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세계적 PEF인 블랙스톤이나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칼라일 등 사모 펀드들은 해외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PEF는 해외 투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자산 운용이 제한돼 왔다.정부는 10월 18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개최한 경제 정책 조정 회의를 열고 ‘해외 M&A 활성화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PEF의 해외 부실 채권 투자를 허용하고 대기업의 해외 투자 전용 PEF에는 출자총액제한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토종 PEF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아시아 프라이빗 에쿼티 리뷰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지난해 PEF가 주도한 기업 인수 규모는 507억 달러였다. 2005년의 166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진로와 대한통운 등 부실 채권을 인수해 높은 수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PEF를 규제하고 있는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간투법) 시행령에는 국내 금융사 등이 채권자인 부실 채권에는 지분 투자를 전제로 투자할 수 있지만 해외 부실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해외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부실 채권의 경우 리스크는 크지만 투자 이익이 매우 높고 외국 PEF의 경우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올해 안으로 간투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분 투자를 전제로 한 국내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 허용과 같은 차원에서 해외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내년 중 간투법과 공정거래법을 고쳐 해외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하는 PEF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출총제의 취지상 국내 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만을 위한 PEF에 대해서는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의 합계가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소속된 자산 2조 원 이상의 출총제 적용 대상 회사에는 각종 제한이 따른다. 당해 회사의 순자산액에 40%를 곱한 금액을 초과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갖지 못하게 돼 있다.정부는 또 대기업이 PEF에 참여할 경우 기업결합신고 의무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결합신고를 간이심사 대상으로 간소화하고 신고 자체도 PEF의 실질적 운용자인 업무책임사원(GP)에 위임하도록 했다. 대기업이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정부는 하반기 중 수출입은행법을 개정, 수출입은행의 해외 M&A 관련 외국인 앞 채무 보증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해외 M&A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 시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허용해 개도국 위험에 노출된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조달 비용도 덜 수 있다.해외 기업 진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늘릴 방침이다. 내국 법인(모회사)이 외국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으면 법인세의 일부를 공제(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해 주는 제도의 적용 범위를 외국 손자회사(지분율 20% 이상)로부터 받는 배당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세제상 내국 법인이 외국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경우 배당에 상응하는 외국 자회사의 법인세 상당액을 내국 법인의 산출 세액에서 공제하고 있다. 반면 외국 손자회사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아울러 재경부는 이미 입법 예고한 간투법 시행령에서 △해외에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에 대한 PEF의 투자 허용 △현지 조세 제도를 활용한 세금 감면 등을 위한 다단계 SPC 허용 △역외 SPC에 대해 출자자 제한 규정 적용 배제 등의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