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에스텍시스템 회장
에스텍시스템은 무서운 사람들이 모인 회사다. 전체 직원은 약 1만 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건장한 청장년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무술 단수를 합치면 1만 단이 훨씬 넘는다. 군대를 빼고는 단일 집단으로 무술 단수가 가장 높을 듯하다. 게다가 이들 중 가스총 등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복장도 군복 비슷한 옷을 입는다. 신발 역시 군화처럼 생겼다. 대부분 가죽 장갑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다.에스텍시스템은 사람을 통한 경호와 경비를 주업무로 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경호를 맡았던 요인으로는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축구 스타 펠레, 그리고 영화배우 양쯔충 등이 있다. 국내 인사로는 이승엽 박세리 이영애 등의 경호를 맡았고, 중앙일보 국제마라톤 등 대형 행사의 경호와 질서 유지를 담당했다.이뿐만 아니라 코엑스를 비롯해 전경련회관 타워팰리스 글라스타워 두산타워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영동세브란스 MBC 잠실야구장 등의 시설 보안을 맡았거나 담당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박철원(64) 회장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무술’이나 ‘알통’이 아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사람이요 ‘RT’다. RT는 릴레이션 테크놀로지(Relation Technology)의 머리글자로 인간 관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간에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그가 RT를 중시하는 이유는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박 회장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월 1회 만나는 모임만 해도 10개가 넘는 것도 이런 신념 때문이다. 에스텍시스템이 하고 있는 경호 경비 관련업도 결국 사람을 중시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요인 경호는 말할 것도 없고 시설 경비도 결국 그 안에 근무하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비즈니스라는 것이다.그가 경영 이념으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사람을 가장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좋은 자동차는 고객의 안전을 중시하듯 경호와 경비 역시 고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게다가 그는 서울고 재학 중 합창단에서 베이스로 활동했고 지금도 많은 음악 애호가들과 교유하는 등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에스텍시스템은 에스원의 인력 경비 부문이 독립해 출범한 회사다. 1999년 1월 창업했으니 내년 1월로 창업 10주년을 맞는다. 작년 매출은 약 2000억 원에 달했고 관계회사인 트루맨 에스텍플러스 등을 합칠 경우 총매출은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이 분야의 선두 업체인 셈이다.박 회장은 서울대 상대 졸업 후 외환은행을 거쳐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주로 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런던지점장 모스크바지사장과 부사장을 거쳐 1999년 에스텍시스템이 창업되면서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그는 제2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문서 파쇄 서비스다. 개별 기업의 경우 무심코 버리는 문서 속에 회사의 기밀이 들어 있기 십상이다. 이런 내용이 라이벌 회사에 들어갈 경우 제품 전략, 가격 정책, 원자재 조달, 거래처 관리 등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선진국은 보존 기한이 지나 버린 문서를 누구도 해득할 수 없게 파쇄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겨우 그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다.에스텍시스템은 총 12대의 이동식 문서 파쇄 시스템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8톤 트럭을 개조한 이 차량은 수도권에 7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에 5대가 배정돼 있다. 문서 파쇄 설비를 포함한 이 차량의 대당 가격은 약 1억8000만 원에 이른다. 고객들은 자사에 비치된 보안함에 문서를 담아두기만 하면 정기적으로 이 차량이 방문해 문서를 국수 가락처럼 잘라버린다.“문서 파쇄 수요는 점차 기업에서 관공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박 회장은 설명한다. “업무 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다 문서에 담긴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 같은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박 회장은 설명한다.박 회장은 “보안 문서를 자체적으로 가늘게 잘라버리거나 별도 시설로 이송해 소각하는 경우에 비해 20%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폐기 과정을 촬영하고 파쇄 증명서를 발급해줌으로써 보안의 공신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서류를 분쇄해 용해하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다.또 하나의 사업은 무인 택배 서비스다. 등기우편물이나 택배 세탁물 등을 보내거나 받을 때 배달자와 수령자가 직접 만날 필요 없이 중간에 일시적으로 화물을 보관하는 화물 중개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를 위해 에스텍시스템은 1~4호선 서울 시내 지하철역 구내에서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5~8호선 서울 시내 역 구내에 이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무인 택배 서비스는 앞으로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상복합 빌딩 사무실 등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유망 사업”이라고 전망한다.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을 통한 보안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사람에 의한 경비뿐만 아니라 △폐쇄회로 TV와 검색 장비, 그리고 열 적외선 광케이블에 의한 침입 탐지 장치에 의한 보안 시스템 △무인 및 유인 주차 관제 시스템 △보안 게이트 △위험 분석 및 컨설팅 △종합 보안 모니터링, 접근 통제 모니터링 등 로컬 관제 시스템 등이 어우러진 보안 사업이다. 특히 취약 지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상황실이나 원격지에서 특정 카메라를 제어 녹화 감시하는 화상 감시 시스템은 최소의 인원으로 광범위한 구역을 감시할 수 있고 각종 센서와 연동해 침입 및 이동 상황을 감시 녹화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결합한 시스템 통합 사업으로 보안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이 밖에 방재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화재와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이 사업을 위해 방재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방재 인력 파견, 소방 시설 점검, 소방 공사 특수소화 설비 설치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이나 시스템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안전 설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합 방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150여 개 중대형 사업장의 소방설비 점검 및 공사 등 풍부한 기술 경험을 토대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박 회장은 “이 모든 보안 서비스가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직원에 대한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경호 분야의 경우 경호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질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경호학개론 응급처치법 호신법 보행 및 차량경호 대테러연구 및 관계 법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호 등급에 따른 경호자격증제도 운영하고 있다. 에스텍시스템의 우수한 교육 제도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위탁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박 회장은 금년 초 ‘젊은 멘토이고 싶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인생항로의 이정표가 되어줄 메시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박 회장이 각종 매체와 책, 그리고 e메일 등을 통해 수집한 좋은 글귀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 역시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아끼는 의미에서 만든 책이다. 그의 인간 존중 경영이 어떤 결실을 볼지 관심을 모은다.〈 회사 개요〉창업: 1999년 본사: 서울 역삼동주요 사업: 경호와 경비, 문서 파쇄, 무인 택배 서비스 등 종업원: 약 1만 명작년 매출: 약 2000억 원(관계사 포함 시 약 3000억 원)약력: 1944년생. 62년 서울고 졸업. 68년 서울대 상대 졸업 및 외환은행 입행. 70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75년 삼성물산 입사(런던지점장 모스크바지사장 기획실장 부사장 역임). 98년 SDS감사. 99년 에스텍시스템 대표이사(현).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