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거품이 눈에 들어가 쓰라렸던 경험이 있거나 비누 특유의 향에 기분이 상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누에 대해 우호적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어른도 아닌 어린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정도가 심한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비누 세수를 시키기 위해 겪어야 하는 야단법석이 달가울 리 없다.비누 전문 제조업체 (주)동방산업(대표 김태희)이 최근 출시한 초콜릿 비누는 바로 이런 가정을 겨냥한 비누다. 초콜릿 비누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추출물을 함유해 피부 자극이 적고 초콜릿 특유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돋보인다. 100% 순식물성 재료인 팜 비누칩을 주재료로 하고 고급 보디 제품의 보습력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PQS, CHS, SCI를 첨가해 보습력도 극대화했다.“초콜릿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한편 신체에 활력과 생기를 더해주는 물질로 음식뿐만 아니라 그 향기만으로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어요.”“요즘 최고 예쁘다는 ‘김태희’처럼 김태희가 만든 이 비누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김태희 대표. 1986년 창업한 후 20년 넘게 비누와 세제만을 전문 개발, 생산해 온 동방산업은 아모레퍼시픽, 애경, 동산C&G 같은 대형 메이커의 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해군과 공군 등 군에도 납품하고 있는 중견 업체다.동방산업은 비누 제작에 관한 자체 특허 3개에 품질 시스템 ISO-9001:2000 인증, 환경 표지 인증, 클린(Clean) 사업장 인증 등 연구 개발과 생산 설비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비누와 세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동방산업이 생산해내는 비누를 개수로 환산하면 약 2000만 개. 국내 총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가구당 하나쯤은 동방산업이 생산한 비누 제품을 쓰고 있는 셈이다.창업 후 지금까지 아모레퍼시픽, 애경 같은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대기업에 납품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에 대한 김 대표의 관심은 대단하다.2002년 개발해 화제를 모았던 금가루, 은가루 함유 비누도 바로 김 대표의 작품으로, 당시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어 히트 상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비누에 무슨 트렌드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비누만큼 소비자의 기호가 민감하게 변화하는 제품도 없어요. 요즘 생활용품을 좌우하는 웰빙 바람만 해도 웰빙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을 받는 제품은 일부에 불과하거든요. 무엇보다 그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소비자 심리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지금도 외국으로 출장가면 제일 먼저 그 나라 최신 비누 제품부터 찾아 써 보게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김 대표의 비누 사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지난 20년간 김 대표는 별도의 영업조직 없이 일일이 거래처를 직접 챙겨 왔다. 김 대표는 “그런 비용을 줄이는 대신 우리는 품질 하나로만 승부를 걸어왔다”고 강조한다.“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의 가장 기본은 품질이라고 생각해서 지금도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이노베이션(혁신)이 없는 기업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초콜릿 비누를 개발, 출시하게 된 배경도 새로운 제품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김 대표. 동명이인의 ‘얼짱’ 김태희와는 성(性)도 연령도 다르지만 품질에 대한 열정만큼은 ‘김태희급’이다.약력: 1948년생. 73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73년 한국화장품 입사. 86년 한국화장품 기획실장. 86년 동방산업 창업. 2007년 서울대 최고전략과정(ASP) 수료. 한국 비누세제협회 이사. (주)동방산업 대표이사(현).오성택·프로슈머 기자 ost@prosume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