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미니 쿠퍼 S 클럽맨(Mini Cooper S Clubman)

국산 대중차를 타다가 수입 명품차를 타면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이 가속력이다.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을 뿐인데도 넘치는 힘 때문에 놀라기도 한다. 가속 때 몸이 뒤로 쏠리면서 튕겨져 나가는 느낌, 그리고 노면에 밀착돼 달리는 듯한 느낌이 BMW를 비롯한 수입 명차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그런 면에서 미니 쿠퍼S는 자동차 애호가들의 찬사가 아낌없이 쏟아지는 차다. 시승기들을 읽다 보면 대형 세단보다 미니 쿠퍼S를 ‘갖고 싶은 차’ 목록에 올려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깜찍하고 앙증맞은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순발력 때문일 것이다.가속페달을 밟으면 폭발적으로 강력한 가속이 이뤄진다. 최대 토크가 1600rpm에서 나오도록 세팅된데다 전륜구동이라 반응 속도가 즉각적이다. 명차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발군의 순발력은 눈높이가 저만치 올라 있는 자동차 전문가들의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도 남을 듯하다. 게다가 이런 힘이 비록 터보가 달렸다고는 하나 1600cc 엔진에서 나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동일한 배기량이지만 최근 아반떼가 뛰어난 연비로 미국에서 에너지 절약형 차량으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효율성에 초점을 둔 엔진과는 태생부터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매일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순발력보다는 경제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터보엔진의 특성인 ‘터보 래그(Turbo Lag: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이 일정 회전수에 이르기까지 과급 효과가 지연되는 현상)’를 제거한 것도 놀랍다. 미니 쿠퍼S는 0→ 100km/h 가속 성능이 7.3초, 미니 쿠퍼S 클럽맨은 7.8초다. 스포츠카는 4~5초대, 프리미엄 세단이 5~6초대인 것에 비교하면 느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체구가 작은 차이다 보니 체감 가속력은 그에 뒤지지 않는다.가속페달이 마치 내 손발처럼 움직여주듯 브레이크 또한 내 몸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감 있게 설 것이라는 든든함을 안겨준다. 마찬가지로 코너링에서도 노면에 밀착된 듯한 민첩함을 보여준다.그래서인지 미니 쿠퍼S를 타면 ‘밟지’ 않을 수 없다. ‘차를 제일 더럽게 모는 애들이 미니 모는 애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하다. 가속 때의 굉음은 묘하게 운전자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BMW의 다른 차들을 타 봐도 느껴지는 묘한 엔진음의 매력이 미니 쿠퍼S에서도 그대로 전달된다. 이 점에서는 정숙성을 강조하는 일본차나 한국차와 비교된다.올해 3월 출시된 미니 쿠퍼S 클럽맨은 미니 쿠퍼S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뒷좌석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모델이다. 전면 디자인이나 외관은 미니 쿠퍼S와 동일하되 앞뒤 길이를 244mm 늘렸고 높이도 25mm 늘렸다. 늘어난 길이만큼 뒷좌석의 다리 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조수석 측면에만 ‘클럽 도어’라고 불리는 출입구가 있는데 이를 통해 앞좌석을 접지 않고도 뒷좌석 탑승이 가능해졌다. 다만, 클럽 도어는 앞좌석 도어를 연 후에야 열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앞좌석 승객의 도움 없이 내릴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실내 공간은 딱 필요한 만큼 넉넉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출입문이 작다 보니 키가 큰 사람은 허리를 많이 굽히고 곡예하듯 들어가야 한다. 실내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시트 조절은 모두 수동이다.인테리어는 원(圓)을 모티브로 한 일관성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커다란 속도계가 한눈에 들어오고 RPM 게이지는 핸들 뒤에 붙어 있다. 심지어 키(key)도 동그란 모양이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 조작을 하면 더 큰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역시 BMW의 혈통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패들 시프트는 최근 출시된 로체 이노베이션 2.4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점차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앞 유리창은 작지만 곧추선 A필러는 좌우를 가리지 않아 시야가 넓다. 대신 상하 시야는 좁아서 신호 대기 때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고개를 내밀고 신호를 쳐다봐야 했다. 체구가 작은 사람은 이런 불편함이 적을 듯하다.뒷좌석은 2인승으로 설계됐는데 안전벨트가 특이하게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맬 수 있도록 돼 있어 3명이 앉기에는 불편해 보인다. 뒷좌석 공간은 밖에서 보면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의외로 넉넉한 것이 마치 별천지가 펼쳐진 듯하다. 뒷좌석 왼쪽 창은 C필러까지 연결돼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개방감이 극대화됐다. 뒷좌석 선루프를 통해 가로수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컨버터블의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선루프는 앞좌석에서는 슬라이딩 개방이 가능하지만 뒷좌석은 틸팅(기울임)만 가능하다.트렁크는 양문형 냉장고처럼 양쪽으로 열리는데 이를 ‘스플릿 도어(Split Door)’로 이름붙였다. 뒷좌석을 접지 않고도 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 가족형 세단으로도 넉넉하다.소형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는 유일하게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해 스페어타이어의 무게를 덜었다. 미니 쿠퍼S에 비해 크기가 다소 커졌지만 무게는 40kg밖에 늘어나지 않아 연비는 미니 쿠퍼S와 같은 리터당 12.1km다. 타이어 펑크 등 비상 상황 시 시속 80km로 1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운행 결과 연비도 뛰어났다. 일전에 4600cc 세단의 연료탱크(70리터)를 가득 채우고 200km를 가지 못해 주유소를 찾아 헤맸던 것과 비교하면 기름을 적게 먹는 차에 속한다. 50km 거리를 달릴 때까지 총 10개로 된 연료 게이지 한 칸이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차량이 그렇듯 초기에는 게이지가 천천히 내려가고 마지막에 급하게 내려가 500km를 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80km에서 한 칸 눈금을 남겼다. 물론 정속 주행을 하면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이 차의 성능을 충분히 만끽하면서도 연료탱크(50리터)를 채우고 족히 400km는 갈 수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