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지난 2월 29일 국토해양부로 이름을 바꾼 건설교통부가 입주해 있는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4동. 이날 청사로 출근하던 건교부 직원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출근은 했지만 하루 종일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건교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건교부는 해양수산부의 물류 항만 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라는 대부서로 커졌다. 과학기술부처럼 부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푹 가라앉은 모습일까. 이유는 단 하나. 차관 인사 발표 예정 전날인 2월 28일 저녁 건교부에 비보(?)가 날아든 때문이었다. 해양수산부가 합쳐지면서 복수 차관제가 도입된 국토해양부 1차관에 서울시 출신 지방공무원이 내정되고 2차관은 해양부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분위기가 극도로 냉각됐다.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의 최대 피해자가 몸집이 커진 건교부라는 푸념마저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이춘희 건교부 차관의 오찬 이임식까지 이어졌다.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오후 4시 30분께 갑자기 건교부 청사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청와대가 발표한 차관급 인사 명단 때문이다. 청와대가 국토해양부 1차관에 건교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출신인 권도엽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2차관에 이재균 해양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임명됐다는 뉴스가 TV 속보를 통해 전달됐다. 그러자 건교부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만세를 불렀다. 건교부의 굴욕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국토해양부의 수뇌부가 구성되는 순간은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권 차관은 2006년 말 건교부를 떠났다. 그는 건교부에서 일할 때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부터 가장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청렴한 데다 바람직한 공직자이기도 했다. 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2007년 7월까지 야인(野人)으로 있었다.권 차관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인물이라고 안팎에서 설명한다. 교통 분야 전문가인 정 장관의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 장관이 부동산 정책 분야에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장관이야 큰 흐름을 잡아주겠지만 이를 실무적으로 챙길 차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우리나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다루는 영역이 바로 국토다. 부처 이름에 국토와 해양이라는 글자를 합쳤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토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아우르는 부처다.부처의 한글 명칭에는 빠졌지만 영문에는 ‘교통’이 들어 있다. 국토해양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Land, Transport and Maritime Affairs’다. 항공 정책과 자동차 리콜 등 자동차 안전 분야도 국토해양부 관할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람 잘 날 없는 부처’인 셈이다.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걱정인 곳이 국토해양부다. 얼마 전 발생한 코오롱 유화공장 화재 사건도 국토해양부와 연관된다. 불을 끄다 공장 안에 있던 페놀이 물에 녹아 강에 흘러 식수원 취수에 영향을 미쳤는데 수자원공사가 바로 국토해양부 관할이다.국토해양부의 핵심 업무는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5일 열린 취임사에서 부동산 안정 의지를 뚜렷이 내보였다. 이 대통령은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라고 했는데 이 말은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여러 차례 “지금 주택 값은 비싸고 더 올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분양가는 낮추고 주택 공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는 일단 상한제로 꾹 눌러 놓은 상태다. 상한제 전보다 20~25%가량 분양가가 낮다.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서민들로서는 반가운 정책이다.공공택지에서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 가운데 상한제 아파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달이나 다음 달에는 민간 첫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나올 전망이다.분양가의 25%만 내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지분형 아파트에 더 관심이 간다. 지분형 아파트는 오는 9월 광교신도시와 파주신도시에서 시범 사업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 새로운 주택 모델의 성공 여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분형 아파트의 지분에 투자할 투자자들의 태도다. 원금 보장은 물론 환매 때까지 수익원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분양가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제도임에 틀림없다.집값 안정은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공급이 딸려 서민들이 고분양가에 신음소리를 냈다.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30만 가구 등 매년 5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신도시보다는 도심 재생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당연히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뒤따를 전망이다. 재건축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에 명시된 대로만 올려도 주택 공급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법보다 용적률을 50%포인트 낮춰 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용적률을 높일 경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달려들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 차단책과 강력한 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어서 ‘투기’를 노린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섣불리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국토해양부는 또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일단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정 장관은 한반도 대운하가 친수공간이 넓어지는 등 오히려 친환경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국토의 경쟁력은 더 이상 물리적 면적에서 창출되지 않습니다. 얼마나 진취적인 국토 경영을 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납니다.” 앞으로 단순히 땅을 넓히는 것보다 국토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한반도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사뭇 기대된다.김문권·한국경제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