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보험 업종 주요 이슈들이 주로 자동차보험 부문에 집중돼 있었다면 2008년 이후 규제 및 환경 변화와 관련된 이슈들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영향력을 지닌 것들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구체적인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상황 진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손해보험사들의 손익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2006~07년 보험 업종의 규제 환경은 매우 우호적이었으며 이러한 규제 환경이 2007년 손해보험사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그런데 2008년 이후 보험업의 규제 및 환경 관련 이슈들은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험 산업 관련 이슈로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4단계 방카슈랑스, 연말 이후로 예상되는 생명보험사들의 상장, 보험업법 개정 등을 들 수 있다. 금산 분리 문제와 연관된 보험지주회사 문제, 손해보험사에 대한 연금보험 판매 추가 허용 등은 보험업법 개정 이슈에 포함되는 것이다.현재로서는 각 사안들의 실제 시행이 가능할 것인가도 불확실하지만 그 영향도 각기 상이하다. 따라서 사안별로 그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규제 및 환경 변화가 2006~07년과 같이 상장 보험회사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우선 4단계 방카슈랑스부터 살펴보자. 4단계 시행으로 새로 허용되는 부문은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이다. 종신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사 매출 및 보험설계사들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보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상품 구조가 복잡하며 설계가 까다롭다는 점에서 방카슈랑스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1년마다 갱신되며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자동차보험은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 판매 점유율이 15%까지 확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은행이 보험사의 대리점으로서 판매 채널의 역할만을 담당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보험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놓고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 것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은행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전통적인 모집인 채널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실제로 현재 보험사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은 보유하고 있는 모집 채널의 규모와 질이 될 정도로 보험회사의 경쟁력에서 전속 모집 조직이 가지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또한 방카슈랑스라는 판매 채널 확보를 위해 자동차보험 가격 경쟁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결국 4단계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보험 산업에 특별한 악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모집 채널에 대한 장악력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다시 한 번 판매 채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생명보험사 상장은 손해보험 주가에는 중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이다. 신영증권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교보 금호 동부 동양생명 등이 줄지어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생명보험사들이 보유계약 가치로 평가될 경우 주가수익률(PER)이나 주가순자산배율(PBR)로는 고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생명보험사들의 상장 이후 장기적으로는 손해보험사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그러나 보험 업종 전반의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기적으로는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보험 업종의 시가총액은 20조 원 수준으로, 내년 상장 예정인 생명보험사들의 시가총액은 현재 보험 업종 시가총액의 30~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0년께 4개 생명보험사가 집중적으로 상장됐던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상장 전후 1년간 보험업종지수가 시장 대비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상장이 가시화되는 내년 중반 이후 보험 업종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보험업법 개정과 관련 보험회사들에 유리한 규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험주의 강세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된 기대는 크게 보아 보험회사에 대한 지급 결제 허용, 보험지주회사 허용, 혹은 관련 규제 완화, 보험회사에 대한 금산 분리 완화, 그리고 손해보험사에 대한 세제 적격 연금 판매 허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보험회사에 대한 지급 결제 허용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생명보험사의 경우 이미 통화 금융사로 분류돼 신용 창출 능력이 부여돼 있으므로 보험사에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문제는 증권사에 대한 허용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적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설혹 지급 결제 기능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소매 채널이 한정된 보험회사의 경우 지급 결제 허용 시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보험회사에 대한 금산 분리 완화의 문제는 보험지주회사와 관련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하고 금산 분리의 정의 및 적용 원칙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쉽게 해결될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결국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된 이슈들은 보험지주회사 허용, 혹은 관련 규제 완화와 손해보험사에 대한 세제 적격 연금 판매 허용으로 압축되게 된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두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양자 모두를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손해보험사에 대한 세제 적격 연금 판매 허용은 생보사의 일방적 희생 아래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시행된다면 연금 시장의 잠재력을 생각할 때 손해보험 종목에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보험지주회사가 현행법상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단지 외국과 같이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고 은행지주회사와 같은 감독을 받게 됨으로써 설립의 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보험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정비될 경우 외국과 같이 지주회사를 통한 생·손보 겸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굳이 하나의 회사 내에서 생·손보 겸영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규제가 바뀔 필요성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보험지주회사 설립과 관련된 규제가 정비돼 보험지주회사 설립이 장려되고 생·손보 겸영 관련 이슈는 현행 틀을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보험지주회사 설립 관련 정비가 이뤄질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현재 보험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나 동부그룹의 경우 보험지주회사 설립 시 업계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지만 금산 분리 문제의 해결 없이 지주회사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주회사 추진은 아직 먼 일로 보인다. 이병건·신영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