 통해 박 씨와 같이 새로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벌써 500명이 넘었다. 전국 29개 급식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 중 3분의 1은 실업 기간이 2년 이상인 사람들이고, 또 전체 근로자 중 50% 이상이 여성 가장이다.SK텔레콤은 또 지난 6월 9일 취약 계층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요리 전문 교육 프로그램 ‘해피 쿠킹 스쿨’을 열었다. 3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해 12월까지 열리는 교육과정이 끝나면 인턴십을 연계해 취업이나 창업을 돕고,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소믈리에 등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거나 조리전문대학 등에 진학할 때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열린 ‘해피 뮤직 스쿨’ 역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클래식 음악 수업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의 꿈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이처럼 단순 지원 및 기부가 아니라 소외 계층의 자활·자립을 추구하는 사회 공헌 활동이 SK텔레콤 사회 공헌의 모델로 점차 정착돼 가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철학인 ‘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SK의 사회 공헌 원칙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국내 주요 202개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지출액은 1조8000억 원이 넘었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평균 0.3%로 2005년 0.2%보다 0.1%포인트 늘었다. 계속사업이익 대비 비율도 2005년 2.0%에서 2006년 2.7%로 늘어났다. 이런 지출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양적인 팽창은 질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단순히 돈이나 물자를 내놓는 기부형, 시간과 노력을 나누는 참여형을 넘어 SK텔레콤의 행복도시락처럼 이웃과의 ‘상생형’을 목표로 발전하고 있는 것. 또 특색 있는 활동으로 기존의 사회 공헌 활동의 사각지대를 채워 주는 ‘틈새형’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은 행복도시락과 함께 기업의 대표적인 ‘상생형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는다.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간병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환자를 무료로 보살펴주고 있다. 간병인으론 취약 계층이 취업한다.CJ나눔재단과 KT IT서포터즈는 의미 있고 실효성 있는 사회 공헌 활동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나눔재단의 ‘도너스캠프’는 지역아동센터나 공부방 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제안서를 홈페이지에 올리면 개인 기부자가 지원하고 싶은 교육 활동을 선택해 기부한다. CJ나눔재단은 여기에 개인 기부자의 후원 금액만큼 추가로 기부한다. 현재 도너스캠프 후원을 받는 기관은 700여 곳, 홈페이지에 등록된 개인 기부자는 4만7000명에 이른다.KT는 올해 2월 사내 정보기술(IT) 전문가로 400여 명이 참여하는 ‘KT IT 서포터스’를 꾸려 ‘IT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IT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IT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IT 교육 기회를 주고, IT를 통해 사업 역량 강화를 원하는 기업에는 관련 컨설팅을 해 주는 것이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