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케 마사오(59) 아사히야마동물원장은 망해가는 동물원을 최고의 동물원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이다. 그는 아사히야마동물원이 관람객 격감으로 폐원 직전까지 몰렸으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내장객을 10년 만에 15배가 넘는 304만 명(2006년) 수준으로 늘렸다. 이로 인해 일본경제신문의 올해의 경영자, 창조대상을 받았고 다수의 일본 내 사회문화 경제 경영 관련 상을 받았다. 그가 창조 경영을 화두로 내건 사무용품 전문 업체 링코(대표 최종태)의 초청으로 최근 내한했다.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에 있는 시립동물원으로 면적은 15ha다. 코끼리 기린 오랑우탄 등 82종의 동물 496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현재 근무 인원은 정규직 14명, 임시직 10명 등 총 24명이다. 1967년에 문을 열었는데 개원 첫 해 45만 명이던 관람객이 30년이 지난 1996년에는 오히려 26만 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유료 입장객은 12만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위기를 맞았다.아사히카와 시는 인구 35만 명의 중소도시다. 인구가 적은데다 일본의 동물원 96곳 중 가장 북쪽에 있어 추운 곳이다. 겨울에는 섭씨 영하 25도, 여름에는 영상 30도에 달해 동물들이 활동하기 힘든 곳이고 관람객들 역시 겨울엔 동물원에 오기를 꺼린다.게다가 TV와 비디오 등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의 여파로 동물원을 찾는 사람이 격감하기 시작했다. 화면에서는 박진감 있는 아프리카 맹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동물원에 오면 사자고 호랑이고 잠만 자니 재미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참고로 아프리카에서도 맹수들이 항상 박진감 있게 사냥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주 드문 일이고 카메라맨의 노고에 의해 잡은 화면일 뿐이다. 맹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거나 어슬렁거리는 데 쓴다.시에선 폐쇄를 검토했다. 도저히 동물원을 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쿄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가 곳곳에 생기면서 동물원보다는 그런 테마파크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회생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처음에는 롤러코스터도 설치하고 여러 가지 놀 거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조금 지나면 다시 관람객이 줄었다. 그래서 동물원을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원래 1973년부터 수의사로 이 동물원에서 일해 왔는데 1995년부터 원장을 맡고 나서 생각해 보니 동물을 잘 돌보는 것만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동물원 입장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보니 재미가 없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래서 어떤 것을 기대하느냐고 물어보니 ‘한 번 안고 싶다. 먹이도 주고 싶다. 한 번 돌보고 싶다’는 게 고객의 주된 반응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예산이 없으니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우선 동물원을 알리는 일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것을 글로 써서 멋지게 구호를 만들어봤자 생동감이 없었다. 사육사들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직접 손으로 써서 알려주기로 했다. 둘째, 동물과 접촉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셋째, 홋카이도는 춥다. 이를 역발상으로 해서 관람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사히카와는 추울 뿐만 아니라 눈도 많다. 겨울엔 거의 폐쇄된 상태다. 그런데 역으로 그런 추위에도 동물이 건강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돈이 없어 내가 직접 고객을 안내했다. 동물원 근무자는 고객과 동물 사이에 있다. 확실히 가이드를 하자고 다짐했다. 예컨대 주사를 맞는 것을 보여주자, 식사하는 것을 보여주자는 식으로 안내했다. 코끼리는 굉장히 많은 똥을 눈다. 그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도 있다. 그 속에 섬유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고 설명하니 관람객들이 아주 좋아했다. 또 동물원 내에서 퀴즈대회를 열었다. ‘창살 사이에 나뭇잎을 놔두면 기린이 어떻게 먹을까’라는 식이다. 동물을 유심히 관찰해야 알아낼 수 있는 퀴즈다. 기린은 40cm가 넘는 혀를 돌돌 말아 창살 사이로 집어넣은 뒤 나뭇잎을 꺼내 먹는다. 직원들도 한 사람이 하루에 10명에게 동물원을 알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텐토크(10talk)’ 운동이다. 하루에 10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팬을 만들라고 얘기했다.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을 그려서,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로 관람객을 사로잡으라고 권유했다.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설득했다. 우리 동물원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낸 뒤 이에 대해 이견이 있는 직원이 있으면 밤샘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냈다. 절대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토론을 통해 결론을 냈다.맹수관 펭귄관 북극곰관 등을 만들어 이를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단지 관람객들이 평면적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동물들 사이에서 이들의 행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물이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노는 상태에서 관람하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커다란 아크릴판으로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운 뒤 바다표범이 생활하도록 했다. 그런 뒤 사람은 그 사이의 통로로 지나다니게 했다. 놀라운 것은 바다표범이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게 아니라 다가와서 사람을 구경했다.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관람하는 장면이 생긴 것이다. 이를 통해 동물원과 관람객의 교감 공간이 생겼고 야생동물들의 본능을 살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를 ‘행동전시’라고 부른다. 야생적 본능과 개성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전시관이라는 의미다.기존 동물원의 전시 방법은 ‘수용전시’라고 부를 수 있다. 뒤뚱거리며 걷는 펭귄과 가만히 서 있는 북극곰을 보는 게 수용전시라면 ‘행동전시’는 머리 위에 수족관을 만들어 헤엄치는 펭귄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헤엄치는 북극곰을 털 한 올 한 올까지 관찰할 수 있도록 꾸몄다.2004년 이후 4년 연속 여름철 입장객 수 기준으로 일본에서 1등을 하고 있다. 관람객도 폭발적으로 늘었다.동물은 그 자체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어떤 계획을 하고 동물들을 훈련시키는 게 아니다. 볼거리는 동물들이 스스로 창조한다. 다만,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은 우리 자신들이 ‘전시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상을 받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딱 1명을 해고한 적이 있다. 해고 사유는 거짓말이었다.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그를 기르는 사육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동물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동물을 오래 접하다 보니 동물들이 인간의 생각을 이해한다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내가 부부 싸움을 하고 출근하면 기린이 눈치 챈다. 내가 바쁜 일이 있으면 오랑우탄은 일부러 우리에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에 들어가야 퇴근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를 골려주려고 그러는 것이다. 동물들은 내 생각과 언어를 이해한다고 믿는다. 다만 사람이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약력: 1948년 홋카이도 삿포로 출생. 홋카이도대 수의학과 졸업. 73년 아사히야마동물원 수의사. 91년 아사히야마동물원 부원장. 95년 아사히야마동물원 원장(현재). 수상;2005년 일본경제신문 올해의 경영자상. 2006년 일본 창조대상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