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렌털·리스 서비스

1988년에 시작된 렌털 정수기 사업은 이제 국내 정수기 이용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에는 비데, 로봇청소기, MP3,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을 비롯해 그림, 인테리어 소품, 명품 귀고리와 넥타이 등 생활 밀착형 렌털 제품까지 등장했다. 렌털 시장을 통해 이제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렌털 시장에서 가장 인기 품목은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제품과 PC 노트북 등 컴퓨터 전문기기 분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 렌털 업체인 웅진코웨이의 지난해 매출이 1조2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생활가전 전체 시장 규모는 2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축인 PC 렌털 시장은 전체 PC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을 필두로 외국계 기업의 렌털 제품 사용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오릭스렌탈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PC와 복합기 위주로 렌털이 이뤄지고 있으며 서버나 스토리지 같은 제품군도 렌털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림과 아트 포스터를 비롯한 온라인 미술품 대여 사이트는 수십 개가 넘는다. 렌털 비용은 작품에 따라 다르고 최저가는 8000원, 최고가는 15만 원 정도다. 이 밖에 디지털카메라와 즉석카메라를 포함해 메모리 카드까지 빌려 주는 업체, 고가의 아기 침대, 유모차 등을 장기간 대여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또 렌털 전문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 원하는 상품 정보 검색과 결제가 가능하다. 전문 포털 렌털엔조이는 평균 이용객이 7000명에 이른다.이처럼 렌털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실속형 소비문화 확산’으로 분석된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국가일수록 ‘구입에 앞서 미리 써보자’는 인식이나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제품은 저렴하게 빌려 쓰는 게 낫다’는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가 좋지 않으니 합리적 가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는 것.렌털과 더불어 ‘빌려 쓰는’ 서비스의 다른 한 축인 리스도 급팽창 중이다. 할부 금융 업계가 지난해 취급한 리스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에 육박했다. 여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리스 실행액은 9조668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7조908억 원) 36% 증가한 금액이다. 2000년 1조2142억 원 규모였는데 연평균 9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리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자동차 리스다. 2007년의 경우 3분기까지 3조2797억 원으로 연간 4조 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접 구매보다 다소 비싸지만 기업에서 법인세 혜택이 크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자동차에 이어 선박, 의료기기, 산업 기계 등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리스 시장도 대폭 확대됐다. 2000년 427억 원에 불과하던 선박 리스는 지난해 1조 원으로, 892억 원이던 의료기기는 8000억 원대로 각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들이 활용하는 산업 기계·기구 리스 규모는 2231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커졌다.품목도 다양해졌다. 미술품에서 대형 악기, 요트, 심지어 헬기까지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기 힘든 물건을 리스를 통해 쓸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보다 비싼 오토바이’로 불리는 할리데이비슨 리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취급액이 1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또 최근 악기 전문 회사인 야마하, 영창과 함께 피아노 리스 상품을 내놓았다. 1000만 원짜리 고급 피아노를 월 32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아주렌탈은 최근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미술품 렌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시가 1억 원짜리 작품을 한 달에 90만 원이면 빌릴 수 있다. 아주마린은 현재 요트 리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산은캐피탈은 2006년과 지난해 각각 헬기와 경비행기를 1대씩 리스해 준 적이 있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수요에 따른 것이었지만 지금도 언제든 수요가 있다면 리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