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로 달라지는 세상

24개 인공위성으로 ‘부처님 손바닥’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 국방부가 개발했으며 공식 명칭은 ‘내브스타 GPS (NAVSTAR GPS)’다.GPS는 초기 무기 유도 등 군사용 목적을 위해 개발됐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미국은 스푸트니크에서 송신되는 전파를 모니터링했다. 미국은 위성 고도에 따라 전파 주파수가 바뀐다는 점에 착안해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최초 위성항법체계 트랜싯(Transit)을 1960년 시험했으며 1978년 GPS 최초 위성인 ‘블록-I’를 발사해 군사용으로 사용했다. 이후 GPS는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수요에 따라 항법, 측량, 지도 제작 등 민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GPS는 지구 위에 떠 있는 24개 이상의 인공위성에서 발신하는 마이크로파를 GPS 수신기로 받아들여 위치를 파악한다. 최소한 세 개 위성과의 거리와 각 위성의 위치를 알게 되면 삼변 측량 같은 방법을 이용해 수신기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GPS 위성은 미국 공군 제50우주비행단이 관리하고 있다. 노후 위성 교체와 새로운 위성 발사 등 유지와 연구,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연간 약 7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GPS는 전 세계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모든 GPS 기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흔히 길을 잘 모르고 잘 찾지 못하는 사람을 ‘길치’라고 한다. 한번 가 본 길인데도 기억하지 못해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길을 묻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길치는 사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단어로 바뀔지도 모른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GPS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GPS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부분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50만 대가량이 판매된 내비게이션은 올해도 180만~200만 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비게이션 보급이 늘어날수록 GPS 관련 제품 가격은 낮아지고 관련 서비스들은 더 생겨난다.휴대전화에도 GPS 장착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제품에 GPS가 탑재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3G(3세대) 휴대전화에 원칙적으로 GPS 기능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GPS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이유는 긴급 사태 발생 시 휴대전화 소유자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직 한국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GPS 탑재가 의무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GPS 탑재 제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개인용 GPS 보급이 늘어나면서 등산 등 레저 부문에서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산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길을 잃어버리는 일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국내 업체 큐리오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티니 F’는 MP3 플레이어 크기에 GPS 기능을 접목한 등산 및 레저 전문 GPS다. 일반적인 지도뿐만 아니라 등산객을 위해 전국 산길 데이터베이스를 내장하고 있어 산악인들에게 좋은 호응이 예상된다. 티니 F는 GPS 기능뿐만 아니라 MP3 파일 및 동영상,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 기능까지 제공해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이전에도 가민(Garmin) 등 GPS 전문 업체가 내놓은 아웃도어용 GPS 제품이 있었지만 가격대가 100만 원대로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티니 F는 20만 원대 초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내 및 해외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위치 기반 솔루션 전문 업체 로드그룹(ROAD Group)이 오는 10월 출시할 GPS 솔루션 ‘마이가이드(MyGuide)’는 GPS, 고어텍스 재킷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는 제품이다. 마이가이드는 스포츠 의류 업체 오닐(O’Neill)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며 제품 사용자는 스키복 안쪽 주머니에 내비게이션을 넣은 뒤 재킷에 있는 버튼으로 현재 위치 기록, 멀티미디어 등을 감상 할 수 있다. 재킷 모자에는 스피커가 장착돼 스키를 탈 때에도 음악을 듣거나 위치 정보 안내를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손목 부분에 장착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 위치 정보와 길 안내 등이 시각적으로 표시된다.디지털 사진과 GPS 정보를 연동해 사진 찍은 위치를 표시해 주는 ‘GPS 트랙커’도 GPS 기능을 응용한 새로운 제품이다. 소니, 가민 및 국내 업체 큐비랩 등이 판매 중인 GPS 트랙커는 GPS 위성으로부터 시간, 위도, 경도 등 위치 데이터를 저장해 주는 제품으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디지털 이미지에 기록되는 교환 이미지 파일 형식(EXIF: Exchangeable Image File Format)과 연동해 PC 지도 프로그램에 사진 촬영 시간과 위치를 표시해 주는 제품이다. GPS 트랙커는 GPS 내비게이션에서 GPS 수신 및 데이터 저장 기능만 빼내 만들어 저가(10만 원 미만)로 이용할 수 있는 GPS 응용 제품이다.그동안 GPS는 위치와 길 안내를 중심으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위치 기반 솔루션(Location Based Service)과 결합해 지역 광고 및 특화 광고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특히 위치 기반 광고는 적시에 필요한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광고주에게는 높은 광고 노출 효과를, 소비자에게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광고 시장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사용자 정보와 연동해 성별, 연령 등 보다 세심하게 구분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위치 정보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업체들도 위치 기반 시장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업체, 내비게이션 업체와 콘텐츠 업계 등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미 내비게이션 업계는 위치 기반 광고를 진행 중이다. 지도 소프트웨어 업체 엠앤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지도에 ‘알리고(알리GO)’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음식점, 숙박, 병원 등 1000여 개가량 주요 업체를 유료로 제공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엠앤소프트는 향후 위치 기반 광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와이브로를 이용한 위치 기반 광고 솔루션 등을 준비 중이다.아직 국내 시장에서 GPS 정보를 기반으로 한 광고 부문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지도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 부문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도 소프트웨어 업체는 위치 기반 광고주에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유료화도 추진 중이다.우리나라보다 빠르게 GPS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일본은 이미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NTT도코모는 GPS 정보를 이용한 골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는 골프장 내에서 골프공 위치를 GPS로 파악해 남은 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서비스다. 아디다스재팬은 조깅이나 마라톤 동호회원에게 자신의 주행거리 및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휴대전화 소지자에게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주요 음식점 및 매장을 소개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물론 GPS 정보가 꼭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 GPS 정보로 인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현재 국내 택배 회사 및 제약 회사 등 일부 업체는 영업사원들에게 GPS 기능이 내장된 PDA를 지급하고 시간마다 위치를 보고하게 하고 있어 지나친 감시와 통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기지국에서 분석한 신호를 통해 위치 파악을 했던 휴대전화의 경우 GPS를 이용하면 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 이런 문제들은 GPS를 이용한 서비스 보급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