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신흥 아시아 국가의 ‘화려한 얼굴(고수익)’에 반해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변덕스러운 성격(고위험)’에 당황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외모도 좋고 마음씨도 고운(저위험) 상품은 없는 것일까.신흥 아시아 국가의 변동성이 불안하다면 안정된 증시 흐름을 보이는 선진 증시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선진 증시의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욕심을 채워주기에 부족하다. 지난해 일본 증시의 회복을 기대하며 일본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올해 내내 일본 증시에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미국 증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영 신통치 않다. 이 틈을 노려 새롭게 관심을 받는 지역이 있다. 유럽이다.출렁거리는 중국 펀드 물결 사이로 유럽 펀드 중에서도 동유럽 펀드가 대안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동유럽 펀드는 꾸준히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1년 수익률도 30%에 달해 중국 펀드 못지않게 우수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일반적으로 유럽 펀드라고 하면 선진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유럽 펀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들로 구성된 펀드다. MSCI 국가별 비중(2006년 말 기준)에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동유럽의 견인력 지속으로 소비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유로존의 양호한 생산성과 낮은 단위 노동비용 증가가 고용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이는 안정된 인플레이션과 함께 민간 소비 부진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최근 유럽 펀드는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강세, 유로 통합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는 기업 간 인수·합병(M&A), 실업률 감소, 소비 심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동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의 고성장으로 유로존 수출 증가의 긍정적 효과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유럽 중에서도 요즘 각광받는 지역은 동유럽이다.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동유럽의 경제 파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동유럽은 단순히 지리적 개념에서 동쪽에 위치한 유럽 지역을 뜻하지 않는다. 지역적 범위가 일정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했던 유럽의 국가들을 뜻하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89년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정치적 의미의 동유럽은 소멸되고 지역적 개념만 남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이 동유럽으로 분류된다.동유럽 펀드는 러시아 체코 터키 폴란드 헝가리 등의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로 신흥 유럽 펀드 또는 이머징마켓 유럽 펀드라고도 불린다. MSCI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의 지수 비중과 비슷한 1.3% 정도로 규모는 작다. 그러나 ‘고성장’의 매력을 앞세워 최근 동유럽 펀드는 꾸준한 수익률 상승을 보이고 있다.동유럽은 유럽연합(EU)에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제공하며 매년 5%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풍부한 인력과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성장 동력을 갖췄고 EU 가입국 확대에 따라 성장 잠재력도 높으며,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를 통한 산업 기반 확보로 견조한 경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등 EU에 가입한 국가들의 경우 EU라는 안정된 내수 시장과 지속적인 경제 개혁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터키 등은 지역적으로 중국, 인도와 연결성이 높고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젊은 노동력을 기초로 고성장이 기대된다.또 EU에 가입된 동유럽 국가들은 기존 회원국에 비해 소득수준이 매우 낮고 임금 격차가 커서 저임금을 겨냥한 기존 EU 가입국 기업들의 동유럽 직접 투자가 줄을 잇는가 하면 신규 가입국 근로자들이 임금이 높은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이민자가 급증하는 등 EU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동유럽 지역과 EU가 서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안정된 내수 시장과 경제 개혁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고성장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아우구스토 로페즈 카를로스 세계경제포럼(WE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7 미래에셋증권 투자포럼’에서 “EU 가입 이후 외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이는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동유럽 국가들은 고성장을 이루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세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동유럽 국가의 투자 전망은 그 어느 곳보다 밝다”고 말했다.무엇보다도 동유럽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의 수익률 연동성이 낮아 분산 투자 측면에서 접근할 때 매력이 높은 상품이다. 국내 증시가 폭락하더라도 꾸준히 안정된 흐름을 보일 수 있는 지역에 투자해야 분산 투자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증시 연동성을 비교할 때 참고하는 지표가 상관계수인데,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각 국가의 증시 움직임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제로인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주식 투자의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하는 MSCI 유럽지수와 각 지역의 MSCI지수와의 상관관계 분석을 살펴본 결과 유럽 지역은 중국(0.40)과 인도(0.42) 등 신흥아시아지수(0.53)와의 상관관계가 낮고 한국지수와의 상관관계도 0.48로 낮게 나타났다. 즉, 분산 투자 측면에서 동유럽 펀드에 가입한다면 중국 인도 한국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위험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다만 동유럽 펀드 투자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동유럽 주식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동유럽 주식시장 내에서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다. 비중이 50~60%를 넘는다. 러시아 비중이 높다 보니 동유럽 펀드의 수익률은 러시아 펀드나 브릭스 펀드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러시아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덕이다. 국제 유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100% 이상 급증해 관련 주식들도 덩달아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철강 가격 상승과 기업 투자 등급 상승 호재가 맞물리면서 러시아 철강 회사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966만 배럴로 석유 왕국 사우디아라비아의 1072만 배럴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보유국이기도 하다.러시아 경제는 이라크 정세의 영향으로 국제 원유가가 급등한데 힘입어 1999년 이후 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평균 성장률은 6.8%로 비슷한 시기에 시장경제로 전환한 동유럽 국가의 4.4%에 비해 훨씬 높다. 또한 천연자원 외에 소비, 인프라 투자 등을 두루 갖췄으며 펀더멘털 개선을 바탕으로 내수 소비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투자가 유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그러나 러시아는 에너지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에너지 국제 가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여 변동성이 클 수 있다. 러시아 시장이 흔들리면 그만큼 동유럽 펀드 수익률도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유가로 인해 석유 가스를 수출해 이득을 보지만 최근 루블화 절상은 수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생산 쇼크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한다.이 때문에 러시아를 포함해 동유럽 펀드 역시 기대 수익만큼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산 투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수익률 역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대 수익률은 연 7~8%가 적절하다. 공도윤·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