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마이크로스프트(MS)의 ‘어깨’를 빌려 주겠다”. 유재성 한국MS 사장의 말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논의가 수년째 겉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인 MS가 던진 ‘글로벌 상생’ 화두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게다가 이런 움직임은 한국MS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공동 연구개발, 벤처 투자 등 현지 중소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추세다. 영업과 마케팅 지원은 물론 자신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물론 ‘거인’도 어깨를 빌려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세계시장에서는 국경의 구분을 넘어선 협력 네트워크 단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혼자만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파트너 기업들과 탄탄한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MS가 아무리 좋은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이를 활용해 다른 업체들이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일반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 사슬로 엮여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를 발굴, 육성하는 것은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지난 1998년 설립된 직원 30명의 소형 벤처기업 이지씨앤씨는 자신보다 덩치가 수백, 수천 배 큰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년 전 한국MS의 글로벌 상생 프로그램인 ‘한국 소프트웨어 생태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호텔 인터넷TV(IPTV)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LA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세계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 2월에는 해외 IPTV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비즈니스 워킹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앞으로 전 세계 호텔 300만 객실에 IPTV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GM대우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GM에 인수된 이후 새롭게 재탄생한 경우다. GM대우는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량을 수출하고 GM은 또 GM대우를 핵심 연구개발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2002년 10월 출범한 GM대우는 지난 5년간 비약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GM의 핵심 사업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GM대우는 지난해 세계 150여 개국에 188만여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GM대우는 특히 시보레, 뷰익, 폰티악, 홀덴, 스즈키 등 전 세계 GM의 브랜드와 판매망을 활용해 매년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여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다산네트웍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통신 장비 업체다. 하지만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업체는 수년간의 적자 누적으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이때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가 다산네트웍스에 손을 내밀었다. 당시 인터넷프로토콜(IP)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지멘스는 다산네트웍스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고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이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다산네트웍스의 IP 관련 장비는 지멘스의 브랜드를 달고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이 밖에도 글로벌 상생 사례는 다양하다. 후지쯔는 일본 본사 차원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후지쯔 코퍼레이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보안 솔루션 업체인 티에스온넷이 ‘1호’ 기업으로 선정돼 이 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티에스온넷은 지난해 후지쯔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품질을 끌어올렸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품질 인증도 취득했다. 올해부터 일본에서 판매되는 후지쯔 서버에 티에스온넷의 보안 프로그램이 탑재돼 본격적으로 팔리게 된다. 이 업체는 일본 시장을 징검다리로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큰 미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소프트뱅크미디어랩은 신규 인터넷 서비스를 발굴해 초기 성장을 지원해 주는 ‘리트머스2’ 프로그램을 지난해 8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입주 업체들에 호스팅을 지원해 주고 서비스 기획과 기술에 대한 조언도 해 준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돼 아직 상용화된 서비스는 없다.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 서비스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예정이다.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과 KOTRA 인베스트코리아는 해외 기업과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연결해 주는 ‘글로벌 상생의 허브’ 역할을 맡고 나섰다.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VC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과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는 국내 중소 벤처기업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VC와 국내 업체들의 ‘풀’을 구축하는 작업을 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인베스트코리아는 국내 중견기업과 해외 유수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해 8월 이를 담당할 전담팀을 발족했다. 선진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마케팅 채널 확보를 원하는 중견기업들에 KOTRA의 35개 투자 유치 전담 해외무역관을 통해 적합한 전략적 투자가를 찾아준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