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
국내 시장점유율 5%를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들은 올해 가격을 좀 더 낮추고 대중적인 모델을 출시하면서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4월부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를 이끌고 있는 박동훈(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은 수입차 점유율이 10%는 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유럽과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자동차 수출국으로서 거기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시장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를 대변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예리한 시장 분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지난 3월 27일 수입차 업체 14개사 대표의 투표에서 회장에 선출된 박 회장은 부회장 선임 등 회장단 구성을 끝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올해 또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대표로서, 협회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4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바빠서 일을 잘 못했습니다. 회사로서도 금년이 특히 바빠질 것 같은데, 협회장까지 맡아 부담이 큽니다. 베이징모터쇼에 갔다가 어제 귀국했는데, 5월에도 부산국제모터쇼가 있어 줄곧 바쁠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습니다. 속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요. 협회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한 입장으로 참석합니다.수입차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습니다. 흔히 수입차는 부자들만을 위한 차라는 생각이 많고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수입차가 엄청나게 잘 팔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5%라는 점유율은 자동차 강국인 한국으로 봤을 때 창피할 정도로 작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동차 경쟁력을 가진 일본에서도 수입차가 5~6%를 차지합니다만 시장이 한국보다 3~4배 크기 때문에 판매 대수는 훨씬 많지요.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차가 5만 대 팔렸는데 올해는 20% 성장한 6만 대가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입차 1만 대가 더 팔리는 동안 한국이 해외에서 5만~10만 대를 더 판다고 생각해 보십시오.많이 좋아졌지요. 자동차 시장이 개방된 것이 1987년인데 당시 관세가 80%로 상당히 높았지만 지금은 8%로 내려왔습니다. 개방 초기에 대형 고급 세단 위주로 들여오다 보니 수입차는 나와는 상관없는 상류층만의 전유물로 인식된 것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수입차도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막상 가격표를 보고는 놀랍니다.수입차는 명품이고 국산차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산차도 좋으니까 수출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도 수입차, 국산차 개념을 떠나 각자 브랜드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타야 되는 시점에 왔습니다. 차(茶) 맛이 각자 다르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듯이 차(車)도 개성에 맞춰 타야 합니다.모두 공통적으로 그것을 물어보더군요. 점쟁이가 아니라 말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0%는 확실히 넘어야 합니다. 자동차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100만 대 시장이라고 하면 10만 대는 팔려야 합니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럽처럼 타국 자동차가 50%를 넘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자동차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형차를 타는 사람들은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국산차보다 비싸면 일본 경차가 들어와도 사지 않을 겁니다.필연적인 겁니다. 이제 중대형 시장은 포화 상태입니다. 일본차들도 처음에는 인피니티, 렉서스 등 고급차 위주로 들어왔지만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만들면서 국산차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중저가 차들을 들여오는 것은 어느 업체든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어떤 시장이든 피라미드 구조가 안정적인 시장인데 한국에서는 꽃병식이었지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산업적으로 균형 잡힌 형태로 갈 것입니다.‘거품 빼기’라는 말에 대해 개인적 의견으로는 잘못된 말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BMW가 국내에서 7600대 팔았지만 미국에서는 30만~40만 대를 팔았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다릅니다. 벤츠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에선 강남에 쇼룸 하나 만드는 데 몇 백억 원이 듭니다. 그 돈이면 미국에선 스무 개도 더 지을 수 있습니다. 삼성이나 LG의 TV가 미국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보십시오.비싸면 팔리지 않아야 정상이죠. 그렇지만 팔립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경영적 판단입니다. 수입차 업체들도 새 모델을 들여오며 볼륨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지 그레이 임포터(Gray Importer: 병행 수입 업체)에 대항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기존 모델의 가격을 낮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차는 팔기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새로운 모델이 들어오면 정비 매뉴얼을 번역하는 데만 억대의 비용이 들고 정비 인력을 유럽 본사에 데려가 교육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수천만 원을 주고 산 자동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가만히 있겠습니까.그동안 그레이 임포터들은 적당히 몇 대 들여와 적당히 하고 빠지는 형태였습니다. 그들이 광고를 하거나 부품을 쌓아놓고 있습니까. 천만 원 정도 싸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비싼 겁니다. 그들이 무임승차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싸다고 외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국산차도 이를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국산차의 경쟁력도 강화되지 않았을까요. 유럽의 디젤엔진 기술, 일본의 하이브리드카 등 연비와 친환경은 상당한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한국에서 포니를 생산한 것이 1974년입니다. 불과 34년 만에 현대자동차가 세계에서 6~7위가 됐습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피땀 흘린 노력의 대가가 아니겠습니까. 국내에서 자동차 100만 대가 팔리지만 해외에선 그 몇 배가 팔립니다. 이미 수출량으로만 따지면 독일과 일본 다음으로 한국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 경쟁자는 국내에 있지 않다”고 한 말처럼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를 봐야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i30, 제네시스는 해외 개척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유럽 수출차에 붙는 10%의 관세가 없어집니다. 아직 일본·유럽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차가 10%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회를 위해서라도 FTA를 빨리 체결해야 합니다. 1952년생. 중앙고, 인하대 건축공학과 졸업. 78~86년 한진건설 유럽주재원. 89년 한진건설 볼보(Volvo) 사업부장. 94년 한진건설 기획실장. 2001~03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현). 2008년 4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현).대담=양승득 편집장정리=우종국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