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시스, 첨단 무인택배 보관서비스 시장 개척 나서

“안녕하세요. 여기 택배회사인데요. 댁에 아무도 없네요. 소포를 어디다 두고 갈까요.”“경비실에 맡기고 가세요.”“경비실에 아무도 없는데요.”“....”직장인 A 씨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어이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근무 중에 집으로 달려가 소포를 받으라는 말인가.요즘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낮에는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배달되는 소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비실에서 맡아주면 좋지만 가끔 분실돼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식품 등 내용물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이에 착안해 생긴 비즈니스가 무인 택배 물품 보관 서비스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모어시스(대표 이범달)는 이 서비스 전문 업체다.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은 아파트나 주상복합 빌딩 지하철역 등에서 택배 물품을 보관해 주는 것이다.삼성그룹 에스원에서 분사한 에스텍시스템이 일본의 풀타임시스템(FTS)과 합작해 만든 에스텍서비스는 무인 택배 물품 보관 시스템 ‘이지라커(FTS EZ Locker)’를 제작하고 모어시스는 제품의 판매 및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합작법인의 지분은 한국 측이 89%, 일본 측이 11%를 각각 갖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에스텍시스템은 2003년 택배 사서함 서비스 부문을 에스텍서비스로 분사했고 또 다시 에스텍서비스의 영업 분야는 2005년 12월 (주)모어시스로 독립됐다. 에스텍시스템은 직원이 약 9000명에 이르며 영업을 담당하는 모어시스의 직원은 8명이다. 현재 삼성그룹과는 계열관계가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이지라커 서비스는 한국 상황에 맞도록 재설계됐다. 일본의 경우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이지라커 서비스는 간단하다. 가령 지하철역 내에 설치된 이지라커의 예를 보자. 커다란 금고처럼 생긴 이지라커의 개별 박스에 보낼 물건을 넣어두면 제휴 택배사가 물건을 수거하고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 준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을 통해 구매할 물품도 가까운 지하철역의 이지라커를 이용할 수도 있다.상대방도 지하철역에서 받는 게 편리하다면 택배 회사는 수령자가 원하는 지하철역 내 이지라커에 보관한 뒤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이 내용을 통보한다. 인증번호도 전송한다. 그러면 수령자는 인증번호를 누른 뒤 해당 물품을 찾을 수 있다.만약 택배 회사를 통한 배달이 아니라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면 이지라커에 수령자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중앙관제센터가 수령할 고객의 휴대전화로 물품 보관 장소와 인증번호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알려준다.이범달(59) 사장은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 94개 역사, 138개소에서 이지라커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다”며 “지하철에 설치돼 있던 기존 물품 보관함의 단순 기능을 향상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사장은 “처음에는 생소해하던 고객들이 이제는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하루 이용 건수는 2000여 건 정도다.이 사장은 이지라커 서비스의 적용 범위가 아주 다양하다고 말한다. 신규 분양 아파트를 시작으로 공공시설 및 오피스텔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서울 서초구의 동일하이빌을 비롯해 방배동 삼성래미안 도곡동 SK리더스뷰 부천 중동의 위브더스테이트 대구의 현대하이페리온 등 5대 단지에 이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라고 설명한다. 설계에 반영된 단지도 150곳에 이른다.이 사장은 “주된 영업 대상은 신축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이라며 “판교 등 새로 건설되는 단지의 경우 상당수가 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설 분야에서는 무인 택배 물품 보관 시스템이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8호선과 대학 구내 주유소 쇼핑센터 KTX 역사, 공항 등에도 설치를 추진 중이다. 택배가 이제는 집으로만 배달되는 게 아니라 수령자가 원하는 단골 주유소 등으로 배달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이 사장은 “이지라커 설치가 급증할수록 사용자들이 편리해진다”며 “마치 휴대폰 가입자가 많아야 서로 무선통화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지라커라는 이름처럼 사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낮에 주부가 집에 있는 경우에도 택배 회사 직원을 가장한 절도범이 침입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어 이 시스템의 수요는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이 시스템은 보관 기능을 가진 다양한 크기의 박스로 구성돼 있다. 냉장 기능을 가진 박스도 있어 육류나 생선 등의 보관 시 유용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물품 보관함을 이용해 택배도 가능하지만 DVD 대여품, 세탁물 등도 맡기고 찾아갈 수 있다.택배 문화가 발달된 일본에서는 현재 이용자 수가 하루에 약 30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점에 착안해 시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에 이지라커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이지라커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제어부와 화물을 보관하는 보관상자로 구성돼 있다. 제어 부분은 관리센터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생겨 열리지 않면 중앙관제선터에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한 뒤 열어준다. 만약 필히 출동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즉각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체제도 갖추고 있다.이 사장은 “중앙 관제 시스템과 상시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시스템을 원격 조정하고 여러 가지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덧붙인다. 보관 대금은 신용카드 입주카드 교통카드 휴대폰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마그네틱 카드와 지문인식 등 모든 종류의 인증 방식을 채용할 수 있다. 열쇠 동전 지폐를 이용하지 않고 다양한 지불 수단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해 편리성을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택배 서비스 업체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 사장은 우선 국내에서 기반을 닦은 뒤 해외 진출도 추진할 생각이다. 이미 대만 업체가 이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접촉해 와 교섭 중이라고 설명한다. 모어시스의 수익 모델은 보관료이며 택배 물품 보관의 경우 택배 서비스 업체와 제휴해 일정액을 나누는 방식이다.이 사장은 해군장교로 제대한 뒤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합섬 삼성코닝 에스원 등을 거쳤으며 주로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현재는 에스텍시스템의 부사장과 모어시스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 사장은 “사업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 단계여서 올 매출은 약 7억 원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는 36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회사 개요> 창업: 2005년 본사: 서울 삼성동 직원: 8명주요 사업: 무인 택배 물품 보관 서비스매출: 7억 원(금년 예상). 내년 목표 36억 원.약력 : 1948년 서울 출생. 66년 서울고 졸업. 71년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74년 제일합섬 입사. 87년 삼성코닝 인사부장. 91년 에스원 인사부장. 95년 에스원 이사. 99년 에스텍시스템 이사. 2005년 에스텍시스템 부사장(현). 2007년 모어시스 대표이사(현). 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