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경제부 일부 관료들이 풀기 어려운 숙제를 붙들고 앉아 끙끙대고 있다. 이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는 것은 내년 3월로 다가온 우리금융 매각 문제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정부 지분 매각을 의무화해 놓았지만 현재로선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 가깝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과 금융정책국 관료들이 몇 달 째 머리를 싸매고 앉았지만 ‘묘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정부의 기본 구상은 10월 말 현재 73%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중 ‘50%+1주’를 전략적 투자자에 넘기고 나머지는 조금씩 나눠 ‘블록 세일’ 형식으로 재무적 투자자에게 판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지배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데다 민영화라는 취지에도 맞다. 과도한 물량이 주식시장에 풀리는 것에 따른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소수 지분 매각은 더디지만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당초 지분 23%를 매각하는 것이 올해 목표였는데 상반기에 5%를 매각했고 시기와 규모는 정하지 못했어도 조만간 한 번 더 판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우리금융 지배 지분의 가치는 현재 시가로만 계산해도 10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원하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으면 웬만한 투자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큰 덩어리’가 된다. 그런데 정부는 일단 거래 상대방으로 외국계 자본을 고려 대상에서 빼놓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토종은행’을 또다시 외국인들의 손에 넘긴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서다.국내 자본 중에선 그만한 짐을 질 수 있는 게 산업자본들뿐이다. 이 역시 ‘금산 분리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라서 풀기가 쉽지 않다.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은행 인수의 적격성을 놓고 시비가 만만치 않은 데다 자칫하다간 ‘복지부 관할 은행’이 될 수도 있어 재경부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국민연금에 넘기는 것은 ‘오른손에 있는 것을 왼손으로 옮기는 것’일 뿐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터다.재경부가 이런저런 제약 조건들을 모두 피해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방법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한 가지 옵션이 더 추가되기는 했다. 국민 신한 하나 등 국내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 지분 95%를 확보해 중간지주회사로 두는 방안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장애물은 제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소수 금융지주사가 나눠 갖고 있는 은행 시장의 과점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이런저런 이유로 일각에선 “지금 이 상태로 일단 뭉개고 있자”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일단 시간을 번 뒤 다음 정권에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지난 2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내년 3월로 돼 있는 우리은행 매각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재경부 금융정책국 라인은 현재 외국의 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안을 찾기 위한 ‘학습 모드’로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예보와 금융연구원 등도 이들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머리를 짜내보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지난주(5일)에 열린 공자위 매각소위원회에서는 이들 외곽 기관들이 재경부의 ‘명’에 의해 쥐어짜낸 대안 몇 가지가 검토됐다. ‘국민주 공모’에서부터 민영화 없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정면 돌파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역시 ‘우리은행에 주인을 찾아준다’는 본래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방안들이어서 정부안으로 확정짓기는 어려웠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역시 이 딜레마를 풀려면 ‘산업자본’이라는 구원투수를 등판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 정부가 임기 내에 ‘금산 분리의 원칙’에 손을 대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래저래 재경부의 ‘미션 임파서블’은 당분간 ‘엔딩 크레딧’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