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충격 그 이후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발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주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조금씩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마다 목소리가 다르긴 하지만 큰 혼란기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변화된 상황에는 보다 업그레이된 전략이 필요한 법. 현명한 투자자라면 달라진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과 ‘원칙’이라는 데에 시장 전문가들의 생각은 일치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과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볼 줄 아는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펀드 평가회사인 제로인의 김병철 상무는 “펀드의 경우 기본적으로 분산·장기 투자한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전통적인 상품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서브프라임 사태가 해결이 됐느냐 아니냐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원칙을 초지일관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투자에 따른 불안감도 줄이고 수익 실현의 기회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부증권의 최성호 차장은 “전 세계의 주가 하락으로 그동안 너무 올라 사기 어렵던 국내외 펀드와 주식이 이제는 매수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현재의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전체 자산의 40% 정도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주식시장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머니트리의 정일권 마케팅 담당이사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주식시장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차례 서브프라임 관련 충격으로 인한 주가 조정의 가능성은 있지만 3월 17일 코스피 저점 1537.53을 하회하는 주가지수는 올해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4월 중 다시 한 번 서브프라임 문제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월 넷째 주에 주요 미국 금융사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를 전후해 부실 자산 상각액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우려감이 악재로 작용할 것 같다는 것.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의 성패는 자신의 자산 배분이 얼마나 적정하게 잘 돼 있느냐에 의해 대부분 결정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생각하는 마켓 타이밍을 좇아 투자하는 방식이나 유망한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행위 등은 그다지 기대만큼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자산 배분은 투자자의 여건에 맞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격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우라면 투자 자산이 펀드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배분하고 반대로 안정 성향의 지키기 전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예금 등의 안전 자산 몫을 그만큼 더 높게 배분하는 것이 보다 이상적인 자산 배분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상언 신한은행 PB팀장은 분산 투자를 적극 추천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심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 불안정성은 상존하고 있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만형 머니트리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자산 운용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내용은 ‘수익 추구’가 아닌 ‘위험 관리’”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부담할 수 없는 위험은 부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자산 운용 전략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이라는 것이다.부동산 시장의 경우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과 교수는 “부동산 개발 대출 채권의 금융 위기가 금리 상승, 신용 경색으로 인한 대출 연장 조건의 악화,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다시 주택 담보대출 채권의 부실로 이어지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언젠가 자신의 투자 원칙을 간단명료하게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나의 투자 원칙은 첫 번째가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갑부가 말한 이 원칙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머니트리 정일권 이사는 “인생 전반의 이벤트별 목적자금의 규모와 운영 기간을 명확히 한 후 장기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당장의 성급한 투자보다 현금 보유 전략을 통한 시장 참여 시점을 좀 더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경제매거진은 서브프라임 이후의 자산 관리와 투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금융박람회인 머니쇼(MONEY SHOW)를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oneysh ow.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는전 세계 금융시장에 요동을 몰고 왔다. 당시 2000이 넘던 국내 코스피지수가 현재 1700 수준으로 고점 대비 20%가량 조정을 받은 상태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지라도 변화된 국면에는 또 다른 투자 전략이 필요한 법.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재테크 전략을 주식, 펀드, 부동산, 금융, 중국 주식 등 부문별로 나눠 꼼꼼히 체크해 본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