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재테크 기상도에는 각종 변수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코앞에 닥친 대선 향방에 따라 일부 종목의 기상도가 다르게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 경기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휘둘리는 미국 증시, 펄펄 끓어오른 중국 증시가 마치 시한폭탄처럼 작용할 수 있다. 정보력 약하고 판단이 미욱한 개인 투자자로선 난감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시각을 넓게 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큰 흐름을 보라’는 이야기다. 대선 같은 단기 변수가 아닌, 재테크 분야 전체를 관통하는 장기 트렌드 속에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변수들은 말 그대로 단기에 작용하고 사라지지만, 장기 흐름은 거대한 물줄기와 같이 이어지는 까닭이다.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자산시장의 이동 흐름’을 첫 번째 장기 트렌드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저축 상품에서 투자 상품으로의 이동,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수익률 이동이 대표적이다. 이 부소장은 “2003년부터 본격화된 자산시장의 이동이 2008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40~50대의 자산 축적 방향, 중국 경제 향방도 예의 주시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제활동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 노후 대비용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점, 그리고 중국 투자의 포트폴리오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두루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귀띔이다.그렇다면 각 분야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금융 상품 시장으로 가보자.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7년의 큰 흐름이 2008년으로 이어진다”고 정리했다. 즉, 예금에서 펀드로 자금 이동,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부상, 해외 펀드 급증, 주식형 펀드의 독주, 변액보험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흐름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여기에 자녀 교육비 마련과 금융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어린이 펀드와 해외 펀드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더해지고 있다. 민 연구원은 “어린이 펀드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빠른 속도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펀드 시장에선 어린이 펀드가 ‘신인상’을 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해외 펀드 중에선 막강한 잠재력을 과시하는 ‘친디아 펀드’가 변함없는 인기를 확인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욱 블리스자산운용 상무는 “중국과 인도의 기업 매출과 이익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단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한때 거침없는 상승세로 투자자를 흥분시켰던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2007년 한 해 동안 주식시장은 간만에 찾아온 호황에 들썩거렸지만 하반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악재에 여지없이 흔들리는 통에 기대감이 많이 사그라진 상황이다.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신용 경색에 영향을 받겠지만 국내에선 내수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업종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꼽는 2008년 코스피 유망 종목은 유통 건설 보험 등이다. 또 아시아 시장 성장과 관련한 운송 화학 업종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유망 종목으로는 신세계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금호산업 메리츠화재 대한항공 LG화학 SK에너지 금호석유화학 등이 꼽힌다.코스닥 유망 업종 역시 소비 회복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홈쇼핑 인터넷 LED 교육산업이 물망에 올랐다. 특히 인터넷 산업의 성장세 지속과 소비 증가에 따른 홈쇼핑 실적 증가세 반전 예상이 눈길을 끈다. 유망 종목으로는 CJ홈쇼핑 NHN 다음 서울반도체 루미마이크로 에피밸리 메가스터디 등이 꼽힌다.그렇다면 올해 막을 내리는 참여정부가 가장 공들여 ‘관리’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대선 향방에 좌우될 공산이 큰 분야다. 이에 대해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방향과 기조가 유지되고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대선 이후를 기대하는 투자 심리와 경기는 상승 변수로 꼽히지만 공급 확대로 인한 수급 구조, 해외 주택 시장 버블 등이 하락 변수로 작용해 결국 ‘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고 대표는 “급등 또는 급락이 아닌 보합 수준에서 3~5% 등락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개별 부동산 종목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파트 시장의 경우 ‘전약 후강’이 점쳐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몇 년간 고수한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 분양 등이 강남권 아파트 값까지 자극, 하반기에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미분양 물량 적체가 치명적인 하락 변수로 등장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 대표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9만여 가구로 추산되지만 업계에서 감추는 비공식 물량까지 더하면 12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처분조건부 대출 대상 아파트 부실까지 더해지면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값에 하락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반면 오피스 시장과 경매 시장은 2007년에 이어 활활 타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두 시장 모두 2007년부터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이주용 저스트알 팀장은 “서울시 오피스 공실률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반대로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빌딩 수익성 증대와 이에 따른 빌딩 매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경매 시장의 경우 ‘과열’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인기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낙찰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아파트와 토지의 인기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한편 미술품과 금 등 동산 재테크도 상승 그래프를 계속해서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품의 경우 2007년 급상승한 투자 열기를 이어가며 작품의 질에 따른 가격 차별화 현상이 정착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30~40대 소장가들이 시장에 진입, 미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면서 “미술 시장이 글로벌 마켓화 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밝혔다.금의 경우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급격한 수요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8년에도 이어져 새로운 신고점 경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김철환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의 안전 자산으로의 회귀 수요가 뚜렷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투자 시장의 위기 증폭과 중동의 긴장 관계 등이 금 가격에 영향을 미쳐 28년 만에 신고점 경신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2008년 금 가격 평균을 750달러선으로 전망하고 최고 800달러 이상까지 상승 여력을 갖고 있다고 내다봤다.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