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주범이라고 한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태풍 해일 가뭄 등 각종 자연재해가 ‘지구인’들의 생활터전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라는 경고가 무성하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논쟁이 필요없는 ‘정설’이 됐다.과연 그럴까?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지구온난화 논의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 충분한 과학적 근거없이 공포감만 조성할 경우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미국 UC산타바바라 대학의 대니얼 보트킨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구온난화 착각(Global Warming Delusions)’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의 글은 두 가지 주장을 담고 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 위협이 과장됐다는 것. 보트킨 교수는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대표적인 ‘허풍’이라고 꼽았다. 유엔은 올해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상 동식물의 20~3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보트킨은 장구한 지구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이런 대규모 멸종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 250만 년 동안 지금보다 더 심한 온난화 기간을 거쳤지만 멸종된 생물은 매머드 등 20여 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열대지방 특유의 전염병인 말라리아와 뇌염 등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공포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기온의 변화와 열대 전염병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사라 랜돌프 교수의 최근 연구보고서를 대표적인 반박논거로 제시했다.단지 기온이라는 한 가지 데이터만으로 지구의 미래를 재단하는 것도 무리다. 생명체의 번성과 소멸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보트킨 교수는 “미국 뉴욕에 앵무새가 급증한 것은 기온 변화 때문이 아니라 뉴욕 시내에 앵무새의 먹이가 되는 각종 외래 식물이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킬리만자로 산 꼭대기의 만년설이 줄어 들고 있는 것 역시 지구온난화와는 무관하다. 킬리만자로 정상의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에 머물러 있다. 예전보다 뜨거워졌다는 증거는 없다. 이보다는 태양 복사열의 입사 각도가 바뀌면서 만년설의 일부가 녹아내렸다는 견해가 과학계의 다수설이다.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들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보트킨 교수의 두 번째 주장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한정된 자원이 엉뚱한 곳에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라는 가정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 역시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가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은 이런 재해를 막는데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은 1997년에 교토의정서를 맺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5.2% 줄이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오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평균 2.6도 오를 것이라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가 그 밑바탕이 됐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1800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롬보르는 그러나 “교토의정서가 철저히 지켜지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온이 2.6도 오르는 시점이 2100년에서 2105년으로 고작 5년 늦춰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알프레드 슬론 교수도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모든 주장은 지금의 온도가 최적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구 역사상 특정 온도가 지속된 경우는 없으며 특정 온도가 지구인의 삶에 최적이라는 근거도 없다”고 반박한다. 뜨거워지는 지구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운 요즘이다. q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