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13일부터 워싱턴에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집중 협의한 끝에 19일 저녁(한국 시간 20일 아침) 상호 만족할 만한 결과에 근접, 추가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주미 한국대사관은 협상단이 이날 10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마친 뒤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늘 회의를 마지막으로 지난 13일부터 진행된 장관급회의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한·미 간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와 물밑 신경전이 계속된 끝에 일단 4·18 한·미 쇠고기 본 협상에 이은 ‘추가 협상’이 일단락된 것이다.결과만 놓고 보면 1주일 만에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지만, 이번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과 반전이 많았다.한국 협상단의 전격적인 방미, 급작스러운 귀국 행보, 미국 측 요청에 의한 ‘회군’, 예정됐던 협상의 잠정 연기, 예정에 없던 협상 대표들의 비공식 회동, 길었던 비공개 협상과 짧았던 브리핑 등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경제 관련 협상’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 변수가 뒤엉킨 고난도 협상이었음을 보여 줬다.지난 1주일간 공식 장관급 협상 5차례, 비공식 회동 2차례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것만 봐도 이번 협상의 합의 도출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그레첸 하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변인은 농반 진반으로 “한 편의 드라마 같지 않느냐”라고 말했지만 한국 측 협상대표단 입장에서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던 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 내려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USTR 청사로 직행, 첫 협상에 임한 것은 지난 13일.김 본부장 등 한국 협상팀은 13일과 주말인 14일 총 6시간 정도에 걸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내 수입을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 마련에 주력했다. 휴일인 15일을 쉬고 16일 협상을 재개한다는 공식적인 예고를 깨고 15일 저녁 느닷없이 김 본부장이 뉴욕을 거쳐 귀국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김 본부장은 워싱턴 DC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차편으로 뉴욕으로 가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었다. 이때 USTR 측이 “서울로 돌아가서 전화로 협의하느니 차라리 남아서 계속 협상을 하자”고 제안, 김 본부장을 다시 워싱턴으로 불러들였다.미국 일부 언론은 김 본부장의 급작스러운 귀국 행보를 ‘벼랑끝 전술(brinkman ship)’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하지만 이튿날인 16일 열릴 예정이던 제3차 협상은 갑작스레 하루 순연됐다.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던 낙관론에 금세 먹구름이 끼었다.우여곡절 끝에 17일 재개된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USTR 대표 간의 3차 협상도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미국 측은 슈워브 대표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린 미·중 전략 대화의 중요한 일정까지 빠져가면서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색을 냈다.한·미 양측이 ‘심리적 데드라인’으로 여겼던 18일에는 오전에 예정됐던 협상의 잠정 연기,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 간의 비공식 회동에 이어 저녁 늦게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3시간 반 정도 계속된 협상은 또다시 마침표를 찍는 데 실패했다.마침내 19일 오전 8시 40분께 5차 협상이 시작됐다.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선에서 막바지 절충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고 결국 마라톤협상 끝에 1주일간의 밀고 당기기는 막을 내렸다. 김 본부장이 협상장을 나오면서 던진 “서울로 간다”는 한마디는 모든 것을 웅변했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