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 ‘러시’

지난 4월 17일 오후 6시, 홍콩 침사추이 동쪽 부도심 헝험(hunghom)거리의 음식점 ‘도시락(Dosi樂)’에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저녁 외식을 하기위해 나온 6명의 홍콩인 가족은 익숙한 듯 쇠불고기비빔밥, 순두부찌개, 해물파전, 갈비구이덮밥 등을 주문했다. 근처 홍콩이공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우르르 들어온 학생들이 주문한 것은 라면과 떡볶이, 돌솥비빔밥. 7시가 넘어서자 60석 116㎡(35평)의 공간은 왁자지껄한 광둥어로 가득 찼다.이곳은 ‘와바’ ‘화로연’ ‘뚝탁’ 등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인토외식산업이 지난해 5월 문을 연 코리안 패스트푸드점 ‘도시락’ 1호점. 훈민정음이 새겨진 벽지와 비빔밥을 비롯한 40여 가지 메뉴가 순 한국식이지만 손님은 90% 정도가 홍콩인이다. 점포를 총괄하고 있는 유변종 이사는 “비빔밥, 덮밥, 정식, 분식, 특선요리 등을 29~58홍콩 달러(3700~7500원)에 내놔 주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직장인,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다”면서 “주말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실제로 도시락은 월 평균 28만 홍콩 달러(364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8만2000홍콩 달러(1066만 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유 이사는 “매출이 계속 상승세여서 조만간 월평균 매출이 30만 홍콩 달러(3900만 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도시락’은 인토외식산업이 개발한 해외 전용 브랜드다. 이 회사는 일본의 스시(초밥)처럼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식을 보급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초 인토푸드시스템 홍콩법인을 설립하고 직영점 사업에 나섰다. ‘코리안 패스트푸드’라는 슬로건도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 만든 것이다. 인테리어나 BI는 서울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한 분식점과 다르지 않다.도시락은 식자재 현지 조달,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한식의 대중화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음식 가격을 홍콩의 다른 한식당의 절반 이하로 낮춰 서민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효복 사장은 “드라마 ‘대장금’ 열풍 이후 아시아 전역에 ‘한식은 몸에 좋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사업 환경이 아주 좋은 편”이라면서 “올 9월께엔 침사추이와 코즈웨이베이 등 중심가에 2, 3호점을 내고 장기적으로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도 프랜차이즈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인토외식산업의 도시락처럼 순 토종 한식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교포 등 가맹 희망자에게 점포를 한두 개씩 내주는 차원이 아니라 현지법인 설립, 직영점 개설 등을 통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라는 게 눈에 띈다.대표적인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는 지난 2006년 중국 베이징에 직접 투자 방식으로 북경놀부찬음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다각도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에 오픈한 직영점인 ‘놀부 항아리갈비 베이징점’은 430㎡(130평) 규모의 대형 점포에 돼지갈비를 비롯한 찌개, 전 등 순수 한식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종업원들에게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궁녀 옷을 입혀 한류의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놀부 홍보팀의 정현 과장은 “손님의 90%가 중국인이며 점심시간이나 주말엔 3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라면서 “베이징에 식재료 가공공장을 설립해 앞으로 한식 전문점 가맹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놀부는 직영점 성공을 발판 삼아 올 초부터 중국 내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올 한 해에만 12개 가맹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지난 1월에 중국 우시에 놀부항아리갈비 가맹 1호점을 오픈했고 상하이 우중루, 우장루에 각각 2, 3호 가맹점을 상반기 중으로 오픈할 예정이다.이뿐만 아니라 조만간 베이징에 1650㎡(500평)에 달하는 초대형 한정식 전문점도 준비 중이다. 돼지갈비 등 한식에 반주를 즐기는 중국인의 특성을 고려한 와인바를 접목해 한식의 현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한식 죽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본죽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2005년부터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에 8개 점포를 오픈한 이 회사는 ‘웰빙 슬로푸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세철 홍보팀장은 “메뉴와 맛, 인테리어를 국내 점포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브랜드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밝혔다.일본의 경우 현지법인 BJIF 재팬을 통해 도쿄 아카사카, 신주쿠 오쿠보, 니시오기쿠보 등에 3곳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하루 평균 20만 엔(19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20~30대 OL족(오피스레이디)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 일본 6대 도시에 직영점을 오픈하고 가맹 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미국에도 현지법인 BJIF USA를 설립하고 LA 윌셔, 라스베이거스 등에 직영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LA 윌셔점은 지난 2006년 1월에 문을 연 후 하루 평균 1100달러(109만 원) 선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 궤도에 올라 있다.특히 본죽은 미국 이민을 위한 소액 투자 이민 창업을 지원,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미국 이주를 원하는 창업 희망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2비자 발급을 회사가 주선하는 등 편의를 돕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1월 오픈한 뉴욕주 퀸즈의 가맹 1호점은 소액 투자 이민 창업의 첫 번째 사례다.해외시장 개척에 관한 한 치킨 브랜드 BBQ를 빼놓을 수 없다. BBQ의 치킨은 엄밀히 말해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식 양념의 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15일 현재 BBQ의 매장은 세계 43개국에서 233곳이 문을 열고 있다. 중국(150개), 동남아(40개)를 비롯해 미국 스페인 호주 등 전 세계를 아우른다. 이는 한식 프랜차이즈는 물론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BBQ의 구상은 2020년 전 세계에 5만 개의 매장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 매출액이 18조 원에 달하고 러닝 로열티만 해도 한 해 6300억 원 규모가 된다.한편 올해부터 정부도 한식의 세계화에 지원을 시작해 힘을 보태고 있다. 농수산식품부는 2011년까지 710억 원을 투자해 한식 세계화 기반 구축, 해외 한식당 경쟁력 강화, 한식 조리사 해외 진출 지원 등의 사업을 펴기로 했다.하지만 이런 정책은 ‘대중화’ 등 범위를 좁혀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효복 인토외식산업 사장은 “한국 음식에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는 만큼 고급화보다는 대중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더 많은 세계인이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친근하면서도 간편한, 몸에 좋고 맛좋은 건강식으로 일관된 콘셉트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홍콩=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