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폭등의 영향

서민의 대표적인 음식, 자장면 값이 대폭 올랐다. 그 원인은 원재료인 밀가루의 국제 시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밀가루의 국제 가격은 갑자기 왜 올랐을까.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흉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구가 갑자기 불어나 밀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가루가 부족해 밀가루 값이 오른다고 한다.그 많던 밀가루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밀가루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은 달러화 약세에서 시작됐다. 주요 원자재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던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자 원자재 수출국의 입장에서는 원자재의 수출 가격이 떨어진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다. 달러화로 표시된 수출 가격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나 자국 통화 기준으로는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광물 1kg의 수출 가격이 1만 달러였다고 가정하자. 이때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었다면 광물 1kg을 수출하면 1000만 원의 매출이 생기게 된다. 이 1000만 원으로 광부들 월급도 주고, 채굴에 필요한 비용도 지불할 것이다. 그러다가 환율이 달러당 900원으로 내려갔다면 달러로 표시되는 수출 가격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900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달러화가 약세라고 광부들의 월급을 10% 깎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부득이 수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렇듯 달러화 약세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원유나 식량 등 대체품이 없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인상 움직임이 원자재 수출국에만 국한된 문제라면 달러화 하락분 만큼만 원자재의 가격이 인상됐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원자재가 인상돼 왔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제 투기 자본의 원자재 투자에 기인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금 선물 거래의 70%, 옥수수 선물 거래의 40% 이상이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그러면 이러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첫째,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가 우려된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는 오르게 되지만 소득도 따라서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내수 침체를 가져오게 된다. 그동안 원자재 펀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거둔 사람이야 억울하지 않겠지만 펀드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던 진짜 서민들까지 물가 상승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는 것이다.둘째,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일부 산업의 경우 수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 물론 해외 시장도 물가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수출 가격의 인상은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된다.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으로 중국을 들 수 있다. 제조 품질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선다고 하나 13억 인구를 내세운 중국의 저임금 공세 앞에 가격 경쟁만으로 이길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그 환경이 지금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어 수출 가격이 10달러인 어떤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했다고 가정하고 재료비가 50%, 인건비가 30%, 판매 관리비 등 기타 비용이 20%라고 하자. 같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면 재료비나 기타 비용 등이 같다고 해도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을 8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다.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 원가 구조에 변화가 온다. 원가에서 재료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중국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건비의 비율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즉,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 가격이 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10달러가 올라서 20달러에 팔리게 될 때 중국 제품도 10달러가 올라서 18달러에 팔리게 된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고품질의 한국산과 저질의 중국산의 가격차가 20%였지만 이제는 10%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와 ‘메이드 인 차이나’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존재한다.이에 따라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던 바이어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했던 일부 업종에서는 ‘불황속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면 이러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예상될 때,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동산 시장의 측면에서 원자재값 상승은 신규 주택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철근 가격이 오르고 시멘트 가격이 오르는데 분양가를 올리지 않고서는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시멘트 값은 작년보다 30%나 올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철근, 레미콘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올 9월부터는 112㎡(34평) 기준으로 분양 가가 가구당 1000만 원 정도 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신규 주택 분양가의 상승은 기존 주택 가격을 자극하게 된다. 같은 가격이라면 낡은 아파트보다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지만, 그 가격차가 벌어진다면 새 아파트보다 기존 아파트로 수요가 돌아서게 된다.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가세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새 아파트 공급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택 시장의 침체가 계속돼 신규 분양 주택의 수요가 줄든, 기존 아파트로 돌아서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없든, 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소화될 때까지 분양 사업을 중단하든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신규 공급을 줄이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급의 문제로 연결돼 기존 주택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원자재가 상승→ 분양가 인상→ 수요 축소→ 공급 축소→ 주택 수 부족→ 주택 시장 수급 불균형→ 주택 가격 상승의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 무주택자의 경우 내 집 마련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기존 주택 시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둘째, 주식 시장의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주목해야 한다. 작년 4분기 이후 중국 증시가 많은 조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정은 지난 몇 년간의 급등 후 나타나는 거품 제거 현상에 불과하며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조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본다. 앞서 지적한 원가 구조의 변화에 따른 생산지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하반기 이후에는 또 한 차례의 조정이 예상된다.이에 따라 해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저임금을 수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국가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브라질 호주 러시아 등 자원 보유국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든지, 국내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모두에게 고통이 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런 변화에 맞는 재테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나락에 떨어진 사람도 많지만 이때를 계기로 자산을 크게 불린 사람도 적지 않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언제나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