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채권 펀드 투자 전략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5.0%인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적게는 4.5%, 많게는 4.0%까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배경에는 앞으로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시중은행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신용카드 연체율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고 성장률도 지난해 4분기 대비 0.7% 성장에 그치면서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이다.물론 수출 경기만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4월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27%나 늘어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기업이나 이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경기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서비스업이나 건설업, 유통업, 음식료업 등 내수 관련 기업들의 사정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게다가 소비자들은 이미 빚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득의 20%가량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기름 값이 오른 데다 생필품 가격 상승까지 더하면 여행이나 외식, 가구나 전자제품 소비 여력이 가장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내수 위축이 빠른 속도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내수 경기의 대표 격인 건설 경기는 이미 악화된 상태다. 새 정부 들어서 주택 및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되고 건설업도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지방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선제적 통화 정책, 즉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기대감에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기에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채권 시장에서 형성되는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일수록 기준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해 비교적 높은 확률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주로 투자했던 금융상품이 미국의 2년 만기 국채였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개인들의 채권 투자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채권 투자는 주식 투자에 비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소매 채권 시장이 개설되면서 일반인들의 채권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 기대 수익률이 높고 위험 선호 성향이 강한 데다 투자 시계도 외국에 비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나마 적립식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투자 시계가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채권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채권형 펀드, 아니 그보다는 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인기다. 특히 6%대의 특판 예금이나 저축은행의 높은 수익률을 주는 금융상품이 눈길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이왕 안전하게 투자할 바에는 아주 안전한 단기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예금이나 CMA도 결국 채권에 투자된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대출이라는 형태로 채권에 투자한다고 볼 수 있고 직접 국고채나 회사채에 투자한다. 증권사도 CMA로 받은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유망한 채권형 펀드를 골라서 투자한다면 낮은 리스크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다는 점에서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고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할 수 없다. MMF나 CMA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채권형 펀드가 유리한 면이 있다. 자산 가격 사이클을 따라가는 투자자라면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 간의 투자 비중 조절을 통해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미국의 경우 자산 가격 사이클에 따라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간의 수탁액 비중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주식형 펀드와 MMF 비중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미국의 자산운용협회인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에 따르면 2006년 말 미국 전체 뮤추얼 펀드 중 MMF 비중은 23%였으나 2008년 3월 말 30%로 늘어났다. 채권형 펀드도 14%에서 15%로 늘어났다.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미국은 개인들의 금융자산 중 연금이나 보험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중을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금융 투자 문화가 성숙되면 채권형 펀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볼 수 있다.채권형 펀드들의 평균적인 누적수익률은 2004년 초부터 지난 5월 첫 주까지 21%에 이른다. 매년 거둔 수익률로 따지면 4.5%에 불과하나 누적 복리의 힘으로 20%를 넘는 것이다. 중국 펀드에 투자해 40% 넘는 수익을 거뒀다가 다시 반납한 것에 비하면 안정적 수익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그래도 좀 더 높은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채권형 펀드가 상당 비중을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나 정부 또는 공사가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에도 투자하고 원화표시채권에도 투자한다는 점에서 국내 채권형 펀드보다 좀 더 넓은 수익 기회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Morningstar) 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채권형 펀드 유형 중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위 10개의 채권형 펀드들의 지난 5년간 연간 수익률은 6~9%였다. 반면, 국제 채권형 펀드들은 9~14%, 이머징 마켓 채권형 펀드들은 15~19%의 수익률을 기록, 대형주 위주 성장형 펀드의 20~26%대에 못지않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미국의 예이긴 하지만 좋은 투자자가 좋은 펀드를 만든다는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국내 채권형 펀드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형 펀드 투자 비중도 높여서 안정적 수익과 함께 우리나라 펀드 산업의 발전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5월 초 해외 투자 펀드의 설정 잔액은 83조 원인데 이 중 채권형은 1조7000억 원으로 아직은 비중이 매우 낮다. 자산운용사가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투자자에게 좋은 수익의 기회를 가져다 주려면 수탁 규모가 커져야 리서치 인력이라든가 운용 조직의 전문화가 이뤄질 수 있는데 지금의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한계가 반영되듯 국내의 해외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미국의 해외 채권형 펀드에 못 미친다. 현재 수탁 규모가 가장 큰 해외 채권형 펀드는 ‘템플턴글로벌채권-자(A)’와 ‘템플턴글로벌채권-자(E)’로 5월 6일 현재 각각 2500억 원, 105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률 14.3%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오펜하이머 인터내셔널 본드 A 펀드(Oppenheimer International Bond A Fund)의 순자산(NAV) 9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플턴글로벌채권-자(A)’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8.47%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지난 1년간 유형 평균 수익률인 5.51%보다 높은 수준이다.지난해 이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해외 채권형 펀드 외에도 KB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채권형 펀드가 출시되고 있다. 이들 펀드들은 이머징 마켓 채권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최근 글로벌 신용 경색 완화 분위기와 이에 따른 이머징 마켓 채권의 가산금리 하락세 등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양진모·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myang@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