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과 AC(평가센터) 방법 ⑤

대형 할인마트에서 사과를 고르는 어머니들을 생각해 보자. 그놈이 그놈 같은 수많은 사과들 중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맛있는 사과를 족집게처럼 골라낸다. 하지만 가끔은 ‘사과 고르기’에 실패해 아무 맛도 없는 텁텁한 사과를 냉장고에 장기 보관(?)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실패를 줄이고 항상 맛있는 사과를 골라내기 위해 우리는 보다 정확한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길이를 재보거나 무게를 달아볼 수도 있고 생산지와 유통 단계를 체크하거나 당도 측정기로 껍질 속까지 찔러 볼 수 있다.기업의 경우 맛있는 사과처럼 달콤한 성과를 안겨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평가센터에서는 앞서 설명했던 4가지 평가 요소 즉, 지식·기술 요소, 행동 요소, 조직 적합성 요소, 심리적 요소들의 특성에 따라 실행 과제(Simulation), 면접(Interview), 지필검사(Paper & Pencil Test) 등 세 가지 형태의 평가 도구를 선택, 조합해 사용한다. 물론 넓은 의미의 평가센터에서는 사용 가능한 다양한 평가 도구를 활용하지만 여기에서는 세 가지 구분에 따라 평가 도구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실행 과제는 평가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평가 도구다. 최대한 실제 회사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지원자가 입사 후 직접 수행하게 될 업무나 역할을 과제 상황으로 제시하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어떤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기록해 평가하는 도구다. 예를 들어 운전사를 선발한다면 직접 운전을 시켜 보는 것이고 마케팅 인력을 선발한다면 직접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보게 하는 것이다.실행 과제에는 인터뷰 시뮬레이션(Interview Simulation), 분석 및 발표(Analysis & Presentation), 정보 찾기(Fact Finding), 사례 분석(Case Analysis), 구두 발표(Oral Presentation), 집단 토의(Group Discussion), 집단 과제(Group Tasks), 서류함기법(In-Basket), 비즈니스 게임(Business Games) 등이 있으며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고 더 복잡하다.매번 모든 과제를 다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평가센터의 목적 및 평가 대상, 평가 환경 등에 따라 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실행 과제를 선정해 활용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서류함 기법과 집단 토의, 분석 및 발표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서류함 기법은 말 그대로 서류함에 들어 있는 여러 서류들과 과업 지시서, 메모, e메일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평가하는 실행 과제다. 회사에 들어와 자기 책상에서 혼자 처리해야 하는 일에서의 수행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집단토의는 특정 입장이나 역할을 부여받는지의 여부와 리더 임명 여부에 따라 그 형식이 달라지며 입사 후 회의나 미팅 등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역량을 알아볼 수 있다. 분석 및 발표는 제시된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과제다.이런 실행 과제들을 선발·평가 장면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평가 도구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선발 및 승진 평가에서 사용되는 다른 평가 도구(서류전형, 면접, 인사 고과)들은 지원자의 과거 수행(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정보만을 얻을 수 있지만 실행 과제는 입사 후 또는 승진 후 맡은 자리에서 정말 일을 잘할 사람인지 미래 수행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이런 부가적인 정보는 선발·승진 결정을 보다 정확하고 타당하게 해 준다. 또한 평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제 직무와 관련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고 느끼는 평가 수용도(안면 타당도)가 증가한다. 반대의 경우 선발 결정에 대한 소송이나 불만으로 조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기업 이미지까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행 과제는 과제에 임하는 평가 과정 자체가 미래 직무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개발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의 효과를 줄 수 있어 직원들의 역량 향상이라는 보너스를 안겨줄 수 있다.국방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코리아리서치&컨설팅 전문위원. 한국경영컨설팅학회 이사. 포스코경영연구소 인재평가부문 자문위원(현). L&I 컨설팅 AC사업본부장(현).이규환·엘앤아이컨설팅 AC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