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3월이 온다

진군을 하기 위해서는 후방이 튼튼한지 확인해야 한다. 주식 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바닥의 견고함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진정한 바닥을 통과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은 남아 있다. 아무리 낙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대세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 한두 번의 고민은 해보았을 터다. 일반적으로 대세 하락은 1990년대 경험을 적용하면 지수의 절반을 반납하는 것이고 하락 기간도 상승 기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경우다. 지금 시점에 대입하면 1000 초반까지 하락하는 것이고 하락 기간도 앞으로 2~3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대세 하락형으로 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대세 하락의 첫 번째 조건은 일반적으로 이익 침체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과거 경기 하강기에 우리나라 기업 이익이 급감했던 것은 이익 변동성이 가장 큰 정보기술(IT)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업 이익 중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줄어든 상태다. 전체 이익에서 IT와 자동차 섹터의 이익 비중은 2004년에 52%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24%로 줄어들었다.미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이익 감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은 IT와 자동차 이익 구성비가 슬림화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섹터는 사실 2004년도에 이익 고점이 형성됐다. 이후에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별반 이익 활황을 누리지 못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지금은 이들 섹터가 그동안 이익 호황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이는 이번 경기 하강기에 전체 기업의 이익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이기도 하다.둘째, 이익 급감이라는 필요조건 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급락이라는 충분조건이 수반돼야 한다.경기 하강기의 주가 조정 형태는 주가가 상승할 때 이미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주가 상승기에 대규모 증자 여부가 주가 조정 형태를 좌우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주가가 상승할 때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했다면, 경기가 하강할 때 기업 이익 하강 압력과 함께 ROE 급감이라는 큰 폭의 주가 하락 요인을 잉태한 셈이다. 대규모 증자를 하게 되면 경기 하강기에 ROE가 급락하면서 주식 투자 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금리를 하회하는 ROE 하에서 주식 투자를 위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길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은 2005년 이후 주가가 1000을 넘어서는 신기원을 이뤄냈지만 공모 및 증자 규모는 누적으로 16조 원에 불과했다. 2007년 시가총액 대비 공급 물량(공모 및 증자) 비중은 0.6%에 그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ROE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ROE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대비 2배 이상의 ROE가 유지되면서 주식 투자의 매력은 유효할 것이다.마지막으로 대세 하락에 진입하려면 매크로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경기 둔화라는 필요조건 외에 우리와 밀접한 경제권의 위축이라는 충분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미국 경기 사이클이 1990년대 이후 한국 증시의 순환적인 주가 등락을 결정했다면 장기 추세상 횡보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일본 경제의 몰락이었다. 1980년대 내내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일본 경기가 1990년대 들어 불황의 늪에 빠졌던 것이 1990년대 내내 우리 증시의 불행이었다. 일본 내수의 극심한 위축은 일본과 경합하던 한국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에 커다란 위협이었다.동일한 논리 구조를 현재에 적용하면 1980년대 후반의 일본과 같이 우리와 순망치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수반된다면 코스피지수의 대세 하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은 사실일지라도 고성장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고 더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식 버블 붕괴 패턴을 답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대세 하락이 아니라면 추세 복귀 시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바닥 형성이 반드시 추세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닥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이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바닥 심리를 추세 복귀 심리로 전환시키려면 펀더멘털 회복과 관련된 신호가 있어야 한다.현재 미국 경기와 관련한 지표들이 들쑥날쑥 나오고 있지만 리세션(경기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기 판단을 하는 고용, 소비, 산업 생산 측면 등으로 보아 지난해 12월부터 리세션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고 경기 침체 국면은 올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런데 이처럼 경기 침체로 간다고 해도 시장에서 과소평가되지 말아야 할 요인은 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미국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그것이다.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동원한 정책조합(policy mix)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우선 미국의 재정 지출 과정이 속전속결이다. 과거 9·11 테러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재정 지출이 단행돼 올 여름 이전에는 미국 가구에 세금 환급분이 쥐어질 작정이다. 올해 지급되는 액수인 1500억 달러는 승수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통화 정책은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이 정책금리를 2.25% 인하했지만 앞으로도 추가적인 인하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과거 미국의 경기 침체기에는 코어 CPI 기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할 때까지 금리를 내렸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에도 정책금리는 2~2.5%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올 여름부터 미국의 정책 믹스 효과가 나타나면 미국의 경기 침체 여파는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 효과가 항구적일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 개입은 민간의 소비 및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만약 민간의 동력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가 지속될 반 년이 지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즈음에 미국 경기의 재하락 우려가 시장을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올해의 문제는 아니다.필자는 증시의 추세 복귀 시점으로 3~4월을 지목한다. 경기가 지난해 12월부터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고 경기 침체 기간이 올 여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면 경기 침체의 절정은 3~4월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부터 정책 효과 기대로 인해 경기 침체 국면의 탈피 가능성을 주가가 선반영할 수 있다.또 과거 경기 침체의 한가운데서 주가가 턴어라운드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에 근거해 본다면 다가오는 3~4월이 평균 지수를 회복하기 위한 날갯짓이 시작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다. 올해 평균지수는 1850선으로 예상된다. 3~4월이 되면 그동안 패닉을 수반한 투자 심리에 의해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주가의 하락을 수정하는 반작용, 즉 주가가 펀더멘털을 말하는 구조에서 펀더멘털이 주가를 말하는 정상화 작용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김세중·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21091@shin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