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재산 공개 대상에 오른 고위 공직자의 재산 보유 내역이 발표된 이후 재테크에 성공한 경제 부처 장차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산 보유 비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과 거주지가 대부분 강남이라는 점, 그리고 본인보다 가족들이 외제차를 많이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장관급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강부자 내각’ 논란이 이제 고위 공직자 전체로 ‘표본’을 넓히면서 점차 확증으로 굳어가는 모습이다.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공직자의 청렴도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예전보다 월등히 높아진 것 같다”며 “이 역시 한국이 선진화로 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재산이 많다는 것만 가지고 ‘죄인’ 취급하며 여론 몰이를 하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더라”며 다소 불만 섞인 얘기도 덧붙였다.지난 4월 24일 공개된 재산 현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차관 1급 등 고위 관료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평균적으로 부동산 80%, 금융자산 20%로 구성돼 있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금 3억7475만 원, 주식 2억2909만 원 등 금융자산(6억385만 원)이 전체 재산(31억552만 원)의 18.4%를 차지했다. 최중경 1차관도 예금이 4억9667만 원으로 전체 재산 24억280만 원의 20.6%를 차지했다. 노대래 기획조정실장과 이수원 재정업무관리관은 금융자산이 각각 2억6000만 원, 3억1000만 원으로 전체 재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8%, 26.0%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부동산이 대부분이었다.국토해양부 관료들은 대체로 부동산 보유 비중이 이보다 더 높았다. 정종환 장관은 장남과 3남을 제외하고 차남만 포함해 8억9800만 원으로 신고했는데 이 중 7억1300여만 원(79.3%)이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이었다. 26억7800만 원으로 신고한 김춘선 물류항만실장은 22억5900여만 원(84.3%)이 부동산이었고 정창수 기획조정실장은 부동산 비중이 96.1%에 이르렀다. 홍순만 항공안전본부장(93.8%) 권진봉 건설수자원정책실장(73.8%) 등도 부동산 비중이 높았다.부처 특성에 맞춰 나온 것이라면 새로 출범한 금융위원회는 어땠을까. 전광우 위원장의 금융자산 비중은 33.4%로 예상대로 다른 부처 수장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반면 이창용 부위원장은 13.7%에 그쳤다.지식경제부는 약간 달랐다. 이윤호 장관은 57억9167만 원의 재산 중 예금이 35억9000만 원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5명의 지경부 1급 공직자도 대부분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주택은 1채씩밖에 없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크지 않았고 재산 총액도 10억 원 미만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안현호 기획조정실장은 16개 종목에 걸쳐 약 6억3000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 장관은 서울 여의도에 살면서 잠실의 분양권을 신고했고 김호원 무역위 상임위원은 성남 분당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선 성장동력실장도 강동구 명일2동에서 전세를 살면서 상계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등 보유와 주거가 분리된 사례가 많았다.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이른바 ‘키위 재벌’로 알려진 농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운천 장관이 부동산과 영농법인 지분 등을 포함해 모두 27억469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개포3동과 전남 해남의 아파트 이외에도 건물 토지 등을 갖고 있었고 참다래유통사업단과 농산물 유통업체 맛젤영농조합법인에 대해 각각 5억7152만 원과 2억 원의 출자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들이 외제차 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논란이 됐다. 강 재정장관은 본인 명의 자가용은 없지만 차남이 2007년식 아우디(2000cc)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지경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부인들도 각각 2006년식 혼다 어코드와 2004년식 볼보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 국토장관의 차남도 푸조를 탄다고 신고했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