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급속하게 커졌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2007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한 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던 하반기부터 위축됐다. 상반기 2조9000억 달러에 달하던 시장 규모가 하반기에는 3분의 1 정도 감소한 2조1000억 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M&A 시장의 위축 현상은 2008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시장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 2월 발표된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8%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글로벌 M&A 시장 내부를 보면 특성에 따라 위축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업들이 주체가 되는 전략적 M&A에 비해 재무적 투자자들이 주도한 M&A가 더 많이 감소한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 주도형 M&A의 주요 방식인 차입매수(LBO) 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사실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2007년 상반기 600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던 LBO 투자는 이후 75% 이상 급감하면서 하반기에는 1410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또한 메가딜로 불리던 수백억 달러 규모의 LBO 투자가 하반기 이후로는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LBO 투자 감소분을 감안한 2007년 하반기 전략적 M&A의 감소세는 15%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최근 수년간 줄곧 커지던 글로벌 M&A 시장의 성장세가 급반전한 주원인으로는 모기지 회사의 유동성 부족 사태에서 시작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와 갈수록 커지는 실물경기 침체 우려를 들 수 있다.아직까지는 글로벌 M&A 시장을 위축시킨 금융시장 문제나 경기 침체 우려가 단시일 내에 해소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간의 M&A 증가세가 단 시일 내에 재현될 것으로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므로 M&A 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긍정적인 조짐도 보인다. 먼저 투기 자본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시장의 과열 양상이 조정되고 투자 경쟁이 약화됨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일반 기업들의 M&A 추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 성장의 잠재력이 커지는 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M&A 추진 기업의 분포가 선진국 기업 위주에서 아시아 기업들로 다변화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또한 시장 규모 대비 M&A 건수가 과거에 비해 늘어난 점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의 M&A 참여 빈도가 높아진 점도 중장기적인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래를 기약하는 투자 차원의 M&A 기회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전략적인 목적의 M&A는 단기적 경기 전망에 구애 받지 않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M&A라든지, 경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늘어날 구조 조정 목적의 M&A 등이 그것이다. 또 최근 원자재가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유가, 철광석 업종 이외의 원자재 업종에서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M&A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업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운송, 철강 등 관련 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로 비용 상승 부담을 극복하려는 M&A가 증가할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신흥국가 기업들의 M&A 또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미국 석유 부호 존 록펠러는 길거리에 피가 흥건할 때가 바로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현재 진행형인 글로벌 M&A 시장의 위축기를 단순히 위기로만 치부하기보다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M&A는 신중하게 추진돼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용의 고하를 막론하고 정말 우리 기업에 필요한 투자 대상인지와 함께 철저한 타당성 평가와 투자 시기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약력: 1971년생. 부산 동래고 졸업. 96년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 98년 연세대 경제학과 석사. 2000년 유니온금융투자 입사. 2006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