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경쟁력 죽이기

대중소 등 기업의 규모를 떠나 근로 현장의 정규·비정규 간 차별 문제가 부각되면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비정규직법 시행(7월 1일)에 따라 법제화된 차별 금지 조항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된 차별 시정 요청 건수가 3개월 만에 200건을 상회하는 등 갈수록 그 규모와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번엔 법무부가 이달 중으로 ‘차별금지법’을 입법 예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직접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간접 차별’과 이를 표시·조장하는 광고, 성별·장애·인종이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 등도 ‘차별’의 범주에 포함돼 법으로 금지된다. 또 법원은 이런 차별에 대해 중지 등의 조치를 명령하고 차별을 중단시키거나 임금 등 근로 조건을 시정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와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또한 이르면 내년 말부터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불합리한 연령 제한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벌칙 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0년부터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복리 후생, 교육·훈련, 배치·전보·승진, 퇴직·해고 등의 경우에도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도 금지된다.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심의, 확정했다. 또, 고령자에 대한 고용 촉진 지원과 함께 연령 차별 금지 정책을 병행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법의 이름도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된다.이와 같이 차별 관련 신설 노동 관련법, 혹은 기존 노동 관련법의 개정이 봇물을 이루는 시대적 조류를 학계에서는 “현재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차별 해소가 크게 미흡한 만큼 차별 금지 사유에 고용 형태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반면 전경련이나 경총에서는 “차별금지법안은 고용과 관련된 전 분야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일 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심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또한 “우리나라에는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50여 개의 개별 법률들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일반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경제계는 최근 입법 추진되고 있는 고용 관련 법안이 노동 시장 현실을 외면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경제5단체는 9월 20일 ‘최근 고용 관련 입법 추진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란 공동 성명서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용상의 차별 금지, 모성 보호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 발의가 급증하고,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연속해서 국무회의를 통과했는가 하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들이 수십 개에 달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아울러 경제 5단체는 “이러한 법안들이 우리 인사 관리 환경이나 노동 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채 발의돼 기업의 경영에 크나큰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노동 시장의 활력을 크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또 “정부나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검토 없이 한꺼번에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규제 철폐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인력 관리와 관련된 규제는 하루가 멀다고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가 국내 기업끼리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확고한 시대적 목표가 있기에 기업들로서는 막막할 뿐이다.영국의 브라운 총리,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독일의 메르겔총리 등이 대대적인 기업 살리기 운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부럽기만 하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