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시장전망
5월에는 ‘미국 증시, 일본 증시, 유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 유가(WTI 기준)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추세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트폴리오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4월 말부터 미국은 세금 환급을 시작했다. 우리 돈으로 110조 원의 돈이 풀리는데, 이것을 미국의 인구로 나눈다면 1인당 40만 원의 현금이 생기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돌려받은 돈으로 저금을 하고 공과금을 납부하고 빚을 갚는 사람이 51%, 소비한다는 사람이 49%의 비율로 나왔다. 소비를 하겠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월마트 같은 할인점에서 음식과 옷을 사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시세를 보면 월마트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설문 조사에 따른 결과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세금 환급), 통화 정책이 실물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주가가 이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애매모호하지만 어쨌든 월마트 시세가 올라가는 것은 호재라고 볼 수 있다.미국 백화점 주식의 상승도 주목해야 한다. 2003년 이후 미국 백화점 주식이 이머징 정보기술(IT) 주식에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머징 시장의 IT 주식이 올라가는 것은 시장이 좋아서 덩달아 올라가는 부분도 있지만 미국 IT 제품 소비 증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영향도 있다(미국 IT 재고 출하 스프레드 우상향). 소비 관련 주식이 상승 전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급락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 부동산 시세 안정, 유가 하락 가능성으로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2003년 6월 이후 1년간의 흐름(금리 동결 기간)을 보면 소비자신뢰지수와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빠르게 회복됐다. 달러 약세와 원자재 상승이 수반된 환경에서도 소비자 및 제조업자 서베이 지표가 개선된 것은 고무적인 부문이다. 최근 원자재 시세가 고점에 다다랐고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 미국 성장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다우운송지수에서도 의미 있는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미국 단기 시세를 보면 다우산업지수보다 다우운송지수가 더 강하고 빠르다. 이런 경우 다우운송지수가 강하기 때문에 다우산업지수도 덩달아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물건을 만드는 회사(다우산업지수)와 물건을 실어 나르는 회사(다우운송지수) 중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는 회사가 재고 부담이 없어 경기에 보다 민감하다. 그래서 주가 흐름에 있어서도 운송지수가 산업지수에 비해 변곡점이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발견된다.미국 부동산 시세도 긍정적이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집값(기존 주택 가격의 중간값)의 흐름을 보면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장기 추세 지지선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가 18만 달러 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주택 가격이 추가적으로 조정 받는다면 5~7% 정도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주택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정황을 감안하고 연체율이 올해 2분기에 고점을 치고 내려온다면(기술적으로 보면 2분기쯤 연체율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서브프라임 연체율은 변동 모기지 금리에 20개월 후행했다) 올해 미국 집값은 2분기 말 내지는 3분기 초 18만 달러선을 전후로 안정을 보이거나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유가의 변곡점을 예상하는데 있어 펀더멘털한 측면을 접목하기는 어렵다. 미국 이외의 경제는 성장하고 달러는 장기적으로 약세일 전망인데다 석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실질 유가 기준으로 1980년 고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원유 선물 시장의 경우 지난 2월에 오는 12월 유가 컨센서스 전망은 97달러였지만 3월 들어서는 유가가 상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96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는 유가가 오버슈팅하고 있다는 판단, 여기서 더 올라가면 그만큼 더 많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그러나 5월 말부터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차를 몰고 나들이 가는 드라이빙 시즌에 돌입한다면 연말 유가 수준에 대한 컨센서스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4년 동안 잘못된 유가 전망(이코노미스트 컨센서스)을 탓하거나 그들의 전망과 이번에도 반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가 컨센서스의 수정이 필요한 시기와 유가 차트상의 변곡점이 서로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유가 상승 추세의 고점을 연결하면 130~135달러선이 저항선이다. 지금 수준에서 유가는 10%가량 추가 상승할 여지는 있어 보이지만 전반적인 원자재 시세의 조정 무드 속에서 주요 저항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가가 주요 저항선에서 조정을 받는다면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회복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5월은 유가를 중요한 변수로 봐야 한다. 유가가 의미 있는 고점을 친다면 포트포리오상의 변화(유가 하락 수혜주 비중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일본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일본 증시 반등 국면에서 일본의 금융주 시세가 시장보다 강하다는 점(은행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엔화가 약세 전환되면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5월 어닝에서는 일본 기업의 EPS가 다시 상승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을 주목해야 한다.무엇보다 일본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일본 금리가 급등한다면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져 엔 캐리 트레이드 물량이 청산될 가능성이 있으나 외환시장에서는 오히려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엔화 금리의 급등은 일본 경기 회복 가능성을 프라이싱하는 것이라 판단된다.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유동성은 2003년 이후 증가율이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최근 일본 은행 대출 증가율이 다시 크게 반등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은행 대출을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과 가계 대출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일본 기업 대출 규모는 전체에서 70%를 넘었지만 2008년 2월을 기준으로 보면 60% 수준으로 전체 파이가 감소했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이후 기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2001년 이후 저금리 환경에서 대만 주요 IT 기업들은 부채를 늘리고 자본을 늘려 투자를 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경우 부채 규모가 정체되고 자본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이익잉여금의 상승). 그러나 앞으로 일본 기업들이 자기자본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서까지 투자한다면 이것은 성장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로 봐야 한다.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대만 IT 기업을 따돌리고 있으나 올해부터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일본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 어쨌든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일본 기업의 최근 동향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대표 기업의 설비 투자 규모 확대가 주가의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판단됐으나 앞으로는 투자 규모에 더해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바텀업(bottom up) 접근도 필요할 것 같다.결론적으로 미국이 안정을 보이고 일본이 회복되고 유가 하락 압력이 높아진다면 5월 한국 증시는 급등에 따른 조정보다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월 증시에서 KOSPI는 최대 1950선까지도 상승할 수도 있다. 일본의 성장 가능성이 경계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성장 포인트를 중국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기업들도 장기적인 성장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김정훈·대우증권 연구위원 tech@bestez.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