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위 -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은 최근 PB사업부에 전에 없이 의욕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 초 국민은행의 경영진은 PB 사업의 적극적인 육성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PB 사업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은행 업계의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미래형 비즈니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거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들이 느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환경도 마련되고 있어 초기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한다는 전략이다.경영진의 의지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지점 수를 대폭 늘리고 관련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인 PB 사업 확대를 통해 국내 최대 시중은행다운 최고의 PB 사업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먼저 신규 PB센터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올 들어 8개의 PB센터가 새로 생겼고 12월에도 대기 중인 신규 지점이 있다. 이로써 이미 국내 최대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지만 여기서 멈출 국민은행이 아니다. 내년에도 4개의 PB센터를 추가 오픈해 영업점이 총 31개로 불어날 예정이다.영업점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주목되는 것은 영업점의 위치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사들도 강남지역에 집중적으로 PB센터를 개설했다. PB센터를 이용할 정도로 금융자산이 많은 데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깊은 고객이 이 지역에 밀집돼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국민은행은 이런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있다. PB 사업의 영토를 서울 강북 지역과 수도권으로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에만 서울시 광진구, 인천 송도, 부천 중동, 경기도 수지 등에 PB센터를 열었다. 새로운 고객을 발굴, PB 시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또 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PB 사업의 고객층을 세분화해 ‘초부유자산가(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PB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자산 규모에 걸맞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 부자 고객 시장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지난 8월 개점한 여의도 PB센터가 그 시발점이다. 이 센터는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 등이 주요 타깃이다. 내년 초엔 강남 지역에도 HNWI 전용 PB센터 1곳을 더 열 계획이다.PB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영업망을 확장하는 것보다 오히려 내실을 기하는 것일 수 있다. 아무리 규모가 커도 서비스가 처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PB 사업의 성패는 자산 관리 등 고차원적인 서비스의 질에 따라 갈라지는 만큼 고급 인력의 확보가 절실하다.하지만 PB 사업의 초창기인 만큼 국내에 PB 전문 인력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민은행이라고 ‘인력 부족’이라는 업계 전체의 한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공격적인 영업망 확대로 수요가 많아진 만큼 인재 충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국민은행은 숨겨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최대 은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PB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 풀(pool)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PB만 300여 명에 이른다.인재 양성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PB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PB로 발탁되기 전에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과정의 연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PB 특화 교육 프로그램인 PB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엔 이를 좀 더 심화한 WM(Wealth Manage ment)아카데미를 도입한 상태다.브랜드 전략에서도 국민은행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002년 PB 사업을 발족할 때부터 ‘골드 앤드 와이즈(Gold & Wise)’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도입하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 등 과감한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다. 일반 고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업 공간도 처음부터 분리 운영했다. 이 전략은 서민 은행이라는 기존의 고정 이미지를 탈피해 부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김형태 KB골드앤드와이즈 PB 영업기획부 부장은 “렉서스의 경우 도요타에서 생산하지만 도요타와 다른 차별적인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는데 골드 앤드 와이즈도 마찬가지”라며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 고객들에게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브랜드라는 점 덕분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국민은행의 PB 사업은 얼마나 수익에 보탬이 되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투자’ 단계라고 은행 측은 답한다. 보통 PB 사업의 투자 회수 기간은 4~5년이다. 국민은행도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지난해엔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 투자가 대폭 늘면서 수익을 바라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PB 사업이 ‘황금알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은 분명하게 확인한 셈이다.결국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다. 국민은행은 직원들의 차별화된 전문성, PB 전용 상품의 확대, 고객 관리 프로세스의 차별화, 고객의 문화적 사회적 니즈에 맞는 서비스 등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한마디로 PB 고객 한 명 한 명의 요구를 충족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 기간인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익은 그 다음의 일이라는 얘기다.국민은행 PB 사업의 비전은 ‘KB의 렉서스’다. 렉서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도요타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듯이 국민은행의 성장 동력이 되겠다는 각오다. ‘리딩 뱅크를 이끌어가는 프라이빗 뱅크’를 향한 국민은행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증권사 도전 두렵지 않습니다’“국민은행이 제일 잘한다고 말하는 고객이 많습니다.”김형태 KB골드앤드와이즈 PB영업기획부장은 국민은행 PB 사업의 앞날을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보통 부자들은 여러 곳의 금융사와 거래하는데 이들을 비교해보면 국민은행이 가장 낫다는 평을 내린다는 것. 흩어져 있는 자산을 국민은행에 몰아넣은 고객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김 부장은 일선 PB센터장을 역임한 부자 고객 전문가다. 그런 만큼 직원들에게도 부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열심이다.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좋은 성품과 투명한 윤리의식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으라고 강조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PB 사업의 관건은 결국 직원들의 역량입니다. 금융 상품은 근본적으로 차별화가 쉽지 않아 상품으로 승부를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투자 상품의 활성화로 고객들이 예전에 비해 수익에 민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PB 직원들은 무엇보다 고객과 대화가 통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품격이 있어야죠.”김 부장은 증권사나 보험사 등이 PB 시장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지만 은행의 강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선 믿음직스럽다는 측면에서 은행이 경쟁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부자들의 투자 패턴이 직접 투자에서 펀드 등 간접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 상품들의 최대 유통망이 은행이라는 점도 자신감의 배경이다.은행 측이 설립 또는 인수를 통해 증권사의 계열사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증권사와 PB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한 뒤 국민은행의 PB 사업이 독립적인 PB은행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