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 단계 재개발 투자

버블 세븐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다. 최근 공급된 GS건설의 반포자이(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일반 분양 물량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3100만 원을 웃돌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작은 크기인 84㎡(25평)의 분양가가 7억7000만 원선에 달해 아예 ‘범접’을 포기한 무주택 수요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분양가가 다소 낮은 편인 강북 유망 지역 아파트의 청약 환경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웬만한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50점을 훌쩍 넘는 데다 경쟁률도 높다. 자녀가 없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라면 당첨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청약 가점 상관없이, 높은 경쟁률과 고분양가를 피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관리처분계획인가(이하 관리처분) 전후의 재개발 지분을 매입하면 된다. 서울 시내 주요 재개발 구역 가운데 최근 관리처분 단계 전후에 있는 곳은 40여 군데에 달한다.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걸쳐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들이다.관리처분은 재개발 사업 과정 가운데 막바지 고개이자 클라이맥스다. 온갖 이해관계가 얽혀 10년 이상 끌기 일쑤인 지루한 재개발 사업도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면 ‘총정리’를 거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합원 분양 자격,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던 자산의 평가액, 추가 부담 비용 및 투자 수익 등 민감한 사안이 모두 결정돼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기다.‘재개발 뉴타운 관리처분의 정석’을 펴낸 부동산J테크 조건희 씨는 “관리처분은 재개발 사업의 결실을 보는 시기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면서 “이 단계에 투자하면 투자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투자 기간도 2~3년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관리처분 단계의 재개발 지분 투자는 장점이 많다. 우선 사업 지연에 따른 리스크가 거의 없다. 보통 재개발 사업은 각 단계별로 조합원 의견 충돌, 조건 미비 등의 이유로 지연되기가 일쑤다. 하지만 관리처분 단계는 재개발 사업의 막바지인 만큼 이전까지 진행돼 온 사안이 무산되는 등의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 또 관리처분 이후 바로 착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아파트 분양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2~3년만 기다리면 새 아파트 입주가 가능한 것이다.조합원이 기존에 갖고 있던 부동산의 평가액과 추가 부담금 규모가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전체 투자금 규모와 자신의 자금 계획, 향후 수익률 예상치까지 도출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 관리처분 단계에 가서야 재개발 사업이 명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올해는 서울 시내 재개발 구역 가운데 관리처분 단계에 진입하는 곳이 꽤 많다. 동작구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중구 등 강남권 수요자들도 관심이 높은 ‘알짜 지역’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 지역의 재개발 지분 가격이 강남 뺨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제거돼 프리미엄이 잔뜩 붙기 때문이다. 지분 3.3㎡당 50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은 곳이 적지 않다.그러나 여기에도 틈새 상품이 존재한다. 추가 부담금 조달이 어려워 막판에 지분을 내놓거나 동·호수 추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내놓는 ‘실망 매물’이 그것이다.재개발 구역은 관리처분 이후 추가 부담금 규모를 확정하게 된다. 조합원은 추가 부담금의 10~20% 정도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중도금 및 잔금으로 나눠 납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단계에서 계약금이 부담돼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나온다. 조합원이 소유한 지분의 평가액이 낮게 책정돼 추가 부담금이 예상보다 많아졌거나 원래 입주할 생각이 없었던 원주민이 착공 직전에 지분을 내놓는 것이다.동·호수 추첨 후 나오는 실망 매물도 적지 않다. 불광 7구역에서는 지난해 8월 동·호수 추첨 이후 저층에 배정된 조합원 지분이 대거 출시됐고 개중에는 프리미엄이 없는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114 백승지 씨는 “급하게 내놓는 매물이다 보니 시세보다 싼 게 특징”이라면서 “착공에 들어가기 직전이나 동·호수 추첨 직후에 급매물이 많이 나오곤 한다”고 밝혔다.재개발 틈새 투자를 위해선 우선 관리처분 일정과 동·호수 추첨 날짜를 알아두어야 한다. 또 이주 및 건립 가구수가 많을수록 급매물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동산J테크 조사에 따르면 6월 24일 현재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곳은 25군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농7구역, 아현3구역, 가재울뉴타운3구역, 불광7구역, 응암8구역 등은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건설될 계획이어서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전농7구역, 아현3구역, 가재울뉴타운3구역, 흑석5구역 등은 올 가을이나 내년 초에 동·호수 추첨이 있을 예정이다.성공적인 재개발 틈새 투자를 위해서는 부지런한 발품이 필수다. 입지 여건이 좋은 역세권 대단지의 경우 실수요가 늘 대기하고 있는 만큼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동·호수 실망 매물의 경우 ‘반짝 시장’으로 그치곤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부동산114 백승지 씨는 “관심 지역 중개업소를 미리 방문해 시세를 수시로 체크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