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에서 강력 드라이브… 기준 미달 기업은 증시 상장도 어려울 것

에너지와 환경이 중국의 산업지도를 바꿔놓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를 과다하게 쓰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업종과 기업은 서둘러 퇴출시키고,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기업은 적극 육성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이다.올해 독일마저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되는 중국 경제의 최대과제는 지속적인 고성장이다. 중국 지도부는 에너지 부족과 환경오염을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수치는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현재 중국의 철강 전력 시멘트 등 에너지 소모가 큰 업계의 에너지 사용은 선진국 평균보다 약 20% 높다. 광산자원 회수율은 30%로 선진국 수준보다 20% 이상 낮다. 목재 종합 이용률은 60%로 선진국 수준보다 20% 낮다. 재활용 자원 이용률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2006년 중국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환경 수용 수준을 훌쩍 넘어 전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전국 7대 수계(水系)를 관통하는 도시 하천의 90%가 오염됐다는 중국 정부의 통계도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 강화는 중국 지도부가 입에 달고 다니는 ‘발전방식 전환’의 대표사례라 할 수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최근 폐막한 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 당 대회)에서 “생태문명 건설”을 처음 주창한 데서도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후 주석은 “생태문명을 건설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산업구조와 성장방식 및 소비방식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생태문명 건설의 핵심수단은 에너지절약법과 순환경제법이다. 에너지절약법 개정안은 지난 10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내년 4월부터 시행되게 됐다. 개정안은 “자원을 절약하는 것은 중국의 기본국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무원(중앙정부)과 중국 내 현급 이상의 지방각급 인민정부는 에너지절약 목표를 연간 단위로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특히 에너지절약 목표책임제와 평가제도를 시행토록 했다. 인사에 민감한 중국 공무원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력한 정책 시행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너지절약법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규모를 줄이고 낙후된 생산설비를 도태시키도록 하고 있다.순환경제법은 이르면 연내 입법이 확정될 예정으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 및 포장재에 대해 회수를 의무화한 규정이다. 과거 중국에서 기업은 생산 제품의 품질만 책임지면 됐다. 순환경제법이 실시되면 생산자는 제품의 재료 선정,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제품이 폐기되었을 때 어떻게 경제적으로 회수할 것인지는 기업의 생산기술은 물론, 설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초안 작성에 참여한 중국 인민대 리옌팡(李艶芳) 법학원 교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강제회수 대상)을 자체 회수하지 못할 경우 비용을 부담하고 관련 업체에 위탁해서 회수해야 한다”며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회수가 불가능하고 무해화 처리를 할 수 없을 경우 해당 기업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제품 회수능력이 없다. 따라서 순환경제법 실시 후 원가의 대폭 상승 및 기술력 한계로 업태를 변경하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중국의 에너지와 환경정책은 궁극적으로 1등기업의 입지를 강화시켜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특히 순환경제법은 철강, 비철금속, 석탄, 전력, 석유 및 석화, 화공, 건축자재, 건축, 제지, 날염 등의 업종에 대한 연간 종합 에너지 소모량, 물 소모량이 국가 규정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중점관리제도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기업은 국가기준 혹은 업종기준에 비해 엄격한 에너지, 물 소모 기업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순환경제법은 또 △국가 산업정책은 순환경제 발전 요구에 부합되어야 하고 △정부는 장려, 제한, 낙후 기술과 관련 제품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하며 △리스트에 오른 기술, 공법, 설비, 자재 및 제품은 생산과 수입을 금지하고 △관련 부처는 리스트 제도의 실시 상황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이미 지난 10월 국가발전계획위원회와 환보총국은 각 지방정부에 내려 보낸 지침을 통해 연도별, 업종별 낙후된 생산능력 도태 목표에 따라 도태할 기업들의 명단을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톈진시는 이미 자체적으로 환경문제 프로젝트에 대한 퇴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환경보호 일표부결제(반대표가 한 표라도 있을 경우 프로젝트 건설을 불허)가 대표적이다. 