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렌드 - 금융

2006년 12월 14일 현대카드 본사 11층 대회의실. “연회비 100만 원짜리 신용카드를 주로 어떤 사람들이 사용합니까?” “‘더블랙’ 회원 한 명이 한 달 동안 이용하는 평균 사용액은 얼마입니까?”총자산 500조 원의 글로벌 금융 기업 GE머니 사장단 33명이 현대카드의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기 위해 현대카드 사옥을 찾아 던진 질문들이다. 후지모리 요시아키 GE머니 아시아총괄대표를 포함한 최고위급 임원들은 시장에 선보인 지 불과 2년도 안 돼 히트상품으로 부상한 현대카드 더블랙의 성공 비결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초우량 고객을 잡기 위한 카드사와 은행 업계의 VVIP 마케팅이 한창이다. 금융 업계에서 VVIP 마케팅이 본격화된 것은 현대카드가 2005년 2월 더블랙카드를 선보이면서부터라는 게 정설이다.연회비 100만 원, 월 한도 1억 원의 블랙카드는 고가의 연회비만큼 기존의 카드에서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급 서비스가 제공된다. 대표적인 것은ㅈ 항공 서비스. 블랙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할 때 제공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좌석 등급 업그레이드와 항공권 할인이다. 아시아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구매하면 퍼스트 클래스 잔여석으로 좌석 등급을 무료 업그레이드해 주거나 동반자 1인의 항공 요금의 50%를 할인해 준다.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에는 퍼스트 클래스 잔여석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추가로 국제·국내선 항공권 10% 할인 서비스도 동시에 주어진다. 최고 10억 원 보상의 여행자 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명의 블랙카드 회원이 뉴욕까지 왕복 항공권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300만 원가량의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다.카드 사용액에 상관없이 매년 국내 12개 특급호텔에서 이용할 수 있는 40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명품 브랜드 이용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이뿐만 아니다. 현대카드는 광범위한 네트워킹과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해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VVIP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이뤄진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 이브카셀과 블랙 회원 간의 조찬 모임 및 역시 같은 날 저녁 더블랙과 루이비통이 공동으로 개최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파티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엔 크리스티 경매의 와인마스터 앤서니 핸슨과 와인 경매 부문 대표 데이비스 엘스우드를 초청해 그랑 크뤼급 와인을 중심으로 테이스팅 행사를 갖기도 했다.회원 구성을 살펴보면 더블랙 전체 회원의 70% 이상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CEO로 구성돼 있으며 나머지 30%는 전문직으로 불리는 종합병원 원장, 파트너급 변호사, 대표회계사 등이다. 딕 아드보카드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 등도 블랙카드 회원이다.비씨카드는 전체 회원 중 약 0.1% 이내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최상위 프리미엄급 카드인 ‘인피니트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2008년 2월 말 현재 비씨 인피니트 카드가 발급된 회원은 3400만 전체 비씨카드 회원 중 600여 명에 불과하다. 블랙카드와 마찬가지로 연회비 100만 원으로 은행 최상위 PB 고객, 기업체 임원 이상, 5년 이상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 및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중 엄선해 발급한다.국내 정규홀 그린피 6만 원 연 6회 지원 서비스, 주중 그린피 면제 및 특급호텔 1박 무료 서비스, 해외 최고급 골프 코스 무료 서비스, 골프 홀인원 축하금 100만 원 등 다채로운 서비스가 제공된다. 카드를 처음 발급받는 고객에게는 특별한 선물도 지급된다. 가입 고객에게는 입회 기념으로 70만 원 상당의 몽블랑 만년필과 호텔 식사권 2장을 증정한다. 카드도 고급 목재 케이스로 별도 포장해 정장 차림의 카드 배송 직원을 통해 직접 전달한다.카드 자체도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보여주는 은백색의 홀로그램으로 카드 표면 전체를 처리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인피니트 로고는 24K 순금으로 처리해 고품격 이미지를 강조했다.비씨카드는 연회비 30만 원의 다이아몬드 카드도 함께 발행하고 있다. 연회비는 인피니트 카드보다 적지만 혜택은 이에 못지않다. 동남아 5개국 12개 도시 동반자 무료 항공권 서비스, 해외 호텔 무료 숙박 서비스(2박 시 1박 무료), 특급 호텔 무료 숙박권, 국제 항공권 특별 서비스(8% 할인) 등 다채로운 서비스가 뒤따른다. 이 밖에 전 세계 200여 국제공항 VIP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의 혜택과 예술의 전당 할인 서비스 등 품격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신한카드는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한 장의 카드에 담은 고품격 카드 ‘더 베스트 시그너처’를 발급한다. 이 카드의 호텔 서비스를 살펴보면 클럽메드(발리, 푸껫, 빈탄, 채러팅, 카비라, 몰디브 카니), JW메리어트, 그랜드힐튼, 파라다이스 부산, 제주신라 등 국내외 특급호텔에서의 무료 숙박(연 1회, 최대 3박), 무료 객실 업그레이드(연 4회) 등이 있다.여행 서비스로는 대한항공의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가 연간 2회까지 제공된다. 최대 5억 원이 보장되는 국내외 여행자 보험에도 무료로 가입해 준다.KB카드도 100만 원의 연회비를 받는 KB테제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VVIP 고객들이 선호하는 골프, 여행, 항공 서비스를 중심으로 금융, 문화, 여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VVIP 고객들의 생활 패턴과 라이프사이클을 반영한 전방위적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더블랙과 비씨 인피니트, KB테제카드 고객들은 모두 한 달에 최고 1억 원까지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용 한도를 다 채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 매달 1000만 원 안팎을 카드로 사용한다고.부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도 뜨겁다. 국민은행은 금융자산 5억 원 이상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골드&와이즈’ PB센터를 서울 부산 분당 일산 등 27개소에 개설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법인 경영자, 거액 상속자, 전문직 등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초부유층 자산가만을 전담해 관리하는 여의도 PB센터를 개설했다.신한은행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고객들을 위한 PB센터를 운영 중이며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를 PB센터에 상주시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전국의 영업점 가운데 45개를 ‘V라운드’ 영업점으로 선정해 2억~5억 원대 자산을 가진 소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금융자산 30억~50억 원 이상의 초우량 고객들을 위한 ‘울트라 PB센터’ 개설도 추진 중이다.자산관리 서비스 외에 PB 고객 자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커플 매칭, 요트 체험, 골프 동호회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신한은행은 고객 자녀 모임인 ‘SPS 클럽’을 결성해 요트 체험 행사 및 재테크 교육과 성공에 관한 교양 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PB센터마다 골프 동호회를 조직해 자선 골프 대회를 개최하거나 프로골퍼에게 강습도 받는다. PB 고객 자녀들을 서로 소개해 주는 커플 매칭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SC제일은행은 지난해 PB 고객의 자녀 30명을 선발해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자녀들은 실제 PB센터에서 근무하는 PB들의 강의를 듣고 UBS 등 유수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하나은행 골드클럽은 신세계백화점과 공동으로 최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인베스트먼트 세미나&트렁크 쇼’를 개최했다. 이와 함께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기 명품을 패션쇼를 통해 가까이서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