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원자재·곡물 가격 급등, 개인 서비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4월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4%대로 급등했다.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대를 기록한 것은 2004년 8월 4.8%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1월 3.9%, 2월 3.6%, 3월 3.9% 등으로 3% 후반의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마침내 4%대에 진입했다.식료품 등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1% 상승해 1월에 이어 다시 5%대로 진입했다. 농수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5%를 기록해 2001년 12월(3.6%)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생선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1%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4월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공업 제품이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4.1% 가운데 2.03%포인트가 공업 제품 때문이었고 이어 개인 서비스(1.45%포인트), 공공 서비스(0.50%포인트), 집세(0.20%포인트) 등의 순이었다.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파(68.8%) 배추(41.7%) 감자(42.1%) 등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피망(마이너스 32.8%) 사과(마이너스 15.2%) 등의 하락으로 0.2% 낮아졌다. 반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 여파로 금반지(46.6%) 등유(31.2%) 경유(30.4%) 자동차용 LPG(21.7%) 휘발유(11.5%) 등이 많이 올라 공업 제품은 무려 6.7% 상승했다. 집세의 경우 전세는 2.3%, 월세는 1.5% 각각 상승했다. 공공 서비스는 도시가스료 인상(14.5%) 등의 영향으로 3% 상승했고 개인 서비스(4.1%)는 해외 단체 여행비(10.4%), 유치원 납입금(8.4%) 등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정부가 가격을 집중 관리하는 주요 생필품 52개(이른바 MB물가지수) 중에서는 전달에 비해 30개 품목이 올랐고 9개 품목은 내렸으며 13개 품목은 변동이 없었다.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물가 관리 목표를 당초 3.3%에서 3.5%까지 올렸지만 이마저도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계절적 요인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 것에서도 고물가 구조 고착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원자재 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근원물가지수가 많이 올라 3분기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머무르다 연말쯤에나 가서야 조금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꽤 오랫동안 구조적인 고물가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환율 상승도 이 같은 물가 상승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정부는 올 한 해 3.5% 수준에서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3.3%라고 했다가 최근 대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조금 올린 것이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52개 생활필수품을 따로 지정해 중점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양파(전월 대비 19.0%) 돼지고기(13.1%) 등유(11.9%) 고등어(9.5%) 등이 계속 올라 정부 대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확대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52개 생필품 품목의 물가를 관리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실무 비서진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가 세세한 것까지 피부에 와 닿게 일일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