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승계에 관한 논의가 기업 경영의 이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 논의의 밑바닥에는 한국 사회 인구 분포의 변화에 대한 사회·경제적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사회의 고령화,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를 수반해 경제 성장의 주력 세대가 창업 세대에서 창업 후 세대로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가족 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소기업의 안정적 승계 문제는 중소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주요한 과제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기업의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크게는 창업 후 장기간에 축적된 기술, 노하우, 경영 기법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될 위험에 노출되고, 작게는 기업이 성장을 멈추고 부실화되거나 퇴출되는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기업의 승계, 특히 중소기업의 승계에 관해 진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필자가 승계를 앞둔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업 승계의 주된 장애 요인으로 응답자의 약 80%가 승계 관련 과중한 조세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 조세 부담이 어려운 사유로는 사업용 재산을 제외한 기타 재산의 현금 유동성이 낮기(rich assets poor cash)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상속 비용은 자본시장에 연계되지 않은 중소기업에 미래에 대한 투자 위축이나 자금 경색에 처하게 할 위험이 있으며, 심지어 상속 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속 지분을 처분 또는 매각하게 된다면 지분율 변동으로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거나 지속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2007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은 가업 승계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기업의 지속 성장, 경제 안정성 제고, 고용 안정 등 긍정적 시작으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을 제도적으로 지원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적 단초가 마련됐으며 종전의 규정에 비하면 중소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 보완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개정 세법에 따라 제도 변경의 효과를 세금 경감률 변화로 살펴보면 상속 재산이 10억~20억 원인 기업은 상속세 경감률이 30%에 가깝게 나타나지만, 상속 재산이 30억~150억 원인 기업은 경감률이 20%대에서 점차 감소, 300억 원을 초과하면 10%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즉, 제도 시행에 따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가 제도 변경에 내재돼 있었다. 기술력 제고, 고용 안정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고 가업 승계 제도의 실질적 가치가 큰 중소기업의 경우 세 부담 완화 효과가 미흡하므로 이를 보완해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지원하고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상속 및 증여세의 법정 최고세율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나 기업이 실제로 납부하는 실효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아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이 상대적으로 과중한 상속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사업용 재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승계 비용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 성장 중인 중소기업들이 편법 상속의 유인을 벗어나서 법제도 내에서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할 수 있는 국가적인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계신 분들이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정책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부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명문 장수 기업을 길러내는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약력: 1963년 부산 출생. 90년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2003년 중앙대 경영학 박사. 90년 LG상사 근무. 2004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중소기업연구원 경제분석팀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