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에세이(4)-개업 마케팅의 중요성
몇 달 전 한 모임에서 J라는 사람을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다 너무 많은 사람과 동시에 인사를 하다 보니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나 보다. 이후 J와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친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자기를 무시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곤 한다. 여러 번 해명했지만 J의 나에 대한 첫인상을 바꾸기는 어려웠다.첫인상 효과라는 게 있다. 처음 받은 인상으로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첫인상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그 사람 첫인상과 다르지 않더군’이라는 말이 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첫인상은 상대가 나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중요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다.어떤 일에 처음 도전했는데 출발이 순조로우면 자신감과 긍정적인 인식이 각인된다. 하지만 처음에 실수를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자리를 잡기 때문에 다음에도 실수하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고 그것이 성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미국이나 중국의 그랜드 오픈 행사는 그야말로 요란하기 그지없다. 지역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나오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마치 아기가 태어나 요란한 첫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듯 점포들도 요란하게 지역사회에 자신의 탄생을 알린다. 실제로 어떤 점포가 그 지역에서 가장 시선을 끌게 될 때는 오픈 직후다. 따라서 오픈 행사에서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는 시장점유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인생에는 크고 작은 마디가 있다. 태어나서 학교에 입학하고, 취직하고 결혼하는 과정들이다. 소규모 사업에도 마디가 있다. 첫마디가 오픈이다. 그 다음 마디는 3개월 후, 그 다음 마디는 6개월 후 찾아온다. 첫 계절이 바뀌는 시점, 2년이 지난 시점 등도 중요한 마디다. 각 마디가 왜 중요한지를 알면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 시장점유율을 넓혀 나갈 수 있다.그중 가장 중요한 마디는 첫 오픈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두 분식 프랜차이즈인 ‘명인만두’는 본사가 한 개 점포당 20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들여 시식 행사를 하고 있다. 오픈 3일 전부터 3~4명의 인력을 동원, 수제 만두 시식 행사를 하는 등 점포 오픈 시점이 되면 본사는 오픈 행사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회사 성창호 사장은 시식 오픈 행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적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걸 현장에서 경험으로 체험했다고 말한다. 높은 매출과 안정적인 영업으로 작은 구멍가게 치고는 유달리 투자형 창업 및 위탁 경영이 많은 이유도 오픈 때부터 지역 상권 내에서 바람몰이를 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기 때문이라는 게 성 사장의 말이다.유기농 전문점 브랜드인 ‘힐그린’의 신동민 팀장도 오픈 효과에 대해 같은 의견을 보인다. 유통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오픈 당시 투입된 비용이 그 점포의 평균 매출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오픈 초기 덤 마케팅, 사은품 제공, 전단지 배포 등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느냐가 지역 사회에서 그 점포의 입지를 다지고 홍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서비스업도 오픈 마케팅이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피부 관리실, 헬스센터 등도 개점 초기에 체험 고객을 많이 유치하고 이들이 장기 티켓을 끊도록 유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30분 순환 운동으로 미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전용 헬스센터 커브스 코리아는 주부들의 생활 동선을 따라서 마케팅을 전개한다. 미용실, 슈퍼마켓 등 아줌마 부대들이 모이는 곳에서 체험권을 배포하고 입소문 홍보를 유도한다.한 피부 관리 프랜차이즈의 개설 담당은 오픈 초기 매출은 점주의 자신감 유지는 물론 본사와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오픈 초기 매출이 높으면 본사를 신뢰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오픈 매출이 낮으면 본사를 불신하게 돼 이후에도 사사건건 트러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오픈 첫날에 1000원부터 시작해 점차 가격을 높여나가는 마케팅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경로당을 찾는 선행형 오픈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오픈 마케팅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든 오픈 직후 첫인상이 중요함에는 변함이 없다.첫인상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다. 첫째,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력은 물론 서비스에도 완벽을 기해야 한다. 품질이 뒤떨어지는 사업자의 요란한 오픈 마케팅은 자신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 빨리 망하는 지름길이다.아울러 오픈 초기에는 뭐든지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력도 풍부해야 하고 원재료도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공짜 마케팅이나 할인 쿠폰에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넙죽 엎드리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비용을 아낀다고 원가를 따지거나 인력을 적게 쓰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처음엔 손해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오픈 행사가 ‘반짝 대박’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 역량을 갖추지 않은 채 인위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면 정상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자만심도 금물이다. 오픈 날 손님이 몰렸다고 해서 마치 성공한 사장이라도 된 양 고객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오픈 때 온 고객은 호기심에 차서 탐색전을 벌인다는 걸 알아야 한다.사소한 것까지 챙겨야 한다. 날씨,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 행사 내용, 서빙 인력 수, 증정 선물 등등. 아파트 단지라면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이 좋다. 오피스가라면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오픈하기 좋은 날이다. 기후는 당연히 화창한 날이 좋다. q돋보기│창업 세무 길잡이(4)-‘증빙’과의 싸움사업자가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는 기본적으로 증빙과의 싸움이다. 세금은 세무사나 세무 공무원이 마음대로 줄이거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법에 따른 절차에 의해 계산된다. 이러한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업자 자신이 사용한 경비를 입증하는 것이다. 아무리 경비가 많이 지출돼서 남은 게 없다고 외쳐봐야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자신이 지출한 경비를 세금계산서 등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세금을 내야 한다.세법에서 좋아하는 적격 증빙은 세금계산서(면세품은 계산서)다. 이러한 세금계산서에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사업자등록번호 등이 표시돼 세무서는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팔았는지 다 알게 된다. 하지만 모든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신용카드 매입 전표와 현금영수증도 적격 증빙으로 인정해 준다. 이 외의 영수증, 간이영수증, 입금증이나 금전등록기 영수증, 입장권 등은 모두 적격 증빙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액의 거래마다 적격 증빙을 받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한도를 정해 놓았다. 2008년부터는 3만 원(2009년부터는 1만 원) 이상의 지출 시 반드시 적격 증빙을 받아야 한다.만약 적격 증빙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비용이 지출됐고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면 비용으로 인정해 준다. 다만, 적격 증빙을 받지 않은 잘못에 대해 거래 금액의 2%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매긴다.이러한 가산세에도 예외가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가산세를 물지 않는다.첫째, 신규 사업자는 개업 첫해에는 가산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기존 사업자는 전년도의 매출이 4800만 원에 미달하면 가산세가 제외된다. 셋째, 실제 사용한 경비가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을 경비로 인정받는 방법(추계)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경우로 가산세는 제외되지만 대개 실제 경비로 계산한 경우보다 세금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3만 원 미만의 거래는 가산세가 제외된다. 물론 가산세는 없지만 경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간이영수증이라도 받아야 한다.사업에 사용된 모든 비용은 경비로서 세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 지출 시 증빙을 받아두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송금하는 등의 객관적 자료를 남겨 놓아야 하고 이마저도 곤란하면 간이영수증이라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노력하는 만큼 세금은 줄어든다.김상문·세무법인 정상 파트너 세무사 taxsolve@hanmail.net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okceo@changupo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