톈진개발구 환경보호국의 웨이훙메이(衛紅梅) 수석엔지니어는 “올해 5월 투자 규모가 수억 달러에 달하고 연간 생산액이 수십억 위안으로 예상된 한 제지 가공 프로젝트는 에너지 및 물 소모가 크며 오염배출량이 많다는 이유로 일표부결제에 따라 불허됐다”고 말했다.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은 수출은 물론, 증시에 상장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중국에서는 녹색무역과 녹색자본시장 정책으로 표현한다. 지난 10월 말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 장리쥔(張力軍) 부국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부처는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출기업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환경훼손을 대가로 한 수출행위를 법률 경제 기술 행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 강화가 결과적으로 대외 무역성장방식 전환을 가속화해 무역균형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판웨(潘岳) 환보총국 부국장도 10월 초 열린 제12차 ‘그린차이나 포럼’에 참가해 “중국은 녹색무역 녹색자본시장 녹색세제 녹색보험 환경비용 생태보상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 등 7개 측면에서 환경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자본시장은 기업이 상장할 때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는지의 여부에 대한 심사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중국은 녹색세제와 관련해 3단계에 걸쳐 집행할 계획이다. 1단계는 환경보호에 불리한 보조금과 세수혜택 폐지다. 이와 관련, ‘에너지 다소모, 높은 오염 유발, 자원성’ 화학공업제품의 ‘블랙리스트’를 이미 세무 관련 부처에 보냈다. 2단계는 기존 세금제도에 환경세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관세, 기업소득세, 소비세, 자원세 개혁 과정에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추가하고, 특히 연료 유세를 적정시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3단계는 독립적인 환경 보호세 제정으로 특히 환경 오염세, 오염물질 배출세, 카본 배출세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녹색보험은 환경 리스크 수준이 높고 사회적 영향이 큰 업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될 예정으로 환경 리스크 책임에 대한 강제보험을 말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엔 환보총국과 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환경정책에 부합되지 않는 업체와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대출을 통제하는 이른바 녹색 신용대출 시스템을 구축했다.에너지와 환경 정책의 강화는 외국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 낙후된 설비를 들여와 공장을 짓는 게 관행이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및 에너지다소모 외자를 주목하고 있다. 류샹펑(劉翔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대외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외자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산업에 진출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중화학산업에 대한 외자의 진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외국인투자 제한류나 금지류에 포함시키는 한편으로 홍콩 미국 한국 EU 일본 등의 중국 제조업에 대한 직접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류 부연구원은 “외국인직접투자와 함께 선진국(기업)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됐다”며 “외자 중 오염 유발 기업은 주로 고무, 플라스틱, 날염, 제혁, 전기도금, 제지, 제화, 전지 등의 산업에 분포돼 있고 국가로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의 일부 국가 및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이라고 지적했다. 류 부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철강, 비철금속, 전력, 건자재, 제지, 화학공업 등 6대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이용한 외자는 중국 전체 제조업에서 유치한 외자의 17.9%를 차지했다.물론 외국기업의 차이나리스크만 커지는 게 아니다.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한다. 에너지절약법 개정안은 에너지절감에 도움이 되는 선진 기술과 장비를 수입할 때 세수우대를 하고 정부조달에서도 우대를 하도록 명시했다. 또 기업의 에너지절약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의무적으로 조성토록 했다. 이미 올해에만 중앙정부 재정으로 기업의 에너지절약을 지원하는 예산규모가 70억 위안(1위안은 약 120원)에 달한다.국내 반도체장비업체인 케이이엔지는 이 같은 흐름을 간파해 발 빠르게 에너지절약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중국 랴오닝성에 설립한 합작법인에서 공장용 절전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케이이엔지는 중국이 지난해 제정한 공장용 절전장비 국가표준을 갖고 있는 주하이화천전기의 홍콩 모기업에 50% 지분을 투자함으로써 현지에서 활용할 절전장비 기술을 확보했다. 중국 산업지도를 바꾸는 에너지와 환경 정책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차이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