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객’
드디어 국내에도 본격 요리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요리 만화·영화의 역사는 사실 일본 대중문화의 전통에서 기인한 바 크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과 ‘맛의 달인’으로 유명한 이 세계는 자신의 요리 실력을 감추고 살아가는 고수, 상대방과의 대결을 통해 계속 맛의 길을 정진하는 주인공, 다채로운 요리의 향연이라는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물론 홍콩에서도 ‘금옥만당(1995)’ ‘식신(1996)’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니 사실 국내에서는 거의 황폐한 장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 점에서 허영만 원작의 ‘식객’은 대중문화계를 통틀어 거의 유일무이한 요리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스무 권 가까이 발간된 원작 가운데 영화는 한우와 육개장, 참숯 등을 골라 잔칫상을 꾸린다.트럭을 타고 야채와 생선 장사를 하는 성찬(김강우 분)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한 일본인에게서 발견되고, 그 칼의 진짜 주인을 찾는 요리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5년 전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한 요리 대회에서 봉주(임원희 분)에게 졌던 경험이 있는 성찬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열혈 VJ 진수(이하나 분)의 끊임없는 권유와 라이벌인 봉주와 재회하면서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다채로운 한식 요리는 ‘식객’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를 위해 ‘왕의 남자’의 궁중 연회상 등을 연출했던 ‘푸드&컬쳐코리아’의 김수진 원장이 음식 감독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원작 만화의 중요 부분들을 하나의 대회로 압축하면서 영화는 주요 한식으로만 식단을 꾸린다. 과거 일본과 얽힌 과거사 청산을 주요 테마로 내걸면서 그렇게 영화는 요리 바깥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원작이 요리에 대한 정보 전달에 꽤 많은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영화는 그렇게 대결의 묘미를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 원작에서 진수에게 열렬한 사랑을 바치는 다소 수다스러운 성찬의 모습을, 비밀을 안은 채 치매에 걸리고 만 할아버지와의 끈끈한 관계로 새로 정리한 것도 바로 그 대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은 원작의 팬과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 모두를 겨냥하기 위한 포석이다.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설정들이 적당히 변주를 가하는 선에서 거의 대부분 스크린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그 팬들은 반가울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결 자체 또한 마치 코믹 만화를 보듯 구성돼 있어 충분히 즐길만하다. 만화보다 더 만화적으로 등장하는 임원희의 캐릭터도 웃음을 짓게 한다. 화려한 요리 자체를 더 많이, 더 상세하게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요리 영화’라는 다소 낯선 이름에 꽤 잘 들어맞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투야의 결혼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버린 내몽골, 사막지대의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투야(위난 분)는 두 아이, 우물을 파다가 불구가 되어버린 늙은 남편과 살고 있다. 그저 가족에게 짐이 될 뿐인 남편은 투야와 이혼, 그녀의 짐을 덜어주고자 한다. 결국 둘은 합의하에 이혼하지만 투야는 재혼 조건으로 전 남편과 아이들 모두를 부양할 것을 고집하며 전 남편과 아이들을 떠안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히어로엉뚱하지만 천재적 사건 해결을 자랑하는 검사 쿠리우(기무라 다쿠야 분)가 한 사건을 넘겨받는다. 쉽게 판결이 날 것이라고 믿었던 재판에서 돌연 용의자가 자백을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단순 상해치사 사건에 검찰 특수부까지 개입하자 쿠리우는 점차 사건의 배후에 거대 권력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감지한다. 결정적 증거를 잡기 위해 한국 검사 강민우(이병헌 분)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부산으로 향한다.▶킹덤사우디아라비아 ‘왕국(kingdom)’ 내 미국인 거주 지역에 테러리스트들이 난입,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하고 폭탄을 터뜨려 100명 이상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 정부가 외교적 입장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사이, FBI 요원 로널드 플러리(제이미 폭스 분)를 팀장으로 하여 법의학 조사관 재닛 요원(제니퍼 가너 분) 등이 포함된 FBI 대테러 팀이 범인을 잡기 위해 비밀리에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히트’ ‘마이애미 바이스’의 마이클 만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사실감 넘치는 총격전을 보여준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